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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 8년 전 투신 당일 행적 드러나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1-03-31 12:28:42
  • 수정 2011-03-31 12: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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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59호, 4월1일
 2003년 만우절인 4월1일 거짓말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영원한 오빠(哥哥)' 장국영(張國榮)의 베일에 싸였던 마지막 날 행적이 8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장국영은 당시 홍콩섬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옥상에서 몸을 던져 46년의 짧은 삶을 마감, 팬과 동료 연예인들을 안타깝게 했다.

장국영의 사망 8주기를 앞두고 생전에 그와 막역한 사이로 '최후의 오찬'을 나눴던 홍콩의 유명 인테리어 설계사 앨프레드 목(莫華炳) 증언을 토대로 그의 자살 당일 행적을 재구성해 소개했다.

앨프레드 목은 장국영이 투신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그가 자신과 만나기 전 이미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방을 예약하는 등 인생행로를 마무리 짓기 위한 완벽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직접 주연과 연출을 맡은 것으로 확신했다.

목은 본인이 장국영의 대본에서 조연 역할에 불과했을 뿐이라며 그에게서 느낀 이상한 점과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 식욕이 어땠는지, 죽음에 임박해 무엇을 남기려 했는지 등등을 자세히 밝혔다.

당일 장국영은 목에게 전화를 걸어 점심 초대를 했다. 두 사람은 오후 1시 코즈웨이베이의 퓨전식당에서 만났다. 먼저 와서 목을 기다리던 장국영은 연한 회색 정장에 속에는 짙은 회색 T셔츠를 입고 마스크를 썼다.

장국영은 스파게티를 주문했고 입맛이 아주 좋았으며 3시간 동안 식당에 함께 있었다.

목은 "그가 대단히 긴장한 상태에 있는 걸 알아챘다. 손을 쉴새 없이 떨었다. 내 신분증번호를 물어 적었는데 6개월 전에도 그랬기 때문에 의아했다"며 "그가 유언장을 통해 내게 뭔가를 남겨주려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다만 목은 장국영이 자신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상속했는지에 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두 사람의 대화 도중 장국영이 돌연 "네가 죽을병에 걸려 약도 없을 경우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목은 어안이 벙벙해 그저 "난 수면제를 먹겠다. 만일 가족이 일찍 발견하면 살아날 수도 있겠지"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장국영은 "틀렸다. 죽으려고 한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목은 장국영의 말에 찬성하지 않으며 "형과 내가 그렇게 우리에게만 좋은 방법을 실행하면 달걀이 땅에 떨어진 것처럼 그 처참한 장면은 물론이거니와 혹여 지나가던 행인을 덮치게 되면 어쩔 거냐"고 되물었다.

또 장국영은 그날 아침 세상살이가 힘들다고 느꼈다며 차를 빨리 몰다가 다른 차와 부딪혀 그대로 세상을 하직하고픈 마음도 들었으나 목과의 약속이 생각나 식당으로 달려왔다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극심한 우울증 증세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던 장국영이 의사마다 각기 다른 처방을 내리는 것에 혼란스러워 하자 목은 그에게 미국으로 가서 전문의를 만날 것을 권유했다.

이에 장국영은 "누가 쓰촨성에 있는 명의를 찾아가라고 했는데 요즘 사스가 유행해 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점심식사가 끝나자 장국영은 목을 회사까지 태워주겠다고 했으며 차문을 열고 닫으면서도 행여나 사스에 감염될까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던 점 등 건강을 챙기는 버릇은 여전했다.

차에서 내리기 전 목은 장국영에게 다시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배드민턴이나 치러 가라"고 말했다. 장국영은 매주 화요일 동성애인인 탕탕(唐唐·唐鶴德)과 배드민턴을 쳤었다.

그런데 장국영은 목에게 "앞으로 내게 전화할 필요 없다"고 뜻하지 않는 말을 건넸다.

어리둥절한 상태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올라가던 목의 뇌리에는 장국영이 앞서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방의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목은 걱정이 되어 급히 장국영의 누나 장녹평(張綠萍)에게 연락해 빨리 동생에게 가보라고 당부했다. 장국영에게 연락한 후 장녹평은 동생이 매니저와의 약속 때문에 센트럴에 있는 것 같다고 연락해 왔지만 결국 오후 6시40분 장국영은 자살했다.

이후 목은 장국영의 투신을 미리 막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휩싸여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목은 당시 장국영이 우울증에 시달렸던 데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성대까지 다쳐 최악의 순간에 있었다고 전했다.

장국영은 호주로 날아가 전문의의 진찰을 받고 담배와 술을 끊으라는 충고까지 들었다.

하지만 계약에 묶인 장국영은 녹음실에서 쉴새 없이 음반작업을 해야 했고 4편의 영화도 촬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신과 몸이 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잠잘 시간도 없어 불안하고 지친 장국영은 계속해서 담배를 피워댔으며 수전증도 점점 심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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