가을이라면 의당 시퍼런 가을 하늘을 병풍삼아 산을 온통 새빨갛게 불태우고 있는 단풍의 찬연한 아름다움과 함박눈 내리듯 바람결을 따라 어지러이 흩날리는 샛노란 은행잎, 또 사각사각 낙엽 밟는 재미에 흠뻑 빠져보고 싶건만, 홍콩이란 곳이 비록 사계절이 있다고는 하나 가을이 가져다 주는 산물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보니 가을만 되면 가을앓이를 하고야 만다.
얼마 전 한국에서 열린 세계한인언론인 워크숍에 참석했다가 그토록 그리운 고국의 가을에 푹 빠져버릴 심산으로 전남 순천을 방문했다.
순천만 연안 들녘은 온통 황금빛이다. 만추의 갈대밭이 빚어낸 결실이다. 어디선가 바람이라도 불어온다 싶으면 이내 황금물결은 시시각각 변하면서 대장관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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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태관광 1번지로 불리는순천만 해안습지 갈대밭. |
"사각사각"
갈대가 서로 부딪히며 연출하는 자연의 소리 또한 찾는 이의 오감을 일깨운다. 여기에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양마저 곁들여지면 더욱 몽환적인 자태로 우리 곁에 다가선다. 마치 색 바랜 옛 흑백사진마냥 단색으로 채색한 듯 한 이곳 순천만의 갈대밭에는 중후함과 쓸쓸함이 묻어난다. 한해의 끝자락을 향하면서 느껴지는 애상 때문에 그런 느낌이 더해지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안내자의 말을 듣노라니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춘 해안하구의 자연생태계가 가장 원형에 가깝게 보전되어 있는 곳이란다. 갈대와 갯벌의 조화로 하천수의 자연적인 정화가 유기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생태관광 1번지'로 불리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런 순천만은 실제 세계 5대 해안습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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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협약에 의한 보호습지로 등록된 순천만 습지. 바라보는 그 자체로 황홀경에 빠진다. |
그렇다보니 각종 희귀 철새들의 안식처로도 유명한 곳이다. 드넓은 연안대지에는 국제 보호 조류인 흑두루미, 검은 머리갈매기, 재두루미가 찾아든다. 최근에는 천연기념물 황새가 다시 찾았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물론 갯벌 속에서도 진귀한 생명체를 어김없이 찾아볼 수 있다. 짱뚱어와 게가 대표적인 주인공이다. 이곳 들녘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따라 거니노라면 이를 쪼아 먹는 새들을 운좋게 관찰할 수 있다.
참고로 순천만 해안습지를 찾았다면 좀 힘들더라도 인근 용산 전망대(해발 95m)까지 올라가보자. 순천만의 'S자'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특히 낙조 때 순천만의 모습은 가히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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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순천만 해안 습지. 낙조에 물든 순천만의 파노라마는 차마 형언할 수 없는 대장관이다. |
여행메모
▶ 순천은…전라남도에서 산이 가장 많은 도시다. 전체의 70%가 산지다. 남해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겨울에도 온난하다. 1월 평균 기온은 0.5℃, 8월 평균기온 25.2℃.
한편 순천시는 오는 2013년 국내 처음으로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다. 25만㎡ 규모의 수목원에는 한국정원과 전망대, 난온대림원, 남도다랭이 정원, 순천미인 철쭉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박람회장의 55만8천㎡ 부지에는 15세기 네덜란드 정원과 17세기 피렌체 르네상스시대를 꽃 피운 메디치 가문의 정원 등이 재현된다.
▶ 명소
송광사
합천 해인사와 양산 통도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불교의 전통승맥을 계승해 온 삼보사찰 가운데 하나다. 순천 시가지에서 47Km 거리에 위치해있다.
낙안읍성
성을 비롯해 객사, 임경업군수비, 장터, 초가 등이 원형대로 보존돼 국내 최초로 사적 제302호에 지정된 조선시대 마을이다.
조선태조6년(1397) 왜구가 침입하자 이 고장 출신 양혜공 김빈길 장군이 의병을 일으켜 토성을 쌓아 방어에 나섰고 300년 후 인조4년(1626) 충민공 임경업 장군이 33세때 낙안군수로 부임하여 현재의 석성으로 재건했다.
현재 낙안읍성민속마을에는 현재 80여 가구가 살고 있으며, 마을 주민들이 목공예 체험, 천연염색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TV 드라마 촬영장으로 쓰인 가옥도 찾아볼 수 있다.
▶ 먹거리순천 일대는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먹거리가 뛰어난 곳이다. 그래도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음식을 꼽아야 한다면 뭐니 뭐니 해도 짱뚱어탕과 토속 막걸리. 특히 순천만의 대표적인 음식인 짱뚱어탕(사진)은 짱뚱어를 추어탕과 같이 다져서 여러가지 야채와 향신료를 뿌려 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플러스 One순천, 세계서 두 번째 살기좋은 도시에 전남 순천시가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공인하는 2010 리브컴 어워즈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됐다.
리브컴 어워즈(LivCom Awards)는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구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건설한 도시를 대상으로 수여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순천시는 지난 9일 미국 시카고에서 세계적인 석학 등 300여명이 모여 인구 15만~40만명이 되는 도시를 대상으로 심사한 결과 세계적인 도시들을 제치고 순천시가 미국 마이애미비치에 이어 은상을 수상했다.
리브컴 어워즈는 도시상, 환경보호 프로젝트상, 버저리상 등 3가지로 구분되며 이 중 순천시는 도시상을 수상했다.
순천시는 세계 5대 연안습지 순천만의 보전과 생태 복원, 우리나라 최초의 녹색 박람회인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유치 추진 등에 대해 높게 평가받았다.
노관규 순천시장(사진)은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순천시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인 도시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면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준비해 도시 미래가 어떻게 바뀌어가는지를 보여주는 모델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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