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것인가 아니면 강경 대응해야 할 것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갈림길에 섰다..
홍콩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것인가 아니면 강경 대응해야 할 것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갈림길에 섰다. 시 주석 개인의 정치적 위상과 중국 중앙정부의 미래에 큰 전환점이 될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주말부터 29일(월)까지 학생들이 인원 대다수를 차지한 시위대는 경찰과 대치하면서 홍콩 도심 기능을 마비시켰다. 30일(화) 동이 터오는 순간에도 시위대는 주요 간선도로를 따라 분산돼 있었다. 28일(일) 정부 청사 앞에 집결한 학생 수천 명을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은 최루액 스프레이를 뿌리고 최루탄을 쐈다. 그러나 시위대는 다시 대열을 정비했다. 오히려 더 많은 인원이 홍콩 도심 한복판 도로를 점거했다.
29일(월) 홍콩 정부 청사 앞에 집결한 시위대가 단결의 의미로 휴대전화를 높이 들었다.
시위가 이처럼 격화되는 가운데 시 주석은 홍콩 시위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 대변인들은 홍콩 사태를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외국 정부에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따끔하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홍콩 최고위직인 행정장관 선출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며 촉발된 시위는 중국 정부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중국 영토 한 곳에서 시위가 일어났는데 좌시할 경우 다른 곳에서도 도미노처럼 시위가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우려해왔다. 홍콩은 17년 전 영국으로부터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되면서 제한적이나마 자치권과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약속을 중국 정부로부터 받았다. 이번 시위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국제적 금융 허브인 홍콩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 과연 중국 정부에 있는지 입증할 기회다.
Alex Ogle/Agence France-Presse/Getty Images
까우룽(九龍)반도 도심을 가르는 주요 도로인 네이선 로드를 점거한 시위대
_?xml_: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이제 시 주석 앞에 어려운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 방식을 개정하면서 약한 모습을 보일 것인가, 아니면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운동의 아픈 기억을 또다시 재현할 것인가?
중국 정부는 티베트나 신장 등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다른 지역에서도 홍콩과 같은 시위가 일어나지 않는지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중국 본토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홍콩 관련 뉴스는 올라오지 못하게 엄격하게 검열하고 있다.
마카오 대학교 행정학과 조교수인 딩딩 첸은 중국 지도부는 홍콩 사태가 중국 다른 지역에 연쇄 파급 효과를 미치지 않을지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홍콩 경찰 병력만으로 사태가 진압되지 못할 경우, 중국 인민군이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 시위 진압 훈련을 받은 전투경찰은 홍콩과 인접한 광둥성에 주둔하고 있다.
그러나 제 2의 톈안먼 사태로 번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말 사이에 시위대에 최루탄을 쏜 이후 국제 사회로부터 비판론이 거세게 일자, 중국 정부는 29일(월) 전투경찰을 철수했다.
딩딩 첸 교수는 “중국 정부는 유혈 사태로 비화되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번 시위는 10월 1일(수) 중국 건국 65주년이라는 경축일을 앞두고 발생했다. 29일(월) 시위가 거세지면서 홍콩 바닷가를 수놓을 연례 불꽃놀이 행사도 취소됐다.
Xinhua/Zuma Press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앞에 어려운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 방식을 개정하면서 약한 모습을 보일 것인가, 아니면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운동의 아픈 기억을 또다시 재현할 것인가?
홍콩 주권이 반환되기 전부터 중국 지도부는 홍콩이 외세의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 다른 지역을 전복시킬 전초 기지 역할을 하지는 않을지 우려했었다. 중국 외교부는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법 시위를 지원하지 말라고 외국 정부에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가 이 같은 성명을 발표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홍콩 주재 미국 영사관은 집회・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이 보장된 홍콩의 전통과 기본법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혔었다. 영국 정부도 홍콩에 집회・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시위대는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반중 성향 후보의 출마를 제한하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사태 앞에서 중국 지도부는 과거 홍콩에서 발생한 시위 전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주권 반환 6주년 기념인 2003년 7월 1일, 홍콩 시민들은 거리로 몰려나와 초대 행정장관인 둥칭와(광둥어 발음, 베이징에서는 둥젠화)의 퇴진을 요구했었다. 둥칭와 행정장관이 반체제인사를 억압할 소지가 있는 국가안전법(기본법 제 23조)을 도입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5년 임기인 행정장관에 재선된 둥 장관은 결국 두 번째 임기를 채우기 2년 전인 2005년 3월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임했다.
하와이 대학교 마노아 캠퍼스 법학과 교수인 캐롤 J. 피터슨은 “둥칭와 행정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던 시절 시위대는 국가안전법 도입에 반대한 데 비해, 이번에 시위대는 선거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현상(現狀)에서 벗어나 전진하자는 의미이기 때문에 주장을 관철시키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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