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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홍콩 문장강화 2강 "접속사는 과감하게 생략해라"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3-04-14 14:20:49
  • 수정 2013-04-14 14: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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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56호, 4월11일
1. 접속사는 과감하게 생략해도 된다.
접속사는 문장의 속도감을 줄인다. 아파트 단지의 과속방지턱 같은 존재이다. 우리말에서 주어나 목적어를 생략해도 되는데 하물며 접속사 정도야...... 문장을 여러 개로 잘라도 접속사는 꼭 필요한 곳에만 넣으면 된다. 한국어는 문장 사이에 접속사를 꼭 넣어야 하는 때는 그리 많지 않다.

예문> 아침에 늦잠을 잤다. 그래서 학교에 지각했다. 그러나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 않았다.
=> 아침에 늦잠을 잤다. 학교에 지각했다.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 않았다.

「 45년 전 대학생이던 시절 처음 영어로 창작 공부를 시작할 때 나는 루돌프 플레시의 '잘 읽히는 글쓰기'에서 좋은 교훈을 발견했다. 그것은 자신이 써놓은 글에서 '그리고(and)'라는 접속사를 모조리 제거하라는 가르침이었다. 그러고는 '그래서(so)'와 '하지만(but)'도 역시 없애라고 했다. 그렇게 하더라도 전혀 글의 흐름이 막히지 않으리라고 했다. 막히기는커녕 오히려 청소를 끝낸 하수구처럼 모든 문장이 맑은 물소리를 내며 잘 흐르리라는 얘기였다. '그로부터(henceforth)'나 '그러므로(therefore)' 따위의 단어로 앞 문장과 뒤 문장을 연결 지으려고 애쓰지 말라는 충고도 했다.

-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43page 」


2.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을 유지하기 편하다.
문장이 길어지면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주어+서술어가 문장 안에 서너 개 이상 들어 있는 긴 문장은 주어+서술어 관계가 어긋나기 쉽다. 사람들은 한 문장 안에서 두세 개의 '주어+서술어'만 통제할 수 있다. 그 이상이 되면 '주어+서술어'가 하나가 늘어날 때마다 처음의 '주어+서술어'부터 하나씩 잊어버리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주어+서술어'가 두 개를 넘지 않도록 한 문장을 구성하는 것이 글을 쓰는 사람은 물론, 글을 읽는 사람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예문> 2005년 세계 보이차 10걸 중의 한 사람인 주홍걸 교수는 국내에 번역 출간된 '운남보이차'(한솜미디어)의 저자로 보이차 마니아들 사이에 널리 알려질 만큼 유명 서적이다.
=> 2005년 세계 보이차 10걸 중의 한 사람인 주홍걸 교수는 국내에 번역 출간된 '운남보이차'의 저자이다. 이 책은 보이차 마니아들 사이에 널리 알려질 만큼 유명 서적이다.

* 문장이 길어지니 주어와 서술어가 맞지 않는다. '주홍걸 교수는.... 유명 서적이다'라고 말이 되지 않는다.

예문> 작가가 이 글에서 주장하는 것은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무조건 우대하자는 것이 아니라, 역차별을 뛰어넘어서 여성의 태도가 변화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 작가가 이 글에서 주장하는 것은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무조건 우대하자는 것이 아니다. 역차별을 뛰어넘어서 여성의 태도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의미는 통하지만, 주어가 '주장하는 것'인데, 서술어는 '촉구하고 있다'로 어울리지 않는다.

예문> 건강관리를 위해 주중에는 헬스를, 주말에는 북한산에 오른다.

=> 건강관리를 위해 주중에는 헬스를 하고, 주말에는 북한산에 오른다.


3. 시제 문제
우리나라는 시제에 대해 관대한 편이지만, 세밀하게 신경써야하는 부분이다.

예문> 실제로 어뢰 맞고 부숴진 배를 봤는데 폭발음과 섬광, 배의 파손정도가 어마어마했다.
=> 실제로 어뢰 맞고 부서지는 배를 봤는데 폭발음과 섬광, 배의 파손정도가 어마어마했다.

* 현재 진행 중인 광경을 보는 것이므로, '부서지고 있는'이라는 표현이 맞다.


4. 형용사는 명사의 적
문장이 길어지는 주범 가운데 하나가 꾸미는 말, 이른바 수식어다. 한 문장에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으려 하니 문장이 길어진다. 이는 필연적으로 수식어의 남발로 이어진다.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사 볼테르는 '형용사는 명사의 적'이라는 말을 남겼다. 자신의 뜻을 강조하기 위해 어떤 단어를 꾸미는 말(형용사)를 붙이게 된다. 그러나 꾸미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수식을 많이 하고 결국 아니한 것만 못한 경우가 많다.

「 정 민 교수는 책을 쓸 때 '전달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대중은 정 교수의 문체가 유려하다고 하지만, 정작 그는 '글쓰기에 있어 아름다움을 전혀 중시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형용사와 부사를 최대한 줄이고, 접속사를 피해 문장을 나눈다. 그가 글 쓸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글의 리듬. 그리고 언어의 경제성이다. 아무리 공들여 쓴 표현이라고 퇴고 과정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도려낸다. 그럴수록 글의 전달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 구본준<한국의 글쟁이들> 14page 」

「 정 교수는 스승 이종은 교수와 얽힌 에피소드를 먼저 들려줬다. 오래전, 정 교수가 한 한시의 '空山木落雨蕭蕭'란 부분을 "텅 빈 산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라고 번역했다. 이종은 교수는 "야, 사내자식이 왜 이렇게 말이 많아?" 라고 면박을 줬다. 스승은 '空'자를 가리키며 "여기에 '텅'이 어디 있어?"라고 지적했다. 그 다음 스승은 '나뭇잎'에서 '나무'를 빼면서 "잎이 나무인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나?"라고 말했다. 다음에는 "떨어지고"에서 "떨어"까지 지웠다. "부슬부슬 내리고"에서는 '내리고'를 덜어냈다. 남은 문장은 "빈 산 잎 지고 비는 부슬부슬"

정 교수는 "그때 큰 충격을 받았죠. 그 뒤로 글쓰기에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라고 회상했다. 그는 제자에게 글쓰기 조언을 할 때 "글에서 부사와 형용사를 30퍼센트 정도만 줄여보라"고 늘 말한다. 글쓰기는 전달력이 중요한데, 이 전달력은 문장을 줄일수록 늘어난다는 점이 그의 글쓰기 지론이자 글 잘 쓴다는 말을 듣는 비결이다.

- 구본준<한국의 글쟁이들> 22page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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