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82호, 7월20일]
감식초와 가오리무침의 궁합
자연스럽게 익은 감의 육질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달콤하지만 카바이드로 강제적으로..
[제182호, 7월20일]
감식초와 가오리무침의 궁합
자연스럽게 익은 감의 육질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달콤하지만 카바이드로 강제적으로 익힌 감의 육질은 익어서 물처럼 변한 육질과 아직 익지 않아 단단한 육질이 부자연스럽게 섞여 있습니다. 이런 감은 두 조각으로 나누어 보면 그 상태를 확실히 알 수가 있는데 이런 육질을 먹게 되면 서로 뭉쳐서 간혹 변비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제가 시골에서 16년간 살면서 가을되면 본의 아니게 홍시 감을 엄청 먹게 됩니다. 따면서 떨어드린 감은 아깝다고 묻은 흙을 툴툴 털고 먹고, 냉동 저장할 목적으로 감을 숟가락으로 긁고 남은 껍질에 묻은 것이 아까워서 마구 먹게 되는데 지금까지 홍시 때문에 변비로 고생한 기억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렇지 않을까 추측해 보는 것입니다.
감식초하고 무엇이 가장 궁합이 맞을까? 저의 경험으로는 가오리무침이 아닐까 합니다. 감식초가 익을 무렵이 되면 싱싱한 가오리를 사기 위해서 저는 바닷가로 향합니다. 싱싱한 가오리를 깨끗이 손질하여 얼음이 담긴 아이스박스에 담아 집으로 옵니다. 아내는 이것을 숭덩숭덩 큼지막하게 썰어서 감식초로 만든 초장과 근처 야산에서 캐 온 갖은 야채와 버무립니다. 뒤에서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기다리고 있는 제 입으로 큼직한 놈 한 놈을 맛보라고 넣어 줍니다. "어때요?" "그래! 바로 이 맛이야!"
그리고 이웃들에게 전화를 합니다. 그러면 입가에 침을 바보처럼 질질 흘리며 우르르 몰려오죠.
새콤하며 감칠맛 나는 감식초와 어우러진 가오리의 살집에서 우러나는 풋풋한 바다 내음과 자연의 맛. 이럴 때 비록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시골에서 살아가는 참 맛을 느끼게 됩니다.
<지난 번 글 중에서 감식초와 레몬으로 만들어 묵힌 액체를 바르면 아토피에 좋다는 글을 남겼는데 감식초도 좋지만 일반 소주가 더 좋다는 아내의 지적에 약간의 수정을 가합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
평소 늘 생각하던 것에 대해 정리를 해 봤습니다.
1. 수입과는 크게 상관없이 체력이 허락하는 한 일을 할수 있는 날까지 약간의 집중을 요하는 일(저의 경우 기계설계)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2. 죽는 그날까지 병자에게 무관심한 의사들에게 돈을 갖다 바치는 난치병에 절대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사람이 되는 것
3. 살아 있는 그날까지 사랑하는 아내에게 생활비외 별도로 매월 30만원의 사례금을 반드시 지불하는 사람이 되는 것
4. 아들이 결혼하면 아내와 아들 모르게 며느리에게 매월 20만원의 용돈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
5. 아들 부부와 매주 한편의 영화를 같이 보는 사람이 되는 것
6. 타고 다니는 차의 오일 게이지 눈금을 살피는 일에서 해방되는 사람이 되는 것
7. 가끔씩 가장 친한 친구 부부에게 맛있는 저녁을 대접하고 계산서 금액이 얼마가 될지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8. TV를 보다가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방송이 나올 때마다 서슴없이 가슴이 시키는대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9. 거래처 사무실이 있는 빌딩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청소하시는 아주머니에게 맛있는 점심을 사 드시라고 가지고 있는 용돈을 나누어 주는 사람이 되는 것
10. 유일한 취미인 음악 감상을 위해 CD나 LP를 구입하는데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11. 버스를 타고 다녀도 마음이 기쁜 사람이 되는 것
12. 비싼 옷을 입지 않아도 마음이 서글퍼지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13. 10년 이상된 중고차를 타고 다니면서 최신형차를 보고도 부러운 마음이 생기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제차는 16년된 엘란트라)
14.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통화 시간에 대한 계산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15. 가끔씩 공원에 나가 할일없이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에게 쓸쩍 용돈을 드리고 식사를 대접하는 사람이 되는 것
16. 일년에 최소 1개월 이상 아내와 같이 외국의 하숙집에서 지내며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관광을 하고 식사재료는 시장에서 구입하여 직접 해결하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되는 것
17.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전해 주는 사람이 되는 것
18. 주위에 있는 알고 지내는 모든 사람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것
19. 그리고 이 세상을 떠나기 전 열심히 일하여 모은 재산을 전 세계의 배고픈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는 사람이 되는 것
웬 뚱딴지같은 녀석이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멀쩡하게 살고 있던 아파트를 팔아 치우고 식구들이 몽땅 이런 산골로 이사를 왔는지 눈치를 보아하니 처음부터 대단히 궁금하게 생각하던 동네사람들이었습니다. 거기다 집을 짓는다고 멀쩡한 집을 때려 부수더니 집을 짓는 것인지 축사를 짓는 것인지 지었다 철거하기를 반복하였으니 당시 진퇴양난에 처해서 무지무지하게 어려웠던 저의 개인 사정을 모르고 있던 이웃 분들에게 저의 이런 행동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듯 산 위에서 굴러 떨어진 돌같이 이방인처럼 동네 사람들과 서먹서먹하게
지내던 시기도 조금씩 지나고 우리 가족의 허둥대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동네 사람들이 기가 찼는지 아니면 완전 맛이 갔다고 생각하여 동정어린 심정으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우리 가족이 아주 조금씩이나마 동네 식구로 인정받기 시작하던 어느 날.
날씨는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는데 힘든 시골생활에 적응이 되지 않아서 그런지 몸이 한없이 나른하기 짝이 없어서 이때야말로 보양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무엇을 해 먹을까 아내와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염소였습니다.
저는 어릴 적 장티푸스를 심하게 앓았습니다. 심하게 앓았다는 표현보다는 저승문턱까지 갔다가 천만다행으로 살아 돌아왔다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중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이상하게 몸이 으슬으슬 춥고 입맛이 없어서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상태로 며칠이 지나고 어느 날 학교 갔다 오는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그대로 땅바닥에 곤두박질 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아프기 시작하여 거의 3개월을 누워 있었습니다.
장티푸스란 병이 열병이라고 이름 부르는 이유가 열이 엄청 많이 난다는 특징이 있는 병으로 열이 너무 나서 한기가 들어 온 몸이 떨리는데 이빨이 부딪치는 소리가 달그락 달그락 하고 날 정도였고 부친이 이불을 2개씩 덮고 그 위에 드러누워도 들썩거리는 이불을 어쩌지 못할 정도로 열이 났습니다.
<글 : 구행복 9happy0508@hanmail.net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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