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훠궈' 먹을 땐 냄비에 수저 넣지 않는다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도 중국 음식 훠궈(火鍋)에 꽤 입맛을 들인 것 같다. 훠궈는 유목생활을 하던 북방민족에게서 유래된 중국식 샤브샤브이다.
칭기즈 칸 때도 군인들이 투구에 물을 끓여 양고기를 익혀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단다. 훠궈의 탕과 넣어 먹는 재료는 각양각색이다. 그래서 '훠궈는 백 가지, 맛은 천 가지'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통상 육수나 맹물을 담은 솥 냄비(鍋)를 불(火) 위에 올려놓고 양고기, 쇠고기 또는 새우 등 해산물을 넣어 데쳐 먹는다. 배추, 양배추, 쑥갓, 버섯, 두부, 당면, 국수 등도 빠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훠궈 하면 으레 입안이 얼얼하고 맵싸한 쓰촨식을 떠올린다. 쓰촨성 특유의 향신료 마자오 때문이다. 이에 비해 베이징식은 희멀건 탕에 양고기를 서너 번 저어 데쳐 먹는 식이다. 청나라 건륭제가 특히 좋아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광둥 요리에서는 해산물 훠궈가 잘 알려져 있고 저장성에서는 개고기 훠궈를 맛볼 수 있다.
중국식 샤브샤브 '훠궈'이런 훠궈를 중국인들과 함께 먹을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몇 년 전 중국 상하이에서 인민일보 여기자와 저녁 식사를 할 때였다. 훠궈를 먹는데 얼굴 표정이 어째 편치 않아 보였다. '내가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했나...' 처음에는 이유가 뭔지 몰랐지만 이내 궁금증이 풀렸다. 동행했던 사진기자가 훠궈 냄비에 숟가락을 푹 집어넣어 국물을 떠 먹는가 하면 젓가락으로 건더기를 건져 먹기도 했다.
그 여기자는 훠궈를 국자로 떠서 개인접시에 옮긴 다음 먹지 않고 수저를 직접 냄비에 담그는 데 질색했던 것이다. 뚝배기에 끓인 된장찌개를 숟가락으로 직접 떠서 먹는 데 익숙한 탓이었을까. 동료는 어색한 상황을 깨닫지도 못한 채 훠궈를 즐기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두 사람 모두 섭섭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나는 적당한 때를 봐 "맛있는 건더기를 안 먹었네"라며 국자로 두 사람에게 훠궈를 떠줬다. 그 다음부턴 동료도 국자를 이용했음은 물론이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위생을 위해 찌개를 국자로 떠먹는 문화가 확산돼 다행이다.
음식을 덜어주는 것은 주인 역할회전탁자에서 중국 요리를 먹을 때를 보자. 호스트는 큰 접시에 놓인 요리를 공동 젓가락을 이용해 개인접시에 담은 뒤 손님 앞으로 보내는 게 관례다. 손님으로 초대받은 자리라면 옆 사람에게 요리를 덜어줘서는 안 된다. 호스트에게 결례가 되기 때문이다.
호스트가 일일이 개인접시에 음식을 덜어주기보다는 바로 왼쪽에 앉은 주빈의 접시에만 요리를 한 젓갈 집어 올려주기도 한다. 그럴 경우 주빈은 공동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을 만큼 더 덜고 회전탁자를 적당하게 돌려 옆 손님에게 음식을 권한다. 이 때 회전탁자는 시계 방향으로 돌린다.
중국 식탁에서 수저를 사용하는 법은 복잡하지 않다. 손 자루가 짧은 중국식 숟가락은 수프를 먹거나 국물이 있는 뜨거운 요리를 먹을 때 쓴다. 왼손에 숟가락, 오른손에는 젓가락을 잡고 요리를 숟가락 위에 놓고 식혀가며 먹기도 한다. 숟가락을 다 썻으면 뒤집어 놓으면 된다. 젓가락 사용은 우리와 별로 다를 게 없다. 다만 젓가락으로 요리를 찔러서 먹거나 젓가락을 핥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여러 명이 함께하는 식탁에서는 어느 나라든 음식이 담긴 그릇에 직접 수저를 갖다 대서는 안되고 개인접시에 덜어 먹는 것이 기본예의임을 잊지 말자.
<대한항공 스카이 뉴스 / 정원교·국민일보 카피리더>
ⓒ 위클리 홍콩(http://www.weeklyhk.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클리홍콩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