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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보상’ 아니라 ‘배상’ 해야 하는 10가지 이유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4-11-27 18:05:43
  • 수정 2014-11-27 18: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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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기자회견에서 “구조 못한 최종 책임은 내게 있다” 해놓고 이제와서 ‘국가 책임’ 부정하는 방식으로 구제 대책을 세우나 유가족을 두번 죽이고 국민을 두번 속이..
5월 기자회견에서 “구조 못한 최종 책임은 내게 있다” 해놓고
이제와서 ‘국가 책임’ 부정하는 방식으로 구제 대책을 세우나
유가족을 두번 죽이고 국민을 두번 속이는 일이 없길 바란다

곽병찬 대기자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83

세월호 참사가 진상 규명이라는 공적 영역에서 배·보상이라는 사적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정부가 ‘피해 구제 특별법안’을 마련하고, 여야가 국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물론 배·보상 문제는 미뤄둘 수 없는 사안입니다만, 사건의 성격도 분명하지 않고 따라서 가해자의 범위와 실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적잖은 혼란이 예상됩니다.

물론 이 정부와 관변 언론들은 고대하는 바였을 겁니다. 일단 ‘돈’ 문제로 넘어가면 사건의 성격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피해자들은 진흙탕 속으로 빠져들어, 참사가 냉소의 대상이 되거나 피해자의 문제로 치부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국가권력에 의해 수천명이 죽거나 다치거나 구금·고문·형벌의 피해를 당한 5·18 학살의 경우에도 그러했습니다. 이 정권과 관변 언론들이 사건 중반부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려는 유가족의 노력을 ‘돈 문제’로 호도하려 한 것은 그런 까닭이었습니다. 그들은 ‘시체 장사’ 따위의 패륜적인 언사를 동원해 유가족들을 두번 죽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집권 세력은 실제 각종 선거에서 재미를 톡톡히 본 바 있습니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등 총체적 부작위을 잊게 하고, 정권에 대한 분노를 잠재웠으며, 참사에 대한 무관심 혹은 염증을 촉발시켜던 것입니다.

이제 진상을 미봉하기에 안성마춤인 특별법이 통과됐고, 돈 문제가 떠오를 수밖에 없으니 지난 선거 때보다 환경은 훨씬 더 좋아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정부는 처음부터 도발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하고 있습니다. 정부 곧 국가의 책임은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방식으로 구제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유병언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려 할 때 그런 의도가 이미 드러난 것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국가 책임을 지우려 한다고 지울 수 있을까요? 그건 오히려 당신이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다시 설 수 있는 기회를 뭉개버리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당신은 유가족과 국민의 진상 규명 요청을 거부하고 방해하므로써, 무너진 신뢰와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차 버렸습니다.

그런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지금까지 숱하게 지적돼온 국가의 책임을 다시한번 상기해보겠습니다. 이제라도 당신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다면 최소한의 신뢰나마 회복하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겁니다.

1. 이명박 정부는 2009년 20년이던 선령을 30년으로 늘렸습니다. 이런 규제 완화만으로도 200억원의 비용 절감의 효과가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청해진해운은 그로부터 3년 뒤 선령 18년의 세월호를 수입하고, 2년 뒤 참사를 일으킵니다.

2. 해양수산부는 안전운항 관리 업무와 선박안전 검사 업무를 한국해운조합과 한국선급에 이관합니다. 모두 해수부 출신 고위 관료들이 장악하고 있는 기관입니다. 해운조합은 과적을 위해 평형수를 누출하고, 고박조차 엉터리인 상태로 출항하도록 했습니다. 복원성 검증 등 선박의 구조 설비와 안전을 검사하는 한국선급은 올해 초 세월호의 무모한 객실 증축을 허가했습니다. 급변침에 의해 세월호가 침몰했다면 모두 세월호 침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요인들이었습니다. 운명의 그날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인천항에선 2천톤급 이상 여객선 가운데 유일하게 세월호만 출항했습니다. 한국선급은 지난해 이 정부로부터 ‘대한민국 창조경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3. 탈출 명령을 하지 않았다고 선원들만 비난할 수 없습니다. 승객들이 배안에 갇혀 있음을 알고도 해경은 탈출 지시를 하지 않았습니다.

4. 또 해경은 선원들만 구조하고 이후 배안에 갇힌 승객의 구조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승객들은 유리창을 의자와 손으로 두들기며 구조를 요청했지만 이를 외면했습니다.

5. 해경은 유착된 민간업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며, 민간 잠수사, 민간 선박의 구조 활동을 막거나 방해했습니다. 뒤늦게 나타난 민간 업체는 구조가 아니라 인양 업체였습니다. ‘골든타임’은 그렇게 지나갔고, 배는 완전히 침몰했습니다.

6. 진도 관제소는 세월호가 항로를 이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도 이를 놓쳤습니다. 급변침을 경고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습니다.

7. 이 정부는 사고 발생 5시간이 지나도록 선내에 승객이 얼마나 갇혀 있는지 알지도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8. 대통령은 오후 5시15분, 사고 발생 후 8시간30분이 되도록 이 사실을 몰랐습니다.

9.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비서실은 사고 당일 스무번 가까이 사고 상황을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고, 오후 2시 반께에는 실종된 승객에 대해 보고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은 오후 5시가 넘도록 구조되지 않은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든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곽병찬 대기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10번째 이유, 당신은 5월19일 기자회견에서 ‘구조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살릴 수도 있었던 학생들을 살리지 못했고, 초동 대응 미숙으로 많은 혼란이 있었고, 불법 과적 등으로 이미 안전에 많은 문제가 예견되었는데도 바로 잡지 못한 것에 (국민들은) 안타까워하고 분노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신은 이 정부의 책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국가 책임 즉 배상 문제로 유가족을 두 번 죽이고, 국민을 두번 속이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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