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왕초보의 좌충우돌 시골생활기- 21편(만호씨의 비극)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8-09 12:49:56
기사수정
  • [제185호, 8월10일] 만호씨의 비극   하기야 저같이 미련한 놈이야 식구들을 데리고 이런 깡 시골에 와서 살지 보통 사람이라면 견디..
[제185호, 8월10일]

만호씨의 비극
  하기야 저같이 미련한 놈이야 식구들을 데리고 이런 깡 시골에 와서 살지 보통 사람이라면 견디기 힘들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 그 여인을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었지요.

  만호씨가 여인이 있는 곳으로 자주 찾아갔다는 말을 아내로부터 전해 듣고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을 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조금만 참고 이웃으로 같이 살아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 던 어느 겨울날.  혼자서 쓸쓸하게 지내던 만호씨가 자기 집 부엌 싱크대 아래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의 말로는 심장마비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해 겨울은 우리 가족과 동네 사람들에게 너무나 쓸쓸한 겨울이었고, 만호씨 개인에게는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누릴 기회도 갖지 못하고 혼자 쓸쓸히 쓰러져 죽음을 맞는 불행한 일이었으며, 현재 한국 농촌이 처해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아궁이의 부활
  겨울이 되면 따뜻한 아파트와는 달리 시골집들은 대부분 땅에 붙어 있기 때문에 서서히 추위와의 전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시골의 집이라도 최근에 지은 집들은 나름대로 보온에 필요한 여러 기술이 반영되어 건축되기 때문에 그다지 춥지 않은데 신축 주택에서 요즘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은 심야전기 보일러 방식입니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심야시간에 전기로 물을 데워 저장했다가 그 물을 순환시켜 난방을 시키는 구조로 저렴한 전기세가 장점인데 요즘은 너도나도 가세하는 바람에 전기세가 많이 인상되어 예전보다 비용이 저렴하지 않습니다.

  기름 값이 폭등하는 바람에 시골에서 겨울 난방비가 너무 부담이 되어 궁여지책으로 개발되어 나온 것이 기름대신에 장작불을 때서 물을 데워 난방을 하는 보일러가 등장하여 여러 집에서 이 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는데 비용절감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지금 시골에는 노인들뿐인데 노인들이 추운 겨울 날 산에 가서 나무를 잘라 와서 도끼로 장작을 만드는 일이 쉽겠습니까?

  IMF 이후로 제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도 한 달에 1~2드럼씩 비싼 기름을 사용하기가 부담스러워 여러 집에서 나무를 때서 난방을 하는 옛날 방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겨울날 아침에 출근한다고 동네를 나오면 온 동네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동네를 뒤덮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21세기 현대사회에서 경제적 이유 때문에 19세기의 난방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 하지 않습니까?

  그도 그럴 것이 난방유 1드럼이 비쌀 때는 18만원씩 했으니까 2드럼을 기름통에 넣으면 36만원이 됩니다.  가난한 시골 노인들이 한 달에 36만원을 난방비로 지출할 수 있겠습니까?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는 말을 하시는 분들이 많고 그러다보니 대다수 가정에서는 초저녁에 한두 차례 기름보일러로 방을 데우고 밤중에는 요즘 한창 많이 팔리는 전기 보온 장판을 깔고 겨울을 지나고 있고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을회관에는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와서 겨울철에는 하루 종일 보일러를 가동할 수 있어서 동네 할머니들이 하루 종일 이곳에서 생활을 하는데 아예 전기밥솥과 냉장고를 갖다놓고 식사도 해결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재미있게 지내고 계시는데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놀이는 10원짜리 고스톱.

  도시 주변이나 시골을 지나가다가 보시면 태양열 난방 집열판 지붕이나 마당에 설치되어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것 때문에 많은 문제가 일어나고 있고 얼마 전 방송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초기에는 그런대로 성능을 발휘하다가 조금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나서 대리점에 연락을 하면 연락이 되지 않아 시골 노인들이 어려움을 많이 당하고 있습니다.

