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홍콩시티대학교 14학번이자 곧 졸업을 앞둔 신재경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갓 대학에 입학했던 신입생들은 어느덧 새내기의 티를 벗어나고 있고, 정신없이..
안녕하세요.
홍콩시티대학교 14학번이자 곧 졸업을 앞둔 신재경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갓 대학에 입학했던 신입생들은 어느덧 새내기의 티를 벗어나고 있고, 정신없이 새 학기를 마주했던 재학생들은 한 학기의 마무리를 바라보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홍콩은 지금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나요? 이번 학기는 여러분의 대학생활에서 어떤 학기로 기억될 것 같은가요?
저는 정리하는 마음으로 이번 학기를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3년간의 생활을 자연스레 되돌아보게 되었고 저의 대학생활을 되돌아보며 홍콩에 계신 여러 후배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이 글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한인 학생분들이 많이 듣는 질문들 중 하나가 “Why did you choose Hong Kong?”이 아닐까 싶습니다. (회사 면접을 봐도 꼭 이 질문은 나오더라고요.) 새내기 시절에는 정말 열심히 이 물음에 답했던 것 같습니다. 중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었고, 수업은 다행히 영어로 진행되고, 요즘 대세는 중국이니까 일거양득이라고 생각했죠. 또 마음만 먹으면 취업연계형이 아닌 인턴십도 할 수 있고 취업도 미국보다는 수월할 거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저는 이 물음에 답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게… 내가 왜 여기에 있지?’라는 생각이 든 순간부터 조금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내가 홍콩에 온 이유를 찾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왜 홍콩을 선택하셨나요?
우리 모두 홍콩에 오기 전에 다양한 기대를 하고 왔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도착하는 순간부터 다시 한국을 그리워합니다. 그렇게 가고 싶던 유학길에 올랐는데 매일매일 ‘한국 가고싶다’ 를 외쳤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후배들과 동기들을 만나면 항상 ‘힘들어’, ‘아…한국가고 싶어.’가 우리만의 인사방식 이였던 것 같습니다. 왜 우리는 그토록 원했던 이곳에서의 시간을 재미있게 못 보내고 있을까요?
넘쳐나는 과제와 시험 때문일까요? 아니면 캔틴(학식) 밥이 맛이 없나요? 혹은 그냥 재미가 없는 건가요?
홍콩의 화려한 도시의 이미지와는 달리 홍콩의 대학생활은 생각보다 무미건조합니다. 그토록 하고 싶던 동아리 활동, 끈끈한 선후배 관계, 죽고 못 사는 동기들의 우정, 연고전 같은 대학 축제…우리가 모두 꿈꾸던 나름의 대학생활의 로망이 있습니다. 솔직히 이런 점에서는 저도 아주 아쉽습니다. 캠퍼스는 또 얼마나 작은지…넓은 잔디밭에 앉아 토론하고 책을 읽는 낭만적인 장면은 연출이 불가능합니다.
많은 후배가 공통으로 이런 점에 대해 고민을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똑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이해한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졸업을 앞둔 지금, 저는 홍콩을 선택한 제 결정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후회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교내 생활 1편 >
4년 계획>1년 계획> 학기 계획
광클, 서버다운, PC방, 컴퓨터 시간 조작, 해킹(?)
무엇이 가장 먼저 생각나시나요?
나의 한 학기를 책임질 시간표, 한 학기 동안 웃느냐 우느냐가 결정되는 그 날입니다. 수강신청의 스트레스는 어디를 가나 엄청난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니 단 한 번의 수강신청도 편했던 적이 없습니다. 매 학기 Waiting list에 올리고 교수님께 개인 이메일로 부탁하기를 수 십 번, 수강신청은 학기 시작 후 까지 약 1달간의 싸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래서 수강 못 한 과목은 없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마세요. 수강신청 기간에는 “안 되는 건 없다”가 저의 마음가짐이였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수강신청에 올인하기. 그것이 첫 관문입니다. 여러분의 청춘 시간을 바치고 값비싼 학비를 내고 듣는 수업입니다. 그냥 ‘아무거나’ 듣기에는 우리의 시간과 노력이 너무나 아깝습니다. 그럼 수강신청은 어떻게 하면 잘 할수 있을까요? 그리고 4년 동안 무슨 수업을 들어야 아깝지 않을까요?
- 4년 계획을 세우자.
제가 신입생들에게 항상 당부하는 것이 있습니다. 4년 계획을 세워보라는 것인데요. (지금이라도 4년 Plan을 꼭 짜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학교 커리큘럼은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지금 계획을 짜놓으면 나중에 졸업요건 때문에 당황하는 일도 없고 전공 내에서 나만의 강점을 키울 수도 있으므로 훨씬 도움이 됩니다. 특히 학교에서 정해주는 커리큘럼을 따라갈 필요는 ‘절대’ 없습니다. 물론 전공필수 과목의 경우 이후 전공수업들의 pre requisite이 되기 때문에 해당 수업들은 그때그때 듣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필수 및 선택 교양과목은 (Elective Course /General Education) 계절학기나 막 학기에 듣는 것도 하나의 팁입니다. 교환학생을 가거나 계절학기를 생각하고 있다면 선택과목들은 아껴두세요.
*본교(City U)의 경우 계절학기는 무료, 학점도 더 잘 나온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조기졸업을 목표로 한다면 계절학기로 교양과목을 듣는 것도 좋습니다. (GE)
사실 저는 제 전공(Creative Media)에 대해 잘 모르고 입학했습니다. 신문방송학과에 광고학을 접목한 학과라 생각하고 입학했던 것 같습니다. 1년 간 교수님들을 찾아뵈며 상담을 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습니다. 거의 포기를 하고 있던 도중에 저는 마지막으로 학과장님의 방문을 두드리기로 했습니다. ‘4년 계획’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저의 고민을 성심성의껏 들어주셨고, 다시 약속을 잡아 앞으로 남은 저의 대학생활 시간표를 같이 고민해보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 100가지가 넘는 전공과목 리스트를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교수님과 저는 4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방법을 이랬습니다.
1. 전공과목 중 내가 듣고 싶은 것을 고른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나와 맞는 것, 흥미로워 보이는 과목을 고른다)
2. 전공과목 중 내가 절대 듣고 싶지 않은 것을 고른다.
(나의 경우, computer coding이 들어간 과목은 제외했다. 학점을 위해서)
3. 1에서 고른 전공의 pre requisite을 체크한다. (선수과목 확인)
4. 교수님께 해당 강의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
*여기서 교수님께 물을 수 있는 질문들은…
(a) 이 강의가 내가 예상하는 강의가 맞는가?
(b) 해당 강의와 연계(함께)해서 들으면 좋은 강의는 무엇이 있는가?
(c) 해당 강의를 이수 후에 들으면 좋은 강의는 무엇이 있는가?
교수님과 이런저런 과목들을 이야기하면서 저는 제 전공에 대한 구체성을 가지게 되었고 방향성 또한 잡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강의 간의 연계성을 알 수 있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이였습니다.
모든 단계가 끝나면 언제 해당 과목을 들을 것인지 남은 학기들의 시간표에 배분하면 4년의 계획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시간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한 번 이렇게 고민을 해놓으면 어느 날 갑자기 길을 잃게 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향 좋은 커피 한 잔과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을 준비해 놓고 꼭 4년 계획을 짜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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