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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의 좌충우돌 시골생활기 - 8편("사자의 꼬리보다 닭의 머리가 낫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5-03 13: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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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72호, 5월4일]   보금자리를 시골로 옮긴 후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어느 덧 아들이 중학교 갈 시기가 되었습니다. &nbs..
[제172호, 5월4일]

  보금자리를 시골로 옮긴 후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어느 덧 아들이 중학교 갈 시기가 되었습니다.  막상 중학교 문제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니 입시철만 되면 TV화면에서 보이던 극성스럽기까지 한 사람들의 행동이 아주 조금씩 이해가 되더군요.  마침내 저도 보통 사람들과 같이 아들의 교육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때때로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볼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대답합니다.  "네가 가장 잘하는 일은 분석과 대책 수립이다."

  기게 설계라는 직업으로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탓도 있겠지만 저의 성격상 이런 일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설계하시는 분들은 잘 알고 계시겠지만 어떤 제품-저는 주로 자동화 설비를 설계 합니다-을 설계할 때 일의 순서는 언제나 변함이 없습니다.

  먼저 그 설비에서 만들어 질 제품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어떤 방식으로 설계를 할 지 방향을 잡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때는 설계할 기계와 유사한 제품들에 대한 책을 보거나 제품이 있는 곳을 견학하기도 하고 때로는 어느 회사에 몰래 잠입하여 훔쳐보기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방향을 정하고 나면 구체적인 설계에 돌입합니다.  구체적인 설계에 돌입을 하더라도 부딪치는 문제는 많습니다.  그런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을 하고 어렵게 설계 도면을 완성하여 그 도면으로 여러 가지 공정을 거쳐 최종 제품을 조립합니다.

  초보단계일 때는 설계한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거의 100% 폐기시키고 다시 만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일수록 문제도 조금씩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문제가 생기더라도 폐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조금만 손을 보면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그만큼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문제를 미리 예상할 정도의 수준이 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그런 능력이 도면에 반영이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좀 더 뛰어난 성능을 가진 제품의 설계가 가능해지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습니다.

  아내의 이야기로는 누구네 집 딸은 시내의 00중학교로 간다고 하고, 00집 아들도 근처의 중학교로 가는데 하나뿐인 우리 아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지 걱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상 결코 학교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부모는 없겠지만 당시 저의 형편으로는 아들을 시내로 통학시킨다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우선 집에서 시내까지 통학하는 교통이 문제였습니다.  듣기로는 한 달 5~6만원에 등하교를 시켜준다는 봉고도 있고, 학원에 등록하면 학원버스로 등하교를 시켜준다고 하더군요.  물론 그렇게 하면 등하교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365일을 3년간 그렇게 등하교를 한다는 것이 끔찍했습니다.  차라리 시내로 이사를 가는 것이 낫지...

  거의 한 달간 이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물론 아내와 아들하고 셋이서 토론도 많이 했습니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아들은 아직 확실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아내는 은연중 시내에 있는 학교로 갔으면 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더군요.

  왜냐하면 집 근처에 있는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수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골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시내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많이 다릅니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것도 있겠지만 사람이라는 것이 환경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느냐에 따라 때로는 인생관도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골의 가정은 아이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여건이 못 됩니다.  그럴 뿐 아니라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주위에 미친 듯이 공부하는 아이들이 없고, 부모들도 그렇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열심히 하려고 해도 제풀에 지쳐 그만 두게 됩니다.  그것은 혼자서 42.195km 마라톤을 달리는 것과 같은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초등학교부터 공부하고는 담을 쌓은 아이들이 많다 보니 심지어 한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학교에 아이를 보내서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곰곰이 생각할수록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고민을 나누어 걱정해 줄 사람도 주위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 외출한다고 말하고 시내에 나갔습니다.  제가 말한 사람은 사장님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사장님 다음으로 높았거든요.  책방에 갔었습니다.  많은 책들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책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000 서울대 가다" 라는 책이었습니다.

  내용은 시골에서 혼자 공부하여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에 진학한 사람이 쓴 책이었는데 혼자 공부를 하면서 고통스러웠던 일들과 그 고통을 스스로 극복한 일들이 아주 소상하게 쓰여 져 있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누군가가 시골에서 혼자 공부하여 서울대 합격했구나, 참 장하다 하고 간단히 넘어 갔으련만 막상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보니 적혀있는 내용들이 전부 내가 경험한 일인 것처럼 너무나 생생하게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책을 사 가지고 집으로 와서 열심히 읽었습니다.  아내에게도 읽으라 하고 다 읽으면 아들에게 읽으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일로 인하여 저는 그 후로 문제가 있을 때마다 관련된 많은 책을 많이 읽게 되었고 고민에 대한 해답을 그 책에서 찾아내고 분석하고 대책을 수립하여 반드시 행동에 옮겼습니다.

<글 : 구행복 9happy0508@hanmail.net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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