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문턱 낮아졌지만 장벽 여전
높은 등록금·교육기회 불균형… 대학 졸업장 무용지물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빈촌인 구이저우성(貴州省)에 사는 왕페이(24)씨가 닝보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그의 부모는 동네 잔치를 벌였다. 하지만 2년 뒤 왕씨가 대학을 졸업한 뒤 분위기는 썰렁했다. 기대한 만큼의 삶의 질 향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왕씨는 "마을 주민들이 나를 본다면 대학교 졸업장이 전혀 쓸모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비관했다.
한 때 중국에서 성공의 지름길로 불렸던 대학교 졸업장이 무용지물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고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적했다. 특히 대학교 졸업장을 가지고 신분 상승을 꿈꿨던 빈민층에서의 회의론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여기에는 도시·시골이라는 지역에 따른 기회 불균형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중국에서 대학교는 일부 엘리트들만이 진학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었다. 하지만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정부 정책에 힘입어 대학교들은 입학의 문턱을 낮추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2010년에만 660만명이 대학교에 들어갔다.
대학생 수의 급격한 증가는 곧바로 부작용을 양산했다. 특히 시골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불평등하게 주어지는 기회 때문에 이들이 불리한 여건에 처해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시골의 중학교나 고등학교는 도시 지역과 비교할 때 양질의 선생님 수나 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구이저우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있는 우빙펑(22)씨는 "우리 학교에 채용된 성생님은 대부분 보조교사로 일하던 고등학교만 마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체 대학교 입학 시험 점수를 놓고 볼 때 시골지역 학생들의 수준이 도시지역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시골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대학교에 진학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왕씨처럼 대학을 졸업하고도 변변한 직장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게 발생하게 되는 것.
지난 2006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수는 도시 지역이 시골보다 3.5배 많았다. 기술학교의 경우 이는 55.5배까지 벌어지며 대학교는 281.6배, 대학원은 323배까지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개혁이 일어난 뒤 중국 명문대로 꼽히는 칭화대, 베이징대로의 시골 출신 학생 비율은 오히려 급격히 떨어졌다.
시골 학생들이 마련하기 어려운 높은 등록금도 문제다. 중국 정부는 대학교 입학 정원을 늘리면서 이에 필요한 재원 확충을 위해 등록금 인상을 허용했다.
현재 중국 대학교 연간 평균 등록금은 4000~6000위안(약 72만 원~108만 원).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저렴한 수준이지만 일부 중국 빈곤지역 연 평균 가계 수입의 4~10배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골 학생들의 대학가기 열풍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여전히 대학교 졸업장은 빈곤지역에서의 유일한 가난 탈출 방법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호텔 웨이터, 컴퓨터 가게 개점 등을 전전하며 학자금 대출 등으로 6만 위안의 빚을 지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왕씨 역시 대학교 졸업장을 보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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