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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의 테이블] 옐로우 크로커로 굴비 만들기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6-03-10 16:33:35
  • 수정 2016-03-23 14: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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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로사입니다. 제가 요즘 부쩍 부지런을 떠는 바람에 페이지를 많이 차지하게 되었는데요, 제가 위클리홍콩 신문을 하면서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홍콩에..
안녕하세요 로사입니다. 제가 요즘 부쩍 부지런을 떠는 바람에 페이지를 많이 차지하게 되었는데요, 제가 위클리홍콩 신문을 하면서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홍콩에서 나는 식자재로 한국 음식 만들기’ 였거든요. 제가 그렇다고 뛰어나게 요리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리에 관심이 많고 또 홍콩에서 25년 이상을 말뚝 박듯 살다 보니 여기저기서 얻어들은 것도 많은데다 오랜 홍콩 생활에서 온 노하우도 좀 있지요. 하여 그러한 것들을 위클리홍콩 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보다 훌륭한 주부 요리사들 많으실 텐데 홍콩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한국 음식 만드는 ‘나만의 비법’이 있다면 새내기 홍콩살이 후배들을 위해 공유해봄은 어떠하실까요?

또한 재료 구입이나 조리방법 등에 궁금한 점이 있다면 저에게 메일 살짝 날려주시면 됩니다. hongkongrosa@gmail.com

옐로우 크로커로 굴비 만들기

옐로우 크로커, yellow croaker 한자로는 황어로 적고 우리나라 말로는 참조기라 한답니다.
 슈퍼마켓이나 재래시장에서 30불(4천원)도 주면 큰놈으로 하나 살 수 있는데, 이게 우리나라로 들어가 국산 참조기로 둔갑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잡아서 말린 게 진정한 참조기겠지만 중국에서 잡아 들어가 그걸 우리나라 해풍에 말리면 국산이나 중국산이나 구별을 못할 정도로 맛있다고 합니다.

홍콩에서 굴비 생각이 날 때는 이걸 말려서 굴비를 만드는데, 집에서 꾸덕꾸덕 말려 구워 먹으면 한국산 영광굴비에야 감히 비길 수는 없지만 웬만한 한국 굴비 맛은 낼 수 있어요.

조기, 그러니까 황어를 사다가 내장을 제거하고, 천일염을 배 안부터 밖에까지 듬뿍 뿌려 1시간여 재우고, 줄에 매달아 창가에 매달아 1주일 정도 두면 꾸덕꾸덕 말라 굴비가 됩니다.

 싱그러운 해풍과 눈부신 햇살을 맞으며 꼬득꼬득 말라가야 얘가 제대로 맛이 드는데, 겨울의 경우 홍콩의 바람도 꽤나 세서 창틀에 달아놓기만 해도 잘 마릅니다.

 여름에는 무더워서 황어를 밖에서 말리면 지독히 꼬리꼬리한 냄새를 풍기며 삭는 듯 마르는데, 집에서는 감히 감당할 수 없으니 냉장고에 넣어서 한 보름에서 한 달 정도 말려야 하는 수고로 움이 따릅니다.

제일 좋은 건 겨울에 열댓 마리 말려서 냉동고에 넣고 먹으면 좋겠으나, 홍콩의 살림이란 게 어디 냉장고 하나 내 맘대로 들여놓을 수 없는 사이즈다 보니 그것도 만만치 않지요.

이제 창가에서 꾸덕거리는 조기를 한 놈 꺼내 물에 잘 씻은 후, 물기를 잘 제거하고 난 다음, 기름 두른 프라이팬이 제대로 열을 받았을 때 노릇노릇하게 구워내면 됩니다. (*팁을 하나 드리자면, 생선을 구울 땐 실버스타에서 만든 양면 프라이팬이 최고더라구요.)

 
굴비와 가장 잘 어울리는 메뉴는 단연 누룽지죠. 얼마 전 한 교포 할머니께서 밥해 먹기 귀찮을 때 해 먹으라며 누룽지를 한 바가지 주신 게 있어서 그걸 한 솥 끓여 냈더니 우리 애들이 너무 행복해하며 먹네요.

천장에 달아놓은 굴비 한 번 쳐다보고 밥 한 숟가락 먹었다는 자린고비 생각을 하며 누룽지 한 양재기에 짭짜리한 조기 살을 요리조리 뜯어먹고 나니 잠이 슬슬 몰려오네요.
봄이 온 모양이에요.
봄은 꼭 그렇게 졸음을 달고 다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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