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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을 떠나며...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6-05-05 22: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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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입학해서 조금 놀아 보려고 하는 찰나... 대학교에서 막 여자친구 사귀고 알콩달콩 시간 보내는 찰나... 고등학교에서는 할 필요 없었던 수..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입학해서 조금 놀아 보려고 하는 찰나...
대학교에서 막 여자친구 사귀고 알콩달콩 시간 보내는 찰나...
고등학교에서는 할 필요 없었던 수많은 선택과 고민 속에서 적응하려는 찰나...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고 신체와 정신에 문제가 없는 남성이라면 모두 2년간 가야 하는 곳, 군대. 필자 또한 위클리홍콩에서 1년간 인턴기자 활동을 하다가 잠시 쉬고 지금 논산 훈련소에 입소해 있다.

워낙 급하게 좋은 자리가 나서 정신없이 홍콩에서 신변 정리하고 귀국하다 보니 딱히 아쉽거나 정신이 피폐해짐을 느끼진 못 했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1주일은 기록적인 한파가 있어서 집에서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지금 이렇게 논산에서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왜 복학하신 선배님들이 군대 안 간 새내기들 보다 더 성숙해져서 돌아올 수 있었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제한돼 있고 모든 것이 불편하고 모든 것이 익숙지 않은 환경에서 찾을 수 있는 재미라고는 같은 분대원들의 입담과 숨겨진 재능을 찾는 것 밖에 없었다. 노래 잘하는 분대원이 나머지 분대원들에게 군가 음정을 맞춰 주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은 마치 아프리카 어느 부두교의 행사 모습 같았다.

이렇게 입대 전 사회에서도 겪지 못 했던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해질수록 머릿속에는 홍콩에서의 기억들이 더욱 사무쳤다. 개강 전후에 학교 근처 다이파이동에서 열었던 개강파티 및 각 기숙사별 신입생 환영회, 시험 기간 때 도서관에서 밤새고 이튿날 동 트는 모습 보고 들었던 전율감, 매주 있었던 학교 축구팀 연습과 다른 대학교 한인 축구팀과의 친선경기에서 흘린 땀방울, 학교 친구들과 놀러 다녔던 홍콩 방방곳곳의 명소들, 등등…….

"아름다운 기억은 추억이지만 나빴던 기억은 경험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처럼 필자의 홍콩에서의 짧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생활 중에 경험으로 남은 기억도 있지만 추억으로 남은 기억들이 더 먼저 생각난 것으로 봐서 의미 없이 지낸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2년 뒤의 홍콩에서의 생활은 어떨지 기대된다.

논외로, 세상은 참 좁다는 것을 군대 와서 다시 한 번 느꼈다. 같은 분대 맞은편 자리에 자칭 홍콩대 호날두라고 주장하는 강윤식 군이 필자와 같은 분대원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군대 오기 전 홍콩에서 중문대 vs. 홍콩대 한인 학생 축구 경기에서 잠깐 스쳐 지나간 인연이 군대에서 다시 이어진 것이다. 훈련소에서 예상치 못한 인연을 만났는데 자대 배치받으면 또 어떤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될지 기대된다.


<여정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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