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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의 좌충우돌 시골생활기-3편(“우리 닭이나 좀 키워봅시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3-22 18: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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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67호, 3월23일] "티코는 두껑 달린 오토바이다"   "쿵"하는 소리에 놀라서 밖으로 뛰어 나가보니 아내의 차와 앞집 담벼락이 ..
[제167호, 3월23일]

"티코는 두껑 달린 오토바이다"
  "쿵"하는 소리에 놀라서 밖으로 뛰어 나가보니 아내의 차와 앞집 담벼락이 키스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후진한다고 기어를 넣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는데 차가 갑자기 앞으로 나갔다는 말을 하면서 아내는 벌벌 떨고 있대요.  그래서 괜찮다고 진정을 시키고 기어를 보니 후진이 아니라 1단에 들어가 있대요.

  그렇게 시작된 아내의 운전이 벌써 14년 무사고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아내의 차는 동네 할머니들의 전용차입니다.  시골에는 노인들이 혼자 살고 계시는 집이 많습니다.  장날이 되면 할머니들이 집 앞에 모이기 시작합니다.  어떨 때는 힘들기도 하지만 혼자서 살고 있는 노인네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 할 수 있는한 우리가 해야 한다고 서로 권고하면서 열심히 할머니들을 모시고 다녔습니다.

  지금이야 집집마다 차가 2대씩 있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시골에 차 있는 집이 귀했습니다.

  얼마 전 티코를 폐차했습니다.  1993년도에 구입하여 2006년까지 타고 다니다 보니까 더 이상 달리지 못하겠다고 데모를 하는 바람에 결국 폐차를 하고 말았습니다.  혹 시골로 가서 살 계획이 있는 분이시라면 반드시 아내가 운전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가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티코에 대한 아내의 짤막한 평가.
  "티코는 뚜껑 달린 오토바이다."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
  저희가 신축한 집으로 이사를 하고 시골생활을 시작한 시기가 봄이었습니다.

  시골의 봄.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고 어쩌다 가끔씩 아파트 뒷산으로 쑥을 캐러 가는 것이 전부였는데 막상 시골사람으로 현장에서 봄을 맞이해보니 뭐랄까, 실감이 안 난다고 해야 하나요?  3월말이 되면 여러 과일나무에서 새싹이 나오고 4월이 되면 꽃이 피고 5월이 되면 산딸기가 열리기 시작합니다.  저희가 살던 곳은 단감농사가 대부분을 차지하였고, 가까운 강변에서는 겨울딸기를 많이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겨울에는 딸기, 봄에는 지천에 널린 산나물, 늦은 봄에는 자두, 산딸기 그리고 가을에는 홍시와 단감.  일년 내내 과일과 산나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 집에도 단감나무가 10여 그루, 떨감 나무가 10여 그루, 자두나무들이 있었습니다만 처음에는 저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조차 모르다가 차츰 차츰 나무의 이름을 알게 되었지요.  특히 기억이 나는 것은 지금은 없어졌지만 큰 자두나무가 한그루 있었는데 첫봄에 알이 굵은 자두가 얼마나 많이 열렸는지 무지무지하게 땄습니다.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먹으니 얼마나 맛이 있었는지 특히 저는 자두를 좋아해서 그해 봄 자두를 엄청 많이 먹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고 마당에 나가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마당에서 어떤 기운이 하늘로 마구 뻗치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이것을 '기'라고 하나요?  그리고 시골의 아침 공기, 이 세상 어떤 것을 주어도 결코 바꾸고 싶지 않은 상쾌함이 그 속에 있습니다.

  아파트와 시골의 차이를 한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감기에 걸렸을 때 시골에서는 길어야 2일만 지나면 괜찮아 지거나 아예 감기에 잘 걸리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아파트에서는 어떻습니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내와 같이 자전거를 타고 논길을 달립니다.  요즘 시골의 논길들이 얼마나 포장이 잘 되어 있는지 자전거 타기 그저 그만입니다.  새벽에 내린 이슬을 머금은 길옆의 이름 모를 풀들이 내뿜는 자연의 향기를 마시며 패달을 밟는 상쾌함은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형제들은 처음에 "이런 시골로 이사를 오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하면서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다가 한번 두 번 와 보고는 휴일마다 우리 집에 오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람들이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왔다고 집 문을 노크하는 것이 아니라 다짜고짜 마당에서 불을 피우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같은 고기라 하더라도 냉동된 고기와 생고기는 또 다르지 않냐며 이제는 고기 파는 곳까지 알아서 아예 고기를 잔뜩 사 가지고 옵니다.  넓은 잔디밭에서 구워먹는 생고기.  다들 먹어 보셨겠지요?


"우리 닭이나 좀 키워봅시다"
  날씨가 따뜻해지자 아내는 닭을 키워보자고 제안을 하더군요.  아직 시골생활에 대한 준비가 되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키우려고 하느냐 물었더니 아래채 뒷부분에 폭 2m의 마당이 있는데 양쪽을 막고 키우면 된다는 겁니다.  물론 한쪽에는 출입문을 만들어야겠지요.  평소 목공에는 자신과 경험이 있어서 그러자고 말하고 집 안팎에 있는 재료를 총동원하고 철망과 기타 부족한 것은 장터에서 구입을 하였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말씀드리면, 시골에서 살기 위해서는 맥가이버가 되어야 합니다.  목공부터 시작하여 전기, 간단한 배관, 집수리 등등...  장비도 많이 필요합니다.  저는 벽난로에 필요한 장작 만드느라 엔진 톱까지 준비했는데 엔진 톱 가지고 나무 자르는 일 이거 장난 아닙니다.  거기다 전기 대패, 전기 드릴...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쓸 예정입니다.

그렇게 뚝딱 뚝딱 닭장을 만들었고 아내는 동네 아주머니에게 부탁하여 토종닭 새끼 20마리를 사왔습니다.  농협에서 구입한 사료와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가 닭들의 먹이로 주어졌습니다.  달걀을 낳는 장소로 나무 상자에 쌀겨를 깔아 약간 높은 곳에 두었습니다. 밭을 뒤집다가 지렁이 군단을 발견하면 일일이 잡아서 닭들에게 진상하였습니다.

  얼마 후 달걀을 낳기 시작하여 우리는 생애 처음으로 닭을 직접 길러 낳은 자연산 달걀을 먹기 시작했는데 달걀이 얼마나 고소하고 맛있는지 프라이 보다는 생달걀을 많이 먹었어요.  조그만 그릇에 달걀을 깨고 참기름을 조금 뿌려 마시면 정말 고소하고 감칠맛이 끝내주는데 먹고 난 뒤 1시간이 지나도 그 냄새가 입에서 날 정도입니다.   할인점이나 동네 슈퍼에서 파는 달걀하고는 정말 차원이 다릅니다.

  한번 달걀이 생산되기 시작하자 정말 무섭게 낳기 시작하대요.  우리 식구 세사람이 아무리 먹어도 달걀은 날로 쌓여만 갔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모아서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고 형제들이 오면 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달걀을 먹어 본 사람들로부터 자꾸만 주문이 쌓여 갔습니다.  그렇게 닭 기르는 일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글 : 구행복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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