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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의 뉴스레터 - 나는 얼마나 근시(近視)인가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9-05-28 1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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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살다보면 수많은 선택의 순간과 마주하게 됩니다. 몇날 며칠을 고민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교외로 이사할 것인가,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 어..
세상 살다보면 수많은 선택의 순간과 마주하게 됩니다. 몇날 며칠을 고민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교외로 이사할 것인가,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 어떤 분야에서 창업을 할 것인가는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이 될 수 있습니다. 전쟁을 끝낼 것인가와 같은 국가적 선택, 무엇을 지지해야 공동체에 도움이 될 것인가 등의 사회적 선택에도 장기적인 전망이 필요합니다.

한국경제신문 5월17일자 A27면 기사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라…좋은 대안은 가장 바깥에 있다>는 “현명한 결정을 만드는 것은 직관이 아니라 합리적 심사숙고”라는 미국 과학저술가 스티븐 존슨의 ‘발견’을 소개했습니다. 존슨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사결정의 원칙과 방법을 3단계로 제시합니다. “첫 단계는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모든 변수와 가능한 모든 방향에 대한 ‘마음의 지도’ 작성(mapping)이다. 두 번째는 관련 변수들을 고려해 각 방향이 지향하는 결과를 예측(prediction)하는 것, 세 번째는 궁극적인 목표를 기준으로 다양한 결과를 비교·검토해 방향을 결정(decision making)하는 단계다.”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인간을 다른 종(種)과 구분하는 가장 뚜렷한 특징은 미래를 숙고하는 능력에 있다”고 하면서 ‘호모 프로스펙투스(homo prospectus)’야말로 인간에게 합당한 명칭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도록 진화했다고 해서, 언제나 옳은 예측을 내리지는 못합니다. 그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학자 필립 테틀록은 각계각층의 ‘전문가’ 284명을 대상으로 2만8000가지에 이르는 예측을 하도록 한 뒤 분석했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장기적인 추세 분석일수록 일반인이 무작정 찍는 것보다 더 나을 것도 없는 결과가 나왔다.”

정확한 예측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자기 자신인 경우가 많답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기가 옳다고 생각한 것이 ‘답’이라고 결론지어버리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치우쳐 자신의 결정을 과신한다.” 이런 확증편향의 위험을 피하려면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나 추정이 필요합니다. 이럴 때 ‘사전부검(premortem)’이나 ‘레드팀(red team)’을 활용하는 게 유용합니다. ‘사전부검’은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그 일이 실패했다고 미리 간주하고, 이유를 철저하게 찾아보는 것입니다. ‘레드팀’은 조직 내 전략의 취약점을 발견해 공격하는 역할을 맡은 팀을 가리킵니다.

존슨은 “100% 훌륭한 결정이란 없다. 그러나 그 결정이 훌륭해지게 할 수는 있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시야는 태생적으로 근시안적(近視眼的)이므로, ‘얼마나 근시인가’를 아는 명확한 진단만큼 좋은 교정 렌즈는 없다는 것입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그것이 얼마나 예측하기 어려운지, 내 생각의 사각지대는 어디쯤일지 인지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시작일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이학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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