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74호, 5월18일]
아이작 정 '문유랑가보' … 르완다의 비극과 용서 그려
"슬프고 작은 영화예요. 칸..
[제174호, 5월18일]
아이작 정 '문유랑가보' … 르완다의 비극과 용서 그려
"슬프고 작은 영화예요. 칸에서 초청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깜짝 놀랐죠."
재미교포 2세 신인감독 아이작 정 (한국이름 정이삭·28·사진)이 장편 데뷔작 '문유랑가보'로 16일 개막하는 제60회 칸영화제에 공식초청됐다.
그가 진출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과 김기덕 감독의 '숨'이 초청된 경쟁부문과 함께 칸영화제의 간판 격인 섹션. 무명의 신인감독이 안목 까다로운 칸영화제의 낙점을 받은 것도 대단하지만,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의 내용 역시 예사롭지 않다. 1990년대 중반 종족 간에 참혹한 내전을 겪었던 르완다의 이야기다. 극중 주인공 소년의 이름인 '문유랑가보'는 본래 르완다 말로 최고의 전사(戰士)라는 뜻. 난리통에 부모가 학살된 소년이 그 복수를 하러 길을 떠났다가 결국 용서를 배우는 줄거리다.
아프리카 내륙의 나라 르완다와 감독의 인연은 2005년 결혼한 부인을 통해 시작됐다. 홍콩 출신인 부인은 지난 3년간 여름마다 르완다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했고, 감독도 지난해 여기에 동행해 현지 아이들에게 영화, 사진을 가르치는 역할을 맡았다.
이번 영화도 그런 수업의 연장으로 시작해 학생들과 함께 시나리오를 썼다. 출연진 역시 극중 주인공처럼 전쟁 때문에 부모를 잃고 떠돌이 신세가 된 아이들을 포함, 전문배우가 아니라 르완다의 보통사람들을 기용했다. 대사는 전부 키냐르완다(Kinyarwand), 즉 르완다 말이다. 감독은 "르완다를 배경으로 외국인 배우가 영어로 연기하는 영화가 아니라 진짜 르완다 영화를 찍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그의 꿈은 본래 의사였다. 예일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다 재미 삼아 들은 영화 관련 강의가 진로를 바꿔 놓았다. 트뤼포 같은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의 영화를 보고 "사람의 마음을 강력하게 움직이는 힘에 고무됐다"고 돌이킨다. 이후 유타대에서 영화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1일 만에 촬영을 마친 이번 영화의 제작비는 불과 3만 달러(약 2800만원). 비싼 사립대 대학원에 가는 대신 첫 영화를 찍을 때 쓸 결심으로 이리저리 모아둔 돈이다.
"영화든 어떤 예술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입니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도 르완다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까를 많이 생각했어요. 감독이 한국 사람이다, 배우가 르완다 사람이다를 떠나 관객과 보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영화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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