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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의 좌충우돌 시골생활기- 4편(닭장 건설 5개년 계획)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4-03 12: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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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68호, 4월4일] 달걀 만드는 작업   처음에는 닭이 어떻게 달걀을 낳는지조차 몰랐습니다.  어느 날 수탉이 암..
[제168호, 4월4일]

달걀 만드는 작업
  처음에는 닭이 어떻게 달걀을 낳는지조차 몰랐습니다.  어느 날 수탉이 암탉위에 올라타더니 1초도 안되어 내려 오대요.(19금)  아내에게 물었더니 달걀을 만드는 작업이라나 뭐라나.  20여 마리 중 수탉이 한 마리인데 달걀이 만들어지는 숫자만큼 암탉의 등이 벗겨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내가 닭장으로 들어가면 수탉이 공격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날카로운 부리로 쪼아대는 바람에 기겁을 하고 도망쳐 나와서는 나보고 들어가서 모이를 주고 청소를 하라는 바람에 졸지에 들어가기는 했는데 수탉의 공격이 너무 강해서 나도 줄행랑을 치고 말았습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전열을 가다듬은 후 긴 막대기를 가지고 들어가 공격하는 수탉을 사정없이 내려쳤더니 꼬꼬댁하며 도망가대요.  그렇게 하여 일단 기선을 제압하는 데는 성공.  며칠 후 퇴근하여 집에 도착하니 아내가 헐레벌떡 뛰어오면서 하는 말이
"여보 큰일 났어요. 닭들이 다 도망가고 한 마리도 없어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하느냐 웃으면서 닭장으로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닭장이 텅 비어 있지 뭡니까?
"아니, 닭들이 다 어디 갔지?"
그렇게 하고 있는데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보, 저기 밭에 다 있어요."

  닭들이 성장하다보니 닭장의 벽을 훌쩍 넘어서 밖으로 탈출을 했는데 한 놈이 그렇게 하니 다른 놈들도 따라서 밖으로 달아난 모양입니다.  그런데 밤이 되면 저절로 닭장으로 돌아오는 줄도 모르고 우리 부부는 그놈들을 닭장으로 몰아서 넣느라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지만 20마리의 닭을 초보들이 컨트롤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닭을 모느라고 뛰어다니니까 얼마나 숨이 차겠어요?  갑자기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하대요. '이것들이 주인도 몰라보고...'  긴 몽둥이를 찾아 단단히 쥐고 닭들을 강하게 몰기 시작했는데 19마리는 그런대로 닭장 방향으로 모여 가는데 유독 한 마리가 자꾸만 밭으로 도망가는 게 아닙니까?  일단 도망간 놈은 놔두고 19마리는 닭장으로 몰아넣고 문을 잠그는 데 성공.  사실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지만 말입니다.

  도망간 한 놈을 우리 부부가 몰아대는데 환장하겠대요.  이놈이 정말 사람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우여곡절 끝에 겨우 겨우 아내가 닭을 잡았습니다.  화가 잔뜩 난 나는 가지고 있던 몽둥이로 닭 머리를 힘껏 내리쳤습니다.
"빌어먹을 놈의 새끼가 사람 놀리는 거야 뭐야!"

  몽둥이세례를 받은 닭이 눈을 까뒤집더니 머리를 툭 내려뜨리고 죽어버렸습니다.  아내가 나를 쳐다보며 원망어린 눈으로 하는 말이 "여보!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내리치면 어떡해!" 그러면서 죽은 닭을 털썩 땅바닥에 던졌습니다.

  그런 소리를 듣고 보니 내가 너무 급하게 몽둥이로 내리친 것이 후회가 되기도 하여 죄 없는 땅바닥만 몽둥이로 내리치며 쩝쩝 한숨만 쉬고 있는데 갑자기 쓰러졌던 닭이 벌떡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비틀 비틀거리며 도망을 가려고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지 몇 걸음 가다가 쓰러지고 또 쓰러지고...  그러자 아내가 하는 말
"어마! 안 죽었네, 기절했던가 봐"  

  아내는 닭을 닭장에 넣어주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닭장으로 가보니 20마리가 씩씩하게 살아있대요.  어이가 없어 아내와 나는 마주보며 웃었습니다.  이제는 닭장 문을 닫는 것이 의미가 없으니 아예 닭장 문을 열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말대로 밭 한쪽에 지붕이 있는 새로운 닭장 건설 5개년 계획에 착수 하였습니다.


