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재계약 횟수 2회로 제한' 고려
7년 이상 홍콩에 거주한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이 홍콩 고등법원에 영주권 취득 가능 여부에 대한 사법심사를 신청한 뒤 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홍콩 입법회 의원도 외국인 가사도우미 영주권 발급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등 홍콩시민들의 반대 여론이 거세지만 홍콩 고등법원은 다음달 22일 심리를 시작할 예정이다.
명보(明報)는 고등법원이 정부의 패소 판결을 내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 홍콩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정부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고용계약을 연속 2회까지만 허용하고 홍콩 거주 만 6년이 되면 홍콩을 떠나 '냉각기간'을 갖고 6개월 후에 홍콩에서 취업이 가능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방안이 실시되면 고용주와 피고용인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한 고용주는 홍콩 거주 4년 이상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고, 한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자신은 영주권을 신청할 생각이 없지만 재계약 제한 방안이 실시되면 수입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현재 홍콩에서 일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2년마다 고용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에 3번 연속 재계약을 하게 되면 홍콩에 만 8년 동안 거주하게 되어 홍콩 영주권 신청 가능 조건인 홍콩 거주 연속 7년의 기간을 넘어서게 된다.
홍콩정부는 만약 이번 사법심사에서 패소하더라도 상소할 예정이지만 상소 이후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 승소한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홍콩정부가 법원에 명령 집행 보류를 신청할 수 있지만 법원이 이를 반드시 비준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런 이유로 홍콩정부는 아직 홍콩거주 기간이 만 7년이 되지 않은 외국 가사도우미들의 영주권 획득을 막기 위한 만반의 준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재계약 2회 제한 방안은 이들이 홍콩에 6년 이상 거주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후 반드시 원 거주지로 돌아가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홍콩 취업 신청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거주기간을 7년 이하로 '절단'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만약 관련 방안이 실시되면 고용주는 반드시 정기적으로 도우미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노인이나 유아 등을 위해 가능한 한 도우미와 장기 계약을 맺길 원하는 고용주들에게는 큰 불편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초등학교 교사인 라우(劉) 씨는 2008년 100세 가까운 노모와 어린 자녀를 돌보도록 인도네시아 출신 가사도우미를 고용했다.
라우 씨의 가사도우미는 지난해 재계약 당시까지 만 6년을 홍콩에 거주했기 때문에 현재 홍콩 거주 기간은 7년을 넘었다.
라우 씨는 "일단 정부가 패소하게 되면 지금 고용하고 있는 도우미도 영주권을 받아 사회복지나 최저임금제 등을 누릴 권리가 생기고 가족들의 거주비자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계산이 복잡해질 것 같아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최저임금제를 적용하게 되면 도우미의 급여를 하루 24시간 31일로 계산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게 할 경우, 가사도우미의 월급은 2만 홍콩달러로 초등학교 교사 월급과 맞먹는다고 지적했다.
아내도 일을 하기 때문에 노모와 아이, 생활 등을 모두 인도네시아 도우미에게 의지하고 있고 서로 관계도 좋은 편이라고 밝힌 라우 씨는 만약 가사도우미 측이 승소하게 되면 아무래도 홍콩 거주 4년 이상인 도우미와의 계약은 피하게 될 것 같다며 "아무리 일을 잘해도 재계약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10년 째 고용하고 있다고 밝힌 중학교 교장 막(麥) 씨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에게 영주권이 발급되면 홍콩의 의료, 교육, 주택, 복지 부담이 이미 너무 크기 때문에 "설령 좋은 사람이더라도 홍콩시민들이 모두 부담할 수 있을지 부터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홍콩시민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가사도우미가 홍콩에서 6년 연속 근무 후에 홍콩을 떠나도록 규정하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는 한편 이들이 홍콩을 떠나 있는 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막 씨의 가사도우미인 Daisy Valdoz Mariano 씨는 "처음 홍콩에 왔을 때는 홍콩 영주권자가 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그러나 아들을 생각하면 홍콩에서 영주권자로 생활할 수 있도록 신청하고 싶은 마음도 떨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영주권을 받더라도 현재와 같은 급여로는 홍콩과 필리핀의 생활수준 차이가 많이 난다"며 "홍콩정부가 재계약 회수를 제한하면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수입원이 없어질 수도 있어 걱정이 많다"고 밝혔다.
Mariano 씨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게 된다면 간호사나 교사, 심지어 회계사 업무가 가능해져 홍콩에서는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밖에 없는 대학 학위 소지 가사도우미가 가장 많은 혜택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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