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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 YES to YOUR LIFE] 당연하면 고맙지 않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1-06-16 16:53:13
  • 수정 2011-06-16 16: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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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69호, 6월17일
 황금연휴와 휴가철마다 결혼하고 홍콩에서 사는 언니집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관광과 쇼핑을 마음껏 즐기는 싱글녀. 그런 알뜰여행을 부러워하는 친구들에게 싱글녀가 말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국에 남도 아닌 피붙이 동생이 왔는데 호텔로 보내니 그럼? 당근 먹고 자는 건 해결해줘야지." 싱글녀는 착한 언니를 칭찬하는 친구들이 별걸 다 대단하게 추켜세운다고 의아해했다.

생일날 친구들과 모여 축하 겸 점심을 먹던 중 남편에게 축하전화를 받은 아내가 전화를 끊자마자 씁쓸한 표
정을 지었다. "말은 잘 해요 말은. 아니다, 말만 잘 하는 거지, 말만 잘 해. 얘들아, 나는 언제나 남편한테 폼나는 생일선물 하나 받아볼 수 있을까? 손수건 한 장, 우산 한 자루라도 받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하긴 꿈을 깨는 게 낫지, 생활비 주는 것도 선물로 착각하는 인물인데."

승진한 아들이 보너스를 타서 사준 명품시계를 차고 모임에 나간 노부인. 줄곧 시계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지인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좋은 시계가 하나도 없는 것보단 낫죠. 근데 말이지 자기 와이프한테 선물한 시계를 보니까 다이아몬드가 줄줄이 박혔더라구요. 내 거에는 아무것도 없잖수. 보세요, 밋밋하잖아요. 화사한 걸 좋아하는 내 취향을 알면서 이렇게 티 나게 차별을 하니까 좋은 걸 사줘도 섭섭하다니까요."

"입 안으로 들어간 음식이 소화가 돼서 반대쪽 끝으로 나가주는 것에 감사한다" 국내에 소개된 저서 "행복한 이기주의자"로 알려진 웨인 다이어가 강연 중에 고백처럼 말했다. 버릇처럼 감사를 하다보면 저런 것까지 감사하게 되는가보다, 강연을 듣는 내내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별탈 없이 돌아가는 몸, 거르지 않는 끼니, 소홀한 몸 관리에도 불구하고 뛰는 심장, 지금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 사고 없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가족들, 자기 몫을 해내는 덕에 민폐를 끼치지 않는 주위 사람들, 오른발이 앞서가면 이유를 묻지 않고 뒤따라가는 왼발. 아무리 하잘 것 없는 것이라도 긍정의 눈으로 본다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감사하게 되지만, 응당 받을 걸 받는다는 자세로 매사를 당연스레 볼 때는 무엇 하나 고마운 것이 없게 된다. 부족하고 2% 아쉬운 구석들이 불만으로 민감해진 레이더망에 노상 걸려들기 때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인 동시에 기념일도 많아서 오가는 인사와 이벤트가 풍성한 달이었다. '감사의 달 파격세일' 백화점 광고만 봐도 절로 가족들 얼굴이 떠올라 관계를 되짚어보게 되는 달이기도 했다. 나의 입장에서 볼 때 당연한 기대, 당연한 대우, 당연한 행동, 당연한 방식을 고집하다 멀어진 이들이 생각나는 달이기도 했다.

입으로 삼킨 음식이 순조롭게 반대쪽으로 나가주는 게 감사하긴 커녕 당연하다고 치면 몸이 베푼 수고가 고맙지 않다. 반면, 인공색소, 첨가물, 과다 지방, 알코올, 유해성분이 듬뿍 든 음식을 잘게 부수고 처리해주는 육체의 휴일 없는 평생노동을 행운으로 본다면 몸이 베푸는 무조건적 사랑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매일 접하다보니 익숙한 선을 넘어 감각이 무뎌지고 감동은 제로가 된 사소한 것들에서 축복을 발견하는 시선은, 남이 주는 행복보다 스스로 만드는 행복의 마르지 않는 원천이 된다.


<글·베로니카 리(veronica@coaching-z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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