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연말이다. 회사마다, 모임마다, 각 단체마다 송년회를 준비하고 있고 며칠 지나지 않아 새해를 맞는 신년 모임도 구상하고 있을 것이다.
홍콩에서는 신년이 되면 고용주가 종업원들과 함께 원탁에 모여앉아 식사를 한다. 연말과 신년 모임과 같은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나오는 요리 중에서 백미는 불도장이다.
불도장(佛跳墻)은 복건(福建)의 최고 요리라고 하는데, 그 요리를 맛 본 사람은 많지 않아도 불도장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이들은 많을 것이다.
불도장이라는 요리이름에 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데, 그 향기가 너무 좋아서 수행중인 채식주의자 스님도 담을 넘어 온다는 전설이며, 고기를 훔쳐 먹던 꼬마 스님이 주지 스님에게 발각되자 급한 김에 단지를 안은 채로 담을 넘어 도망갔다는 이야기 등이 있다.
또 한 가지 설에 의하면 청(淸)조 때 복주(福州)의 한 관료가 자택에서 만찬을 차렸는데 부인이 닭과 오리, 돼지고기 등을 단지에 넣어 탕을 끓였는데 맛이 최고였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요리에 취미가 있던 그 관료는 집에 돌아간 후 관료직을 사임하고 식당을 차렸다. 음식재료도 바꿔서 해삼과 전복, 상어 지느러미 등 해물로 곰탕을 만들어 현지의 고급 만찬에 올렸는데 한 시인이 그 맛에 반해"壜啓葷香飄四鄰, 佛聞棄禪跳墻來"(항아리를 열면 특별한 향기가 근처에 떠돌아서, 불가의 승려도 선(禪)을 버리고 담을 넘어온다) 라는 글을 지어주면서 佛跳墻 이란 이름이 지어졌다는 것이다.
요즘 불도장에는 메추라기알, 비둘기 알, 죽순, 말린 해삼, 말린 전복, 말린 가리비, 상어 지느러미, 상어 입술에 생선 껍질, 생선 부레, 말린 새우, 오징어 채, 닭 가슴살, 집오리 고기, 중국식 햄, 돼지 심줄, 돼지 등심, 사슴 힘줄, 소갈비, 인삼, 말린 용안 열매, 말린 표고버섯, 토란, 구기자, 소흥주(紹興酒), 굴 소스 등의 재료를 넣은 뒤 연꽃잎으로 봉해서 약한 나무불에 은근히 끓여서 만든다.
불도장 요리는 반드시 연기 없는 질 좋은 숯불을 사용하여 5~6시간 끓인다. 그 과정에 요리냄새가 조금이라도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 불도장은 만드는 과정에 그 냄새를 전혀 모르다가 단지를 식탁에 올리고 연꽃잎 뚜껑을 열면 막혔던 봇물이 터지듯 향이 터지고 진한 국물이 조금도 느끼하지 않으며 푹 익은 음식재료들이 씹을수록 맛이 더해진다.
홍콩에서 호텔의 고급 중식당이나 이름난 레스토랑의 불도장은 보통 10인분용 한 솥에 HK$10,000이 넘어간다. 상어지느러미가 들어간 제대로 된 불도장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HK$2,000 이상이다. 그렇지만 너무 부담 갖지 말기를, 완차이나 침사추이 등 뒷골목을 잘 찾아보면 서민식당들에서도 저렴한 재료로 만든 불도장이 HK$100 미만에 제공되기도 한다.
올해가 가기 전에 주머니를 털어 몇몇지인들과 함께 불도장이나 한 솥단지 하며 수행하고 있는 승려를 꾀어볼까 한다.
ⓒ 위클리 홍콩(http://www.weeklyhk.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클리홍콩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