  태양열 난방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경쟁이 치열해 지는데다가 대부분 대리점 형식으로 판매를 하는데 이 대리점이라는 것이 개인에 의존하는 방식이라서 영세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구매방식에 대해 잘 모르는 시골 노인들을 상대로 물건만 팔고 나서 없어져 버리는 대리점이나 회사들이 많은데 문제는 태양열 난방제품 구입할 때 정부의 지원금이 포함되어 있어서 기업들이 이 돈에 눈독을 들여 영업을 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리하여 요즘 시골에서는 기름보일러나 태양열 보다 예전 그대로 남아있는 아궁이 난방이 있는 집이 인기 만점입니다.  아궁이에다가 장작불을 1시간 정도 때고 나면 방바닥이 지글지글 끓는데 그 곳에 등을 붙이고 누워있으면 몸에 있는 모든 불순물들이 깨끗이 녹아내리고 몸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 것 같습니다.  아내의 친구가 지었다는 황토방은 바닥을 아예 옥돌로 깔았다고 하는데 이렇게 각 가정에서 횡토방을 만들어 살고 있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얼마 전 건너 마을에서 살고 있던 지인이 홀어머니와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 통에 부탁하여 매입한 건너 마을 집 아래채가 기와지붕에 아궁이가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이번 겨울에는 이 방의 아궁이에 불을 잔뜩 넣고 지글지글 끓는 아랫목에서 이리 저리 뒹굴며 누워 자면서 겨울을 보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는 저의 집 근처에 체험마을을 운영하는 집에서 200백년 집을 있는 그대로 복원했으니 구경 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갔습니다.  나지막한 뒷산에 얼굴의 여드럼처럼 붙어있는 작은 집이었습니다.  예전 시골집은 방천정의 높이가 키 큰 사람이 바로 서기가 어려울 정도로 방 높이가 낮지 않습니까?  창호지가 발린 격자무늬의 방문에 달려있는 고리를 열고 방으로 들어가니 도시에 서 살고 있는 여러분들이 먼저 와 계셨는데 방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 때문에 다들 얼굴색이 홍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한 쪽 구석에 가서 앉으니 엉덩이가 따뜻해지기 시작합니다.  여자분 중에서 어느 분이 말합니다.  "야! 좋다! 뜨끈뜨끈하고... 몸도 편안해지네..."  "그래 말이야... 하지만 예전에는 이런 곳에서 그 많은 식구들이 어째 살았을꼬?..."  옆에 있던 아저씨가 말을 거듭니다.  "이보시오, 아주머니들... 당신들 복 받은 줄 아시오.  예전에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모두 여기서 아들 딸 낳고 살았단 말이오.  이거 얼마나 불편했겠소.  방안에 화장실이 있소? 부엌이 있소? 세탁기가 있소?  여기 계시는 아주머니들에게 지금 여기 와서 살라고 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한 사람도 올 사람 없을건데..."

  옆에 있던 아저씨가 또 끼어듭니다.  "어허! 지금 세월이 어떤 세월인데... 당신,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시오.  요즘 여자 분들에게 밉보이면 끝장이라니까..."

  체험 마을을 운영하는 분이 말합니다.  "이렇게 조그맣고 지저분하게 보이는 방이지만 이래 봐도 원적외선으로 가득찬 방입니다.  옛날 우리 할머니들이 이 방에서 아들 딸 여러 명 낳고 키우고, 소 키우고, 밭일하고 하루 종일 혹사당하다가 요즘 같으면 다음 날 도저히 일어나지 못하겠지만 할머니들은 다음 날 새벽같이 벌떡 일어나 또 같은 일을 계속 했거든요.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겠지만 한편 생각해 보면 이렇게 절절 끓는 방에서 자고 나서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 소리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더라구요.


<글 : 구행복 9happy0508@hanmail.net / 계속......>
0
이태원_250109
홍콩 미술 여행
본가_2024
홍콩영화 향유기
굽네홍콩_GoobneKK
NRG_TAEKWONDO KOREA
유니월드gif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