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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군정치와 북한 인권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1-03-03 11:59:28
  • 수정 2011-03-03 11: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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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55호, 3월4일
 제성호 (중앙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월 16일로 칠순을 맞았다. 그리고 금년으로 김정일이 권력승계를 공식화한 지 15년째가 된다. 소위 "꺾어지는 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일 시대에 들어 이전보다 나아진 게 별로 없다. 경제난ㆍ식량난 심화로 빈곤과 궁핍이 지속되고 있고, 주민들의 삶은 더욱 고달파지고 있다. 김정일이 "아직 쌀밥, 고깃국, 비단옷, 기와집 등 김일성의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고, 인민들이 강냉이밥을 먹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탄식할 정도이다.

북한의 인권 상황도 여전히 열악하다. 2010년 12월 유엔 총회가 6년 연속해서 대북 인권결의안을 채택한 게 이를 방증한다. 프리덤하우스가 1월 13일 발표한 "2011 세계의 자유"에서 북한은 작년에 이어 최악의 인권탄압국으로 선정됐다. 즉, 정치적 권리와 시민의 자유, 두 가지 측면에서 각각 최하점인 7점을 받아 '최악 중 최악(Worst of the Worst)'인 9개국 중 하나로 꼽혀 39년째 최악의 인권탄압국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극도의 가난과 인권 부재의 현실은 '군대와 총대(무력)'를 앞세우는 소위 '선군정치'에 기인한다. 첫째, 선군정치는 자원을 과도한 군사비와 체제선전비에 우선적으로 투입한다. 북한은 2009년 4월 장거리 로켓 발사에 약 3억 달러를 사용하였는데, 이 돈은 쌀 100만 톤을 사들이는 데 필요한 거액이다. 또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주체사상탑, 김일성혁명사상연구실 등 체제선전물 운영에 막대한 재원을 낭비하고 있다.

둘째, 선군정치는 '선군 지도자'의 안녕과 보위에 관심을 기울인다. 경제난 속에서도 개인 경호와 건강 유지, 취미활동과 개인별장 관리, 사치품과 고급요리 재료 구매에 쓰이는 경비는 줄어들 줄 모르고 있다. 또 매년 김정일 생일잔치에 엄청난 돈을 퍼붓는 '과시행정'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고통받는 주민들의 삶을 보듬는 데는 전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최근 북한 주민 2천만 명이 지하경제에 의존하며 살고 있다는데, 이는 북한 당국이 '인민경제생활 향상'에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개혁ㆍ개방을 거부하고 있다.

셋째, 선군정치는 군사독재에 의한 인권탄압, 공포심을 통해 주민들을 옭아매는 공포정치를 실시한다. 지금 북한 주민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하고,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가는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서 사상통제와 주민감시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이 북한의 현 실정이다. 최근 한 대북 인권단체에 따르면, 2009년 11월 화폐개혁 실시 후 52명이 공개처형을 당했다고 한다.

넷째, 선군정치는 핵과 미사일 등 이른바 '자위적 억제력'을 강조하며 군사적 대결을 불사한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도발도 선군정치에 바탕을 둔 대남 압박전술의 일환이었다. 이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체제결속을 도모하고 각종 인권침해에 대한 주민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책략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볼 때 북한 헌법에서 '선군'과 함께 양립하기 어려운 '인권' 존중을 명시한 것은 허구다. 또 주민생활을 피폐하게 하고 주민폭압을 정당화하는 선군정치를 두고 북한이 '선군 복(福)' 운운하
는 것은 망발에 가깝다. 이제라도 북한은 선군정치 대신 주민의 삶의 질을 생각하는 '선민(先民)정치'를 펴야 한다. 개혁ㆍ개방의 길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요구에 화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멀지 않은 장래에 북한에서도 인권과 민주화의 요구가 들불처럼 번지는 날이 도래할 것이다. 북한 지도부는 최근 호스니 무바라크가 부자세습과 인권 탄압에 반기를 든 국민들에 굴복, 하야(下野)한 이집트 사태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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