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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와 함께 떠나는 백두산 고구려 역사탐방 - 둘째 이야기, 상처입은 조국의 산하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7-20 15: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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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82호, 7월20일] 사라진 목소리   무엇엔가 단단히 화가 난 할머니의 단호한 목소리에 할 말을 잃었다.  머릿..
[제182호, 7월20일]

사라진 목소리
  무엇엔가 단단히 화가 난 할머니의 단호한 목소리에 할 말을 잃었다.  머릿속으로 재빨리 영화 필름 돌리듯 떠나오던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의 상황들을 펼쳐봤다.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한 데에 대한 역정을 내시는 것일까.  그렇더라도 내가 가이드도 아니고 TC도 아닌, 이번 여행 동안 함께 할 동반자이거늘, 좀 심하신 게 아닌가, 하는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화장실 가셨던 할머니가 오셨다.  함께 떠나온 4분의 할머니 중 가장 젊고 또 나를 가장 잘 아는 할머니였다.  이 순간을 모면할 절호의 찬스였다.  호들갑스럽게 반가워하며 달려가 손을 맞잡고 인사를 드렸지만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아, 이 할머니마저 나에게 단단히 화가 나신 모양이구나 싶어 와락 서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나를 붙들고 무어라 하시는데 입만 벙긋벙긋 하시지 전혀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눈이 동그래지는 나를 보며 다른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오늘 아침, 아시아나항공 라운지에서 샤워를 하고 나온 후 한기가 들어 저렇게 벙어리가 됐다고... 그제야 내게 그토록 역정 낸 할머니가 조금은 이해가 갔다.  함께 온 일행이 떠나자마자 저렇게 탈이 났는데, 믿고 따라온 로사라는 여자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질 않으니 화가 나실만도 했다.  죄송스러운 마음에 나 죽었네, 하며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올라  탔다.

여기가 아닌가 보다!!
  버스에 올라탄 할머니가 한 말씀 하셨다.  "이거 완전 똥차네, 똥차야!!"

  순간 와락 웃음이 났다.  그랬다.  이 버스에 대한 가감 없는 표현이 바로 '똥차'였다.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릴 때 마다 밑으로 쑥 꺼진 의자의 용수철이 간신히 체중을 떠받히며 삐걱댔고, 뒤에 앉아 왁자지껄 떠들던 아이들은 '엉덩이가 훨훨 날아다닌다'며 놀이기구라도 탄 양 신이 났다.

  이렇게 이러 저리 몸이 휘둘리다, 움푹 패인 길을 지나면 몸이 천정으로 의자로 붕붕 떠다니기를 몇 시간, 한 참을 가던 이 버스가 다시 온 길로 돌아갔다.  길을 잘못 들었단다.  우스갯소리로 하던 "아, 이 길이 아닌가부다"라는 얘기가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아, 정녕 이 길이 아닌가부다"  

  창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이 똥차의 지붕에서는 이제 비까지 새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어처구니없는 이 차는 비탈길을 올라 산길로 접어들다가 끝내는 냇물까지 철퍼덕 거리며 건너더니 질퍽대는 붉은 흙길을 어울렁 더울렁 굴러가고 있었다.  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던 우리는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그마나 이런 길이라도 잘 굴러가 주는 이 물건이 대견해 손잡이를 꼭 부여잡은 채 박자를 맞추며 차와 함께 출렁거렸다.  

상처입은 조국의 산하-단동, 압록강
  금방이라도 시동이 꺼질 것 같던 버스는 용케 우리를 단동으로 데려다 줬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압록강변으로 달려갔다.  압록강 위에는 북한경제의 생명선 역할을 하는 중조우호교가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한국전쟁 때 미군이 폭격을 해서 파괴한 압록강 철교가 그 때 모습 그대로 남아있어서 전쟁의 참혹함을 묵묵히 증언하고 있었다.  교량의 끊어진 부분이 마치 종잇장 찢어진 듯이 찢어지고 엿가락 휘듯이 휘어있었다.

  철교 양쪽으로 전쟁 때의 미군이 얼마만큼 잔인하고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는지, 이로 인한 중공군의 희생이 얼마나 컸는지 등을 상세히 설명한 게시판이 기둥마다 부착돼 있었다.  전쟁은 이렇게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양상이 180도 달라지니 참으로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다리 중간에서 하구쪽을 바라보면 단동과 신의주의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20 여 년 전만 해도 신의주 쪽이 경제적으로 훨씬 윤택해서 북한 사람들이 단동에 있는 일가친척을 도와줬다고 하던데, 그리 길지 않은 세월동안 단동 건너 신의주 땅은  풀 한 포기마저 생명력을 잃은 듯 정지된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압록강 유람선을 타고 중간께로 가서 신의주 땅 인근까지 접근하자 경기가 좋았을 무렵, 신의주에서 가장 유명했던 문 닫힌 식당들이 눈에 뜨였다.  그 옆에는 「21세기의 태양 김정일 장군 마세!」라는 플랭카드가 붉게 녹슬어버린 폐선박과 어우러져 을씨년스럽다 못해 기괴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단동을 향해 소리치는 「21세의 태양 김정일」은  과연 누구를 누한 누구의 태양일까...

<글 : 로사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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