닭장 건설 5개년 계획
  밭 귀퉁이에 닭장을 지으려고 재료를 나르고 있는데 옆집 아주머니가 보기에 제가 하고 있는 꼴이 궁금했나 봅니다.  슬금슬금 오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뭐 지을라꼬 그라능교?"
"예, 닭장을 아래채 뒤편에 지었더니 닭들이 커서 날아 다녀서 아무래도 지붕이 있는 닭장을 지어야 할 것 같아 여기에다 닭장을 지으려고요"
"쯧쯧..." 혀를 차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아래채 있는 닭장에다가 지붕만 달면 안되능교? 뭐할라꼬 힘들게 닭장을 지을라꼬 하능교?"
"닭똥 냄새도 나는데다가 집 앞이라서 아무래도 집 뒤쪽에다가 짓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아주머니는 아무래도 제가 하는 꼬락서니가 맘에 들지 않는 듯 연신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참 생각하다가 하시는 말씀이
"여기는 족제비가 많이 나와서 닭을 잡아 묵을낀대... 그라몬 닭집을 지을 때 땅을 깊게 파서 스레트 같은 것으로 울타리를 허리까지 치고 그 위에 철망을 붙여야 좋을낀대..."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라고 이왕 짓는 거 쪼금 넓게 지어서 토끼도 같이 기르는 것이 좋을낀대...  그라몬 닭 병도 안하고..."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아내가
"여보, 아주머니 말씀대로 하는 것이 좋겠어요.
족제비가 나타난다고 하니 땅을 깊게 파서 스레트로 확실하게 벽을 만드는 것이 좋겠어요"

  그렇게 하여 처음 닭장으로 계획된 집이 닭-토끼 공동주택으로 변경되었고, 졸지에 삽으로 땅을 30센티미터 이상 파야하는 고된 노동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토끼와 함께 기르면 좋다고 하신 이유는 토끼의 오줌이 강한 알칼리성을 띠고 있어서 일종의 소독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믿거나 말거나...


닭과 토끼의 공동주택  
  주말을 이용하여 장에 가서 필요한 철망과 철사, 그리고 필요한 물품을 사오고 드디어 땅을 파는 기공식에 아내와 저가 참석하여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땅 파는 삽질.  이거 장난이 아니데요.  가로 세로 각각 3미터가량 깊이 40센티미터로 땅을 파고 나니 삭신이 아프고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 하겠더라구요.

  늘 이 일을 하시는 분들이야 모르겠지만 365일 책상에 앉아 손가락만 까닥대는 일을 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나 과분한 작업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주 동안 틈틈이 닭장을 만드는 일에 매진을 한 결과 한달 뒤 드디어 닭과 토끼의 공동주택이 완성되었고 아래채 뒤편에 있는 닭들을 새집으로 이사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이웃집에서 키우던 토끼 암수 한 쌍을 새 식구로 입양을 시켰습니다.  닭장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며 우리 부부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왠지 부자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며칠 뒤.  닭들은 부지런히 풀을 뜯고 있는데 토끼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거 괜히 시작해 가지고 글 쓰느라 죽을 지경입니다.  어느 분이 1,000편까지 연재를 기대하신다고 했는데 시골에 살아보니 1,000편이 아니라 하루하루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전부 재미있습니다.  사실 제가 이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나중에 보시면 알겠지만 초점은 아이들의 교육에 관한 보고서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대부분의 님 들은 이제 귀한 자녀분들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실 시기가 된 분들이 많으실 줄 압니다.  시간이 허락하면 나중에 자세히 쓰겠지만 저는 언제나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젊은 시절의 하루는 나이 들어 1년과 맞먹는 위대한 시기라는 것을.


<글 : 구행복 9happy0508@hanmail.net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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