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 언제 귀국해서 어떤 학원을 선택할까?홍콩한국국제학교 교무부장 김영수
지난 3월 말 본교에서 6개 대학(이대, 외대, 한대 등) 연합특례입학 설명회가 실시된 다음날, 한국의 한 메이저급 특례입시 학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요약 하자면, 입시가 임박했으나 각 대학의 특례입학 담당자들이 대부분 해외에 나가있어 정보를 얻을 수 없으니 전형일정과 함께 전형자료를 제공해 달라는 것이다. 뒤 이은 그의 메일은 학원가의 긴박한 사정과 갑작스런 요청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정중하고 깍듯한 어조였다.
그는 특례입시 학원가에서 손꼽히는 입시 정보, 상담 전문가다. 일, 이주 후면 자연히 알게 될 정보를 체면을 구기면서까지 연락할 만큼 촉박했나보다. 그는 대학별 입시 일정이 한 달 가량 앞당겨져 귀국 학생 등록 기간이 짧아져 학원이 죽을 맛이라고도 했다. 간략한 회의를 거쳐서 자료를 보내 주었다.
강남의 특례입시 학원들이 이토록 절박해진 것은 대학별 입시 일정이 앞당겨진 데 있다. 서울과 수도권 중상위권 대학들이 한 달 정도 입시 일정을 앞당겼기 때문이다. 해외 한국국제학교와 국제고들의 여름방학이 대략 6월 말에서 7월 초이므로 아래 <표1>의 대학 전형일정을 참고해 보면 입시 학원들의 위기감을 공감할 수 있다.
작년 전형 일자를 고려하면, 숭실대, 항공대, 서울여대(7.23), 홍익대(7.24), 동국대(8.1)로부터 시작해서 대부분의 서울과 수도권 대학들이 7, 8월에 입학 전형을 끝냈다. 즉, 1학기 종료 후, 한국으로 귀국해서 곧바로 학원을 다닌다 해도 한 달 남짓이고, 7월과 8월에 대부분의 대학들이 3, 4일 간격으로 입시를 치르고 끝나니, 학원의 정상 운영이 사실상 힘겹게 된 것이다.
따라서, 학원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해외고 재학생들의 조기 귀국을 서두르는 이유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절박한 학원의 장삿속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물론, 학원가의 주장이 모두 그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각 지역 특성, 각 해외 학교의 진학과 학습 지도능력, 그리고 최근 몇 년 간의 진학률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난 후 귀국 시기와 학원을 결정해야 한다.
강남의 입시 학원들이 조기 귀국을 서두르는 근거는 먼저, 과목별 심화를 위한 내용 학습 시간이 없다. 둘째, 계속되는 시험 일정에 따라 귀국 후 과목별로 집중할 시간이 부족하다. 셋째, 긴박한 일정에 따른 심리적인 초조감이 제대로 된 학습을 지속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 결과 첫 학원 모의고사 평가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점수가 나오고, 이후의 성적 향상도 더디게 되면서 자괴감과 함께 학습 능력 저하를 가져오고 결국 입시에 실패한다는 시나리오다.
이 같은 일련의 주장은 경영 위기에 놓인 그들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는 가지만 입시를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는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궤변이다. 수험생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심리적 좌절, 붕괴, 실패의 수렁, 시행착오 등, 듣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만한 용어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조급하게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2011학년도 본교 졸업생의 예를 들어보자. 귀국 후 강남의 모 학원에서 첫 상담을 마친 후에 학생들은 그들의 의도대로 심리적 좌절에 빠졌고, 울먹이면서 상황을 전했다. 너무 늦게 귀국했고, 현재 학력으로는 지망 대학 원서접수마저도 불가능하다는 '선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필자의 항의 전화에 공부에 전념하도록 겁을 준 것이 좀 지나쳤던 모양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우리 학교에서는 지난 3년의 개인별 성적과 해외학교 1200여 명의 성적 분포 분석을 통해서 개인별 진학 지도를 이미 완성해서 귀국한 상태였다. 그 학생들은 결국 이틀 후 다른 학원으로 옮겼고, 본인들이 희망하는 대학과 전공 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에 복수 합격했다.
언제 귀국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학교의 모든 교과 과정을 충실하게 이행한 후에 출발해도 늦지 않는다. 학원가에서는 최대한 빨리 귀국해서 집중적인 입시 학습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본교에서는 고2부터 이미 정규 커리큘럼과 함께 국어, 영어, 수학, 논술, 구술 등 입시 교과를 집중적인 학습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매일 아침자습 시간에 교과별 수행평가를 실시하고, 정규 교과 시간에는 내용 이해와 개념 정리를 하고, 기출문제 풀이를 통해서 대학별 고사 유형을 익히면서 대학별 고사에 대한 대응력을 기르고 있다. 그리고 희망자로 구성된 야간자율 학습 시간을 개설해서 학습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틀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학교와 귀국 후 학원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학습 체계를 2년 6개월 간 유지해주는 곳에서 공부했느냐의 여부가 성패의 열쇠가 되는 것이다.
덧붙여 꼭 짚고 넘어 갈 문제는 10학년, 11학년의 여름 방학 단기 귀국 특강 사안이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강남의 대형 학원가에는 1개월 반에서 2개월 썸머반이라는 이름으로 모여드는 학생들의 숫자가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기대와는 달리 썸머반은 저급한 수준의 무성의한 강좌로 꾸려진다. 썸머반의 개설 시기가 본격적인 입시 시즌 이므로 주요 강사들은 고3들의 오전, 오후 수업과 동시에 과외를 뛰느라 눈코 뜰 새가 없기 때문에 고2에게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학원의 사활이 걸린 입시 시즌에 고2까지 챙길 여력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입시의 전쟁터를 실감하고 왔다는 것 정도 외에는 실질적인 학습 효과를 기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TOEFL과 SAT를 준비하기 위해서 일시 귀국하는 사례도 생각해봐야 한다.
TOEFL과 SAT의 점수 확보가 대학 입학에 우선권을 제공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단기 귀국은 서류 전형의 확대를 단순히 영어 인증 성적으로 연결하는 데서 비롯된 오해다. 토플과 SAT를 한 두 달 한국에서 공부해서 목표하는 대학에 근접한 점수를 얻기는 경험상 거의 불가능 하다. 물론, 전문학원에서 개념을 정리할 수는 있어도 그러기에는 시간과 비용의 손실이라는 기회비용의 대가가 너무 크다. 실제로 영어로 대학을 가기 보다는 국어와 학교별 영어 시험을 충실히 준비해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훨씬 쉽다.
모 입시 학원의 분석을 인용하자면, 북경, 상해, 청도, 천진, 자카르타 등의 한국국제학교에서 졸업한 학교별 약 100명에서 150명 가까운 학생들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 대학 진학률이 25~35% 라고 한다. 위 지역은 메이저급 강남 학원들의 분점이 자리 잡고 있은지 오래다. 그러면 그들은 그동안 뭘 했다는 것인가. 같은 학원인데 해외 각 지역에서는 안 되고, 서울에 가면 제대로 된 입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위기감을 조성해서 조기 귀국을 서두르게 하는 일부 학원들의 주장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한국국제학교는 작년 졸업생의 90%가 서울과 수도권 대학에 진학했다.<표2 참고>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학습 체계를 꾸준히 유지한 결과다. 아무리 급해도 거짓으로 남을 속여 이득을 얻는 것은 교육자의 마음가짐이 아니다.
다음주에는 TOEFL, TEPS 등과 SAT, IB, AP 등의 영어 능력의 개념 분류와 대학 입시와의 관계에 대해서 논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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