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즐기는 국민성, 식사 전후 권주 가능한 받도록
은은한 호박색을 띤 세계 최초의 라거 맥주 '필스너 우르켈'의 고향. '신세계 교향곡'을 작곡한 드보르작을 비롯해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조국. '북쪽에 있는 로마'로 불리는 수도 프라하. '체코'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특히 1·2차 세계대전 속에서도 그 모습을 온전히 유지해 도시 전체가 박물관으로 불릴 정도로 중세 분위기를 잘 간직하고 있는 프라하. 하지만 역사적인 건물만 보고 다닌다면 체코 여행을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선술집에 들러 맥주 한 잔 하지 않는다면 체코 분위기를 제대로 느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체코인들은 집에서보다 선술집에서 맥주 마시기를 더 좋아한다. 그들은 맥주만 있으면 남녀노소, 인종을 떠나 누구와도 친구가 되므로 자연스럽게 어울리면 된다.
1인당 맥주 소비량 세계 1위. 오죽하면 체코사람들이 맥주를 '흐르는 빵'이라고 부를까. 체코사람들에게 선술집 모임은 수많은 강대국의 침략 속에서 살아남고 위안 받을 수 있는 일종의 통로였다.
비싼 선물은 갚아야 할 것으로 여겨
이러한 체코사람들은 웬만큼 친분을 쌓은 사이가 아니면 집으로 초대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만큼 집으로 식사 초대를 받는다면 흔쾌히 응하는 게 좋다. 초대시간보다 약간 늦게 도착하는 게 상례이고, 조그만 선물을 가져가는 건 기본.
대개 종류와 상관없이 술 한 병이면 되고 여주인을 위해서는 꽃다발이나 초콜릿을 준비하면 좋다. 그러나 값비싼 선물은 피해야 한다. 체코인들은 친한 친구로 여기는 사람으로부터 비싼 선물을 받을 경우 이를 언젠가 되돌려주는 걸 미덕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식사 전 주인이 먼저 손님들과 소파 주위에 앉아 위장에 좋다는 벡헤로프카, 과일 증류주인 슬리보비쩨 같은 독주를 한 잔씩 건넨다. 식욕을 돋우기 위한 것이다. 이 때는 가능하면 받아 마시는 게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드는 데 좋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술이나 커피 등 음료를 권하는데 이를 거절하면 '빨리 이 집을 나가고 싶다'는 뜻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니 물이라도 마시는 게 좋다. 헤어지기 전에 위스키나 코냑으로 입가심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도 기억해 둘 만하다.
줄 설 때 앞사람에게 바짝 다가서지 말 것
체코는 관광객이 많은 나라인 만큼 식당은 물론 선술집에 갈 때도 예약을 해야 한다. 관공서나 은행, 극장,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줄을 서야 하는 경우도 많다. 과거 사회주의를 채택했던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체코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신문이나 책을 보면서 조급해하지 않는다.
이 때 조심해야 할 게 있다. 앞뒤 사람에게 몸이 닿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앞사람에게 바짝 달라붙으면 상대방은 뒤를 힐끔거리며 자신의 가방을 앞으로 돌려 멘다. 소매치기일지도 모른다는 오해를 받는 것이다. 체코가 관광국가인 만큼 소매치기가 많다 보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체코인들은 비즈니스 거래 시 간접적으로 접근하기를 좋아한다. 그들이 시선을 떨어뜨리거나 침묵하면 상대방이 말한 것에 대해 심기가 불편하다는 뜻이 된다. 체코인들의 비즈니스는 천천히 진행된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인사를 나눌 때는 악수를 하거나, 친한 사이에는 가벼운 포옹과 함께 뺨을 서로 맞대거나 가볍게 입맞춤한다. 조금 친해진 이성일 경우 여성이 악수하며 몸을 접근시키면 악수보다 친한 표현의 인사를 하겠다는 의사로 보면 된다.
<대한항공 스카이 뉴스 / 정원교·국민일보 카피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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