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86호, 8월17일]
황토의 힘
그 방에서 1시간 정도 있었는데 처음에는 퀘퀘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몸이 ..
[제186호, 8월17일]
황토의 힘
그 방에서 1시간 정도 있었는데 처음에는 퀘퀘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몸이 편안해지고 뜨끈뜨끈한 방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있으니 잠이 스르르 오기 시작하더라구요. 200년이 지난 방이 가지고 있는 힘이랄까? 아니면 황토처럼 자연이 가지고 있는 힘이 아니었을까요?
그때 경험한 황토와 장작불의 뜨거움이 겨울 되어 집이 춥다고 아내가 호소할 때마다 자꾸만 생각나서 우리 집도 그렇게 만들어볼까? 하는 유혹을 강하게 받았지만 첫째는 시간이 부족하여 생각은 있어도 실행에 옮기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고, 둘째는 보일러 호스가 깔려있는 방바닥을 파고 구들을 놓아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었거든요.
황토 이야기가 나왔으니 경험 한 가지. 밭에 참깨를 심었더니 싹이 나오고 키가 5cm 정도 자랐는데 이상하게 잎이 누렇게 변하면서 시들시들해 지는 것이 아닙니까? 옆집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000 약을 치라고 하는데 우리가 먹을 작물에 약통을 들여대기가 싫어서 궁리 끝에 아침마다 뒷산으로 등산을 갔다 올 때 산에 있는 황토를 조금씩 가지고 와서 뿌려보면 안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했습니다.
아! 정말 신기했습니다. 참깨가 심겨져있는 비닐을 약간 들고 그 속에다 황토 한 줌씩 일일이 뿌려주고 난 며칠 뒤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이파리의 색이 진해지면서 활기를 찾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하여 산에 갈 때 아예 배낭을 메고 가서 황토를 가져와 밭에 심은 모든 작물에 황토를 뿌려줬더니 모두들 색깔이 날로 진해져 갔습니다. 그리고 작물들이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겨울 난방의 해결책 돌침대 만들기
이사를 와서 처음 1~2년은 그런대로 겨울을 보냈지만 차츰 시골생활에 적응을 해 가기 시작하니까 우리 집도 다른 집과 마찬가지로 겨울 난방이 가장 문제가 되었습니다. 더구나 아내는 추위를 가장 싫어했으니까 제가 얼마나 고민을 했겠습니까? 그래서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긴 것이 돌침대를 구입하여 장작불 아궁이 정도는 되지 않겠지만 조금이나마 겨울을 뜨겁게 지내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돌침대 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 당시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돌침대는 가격이 비싸서 구입하기가 부담이 되는 가격이었습니다. 저는 여러 대리점으로 가서 가격을 알아보고 절충한 결과 침대를 제외한 돌 보료만 150만원 주고 구입하기로 하고 돌 보료 밑에 놓을 침대는 제가 직접 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직업이 기계설계 아닙니까? 명색이 시골에 살면서 외형은 반짝반짝 빛나지만 화공약품이 잔뜩 발린 침대까지 구입한다는 것이 어울리는 일이겠습니까? 가격도 비싼데...
필요한 치수를 확보하여 도면을 그리고 필요한 나무를 구입하러 근처 목재상으로 갔습니다. 목재상으로 가서 좋은 나무를 구입할 때 힌트 한 가지. 무조건 목재상 건물 뒤편으로 가십시오. 그곳에는 목재상마다 팔고 남은 나무를 세워서 보관해두는 곳이 반드시 있습니다. 그곳에 보물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최소 1년에서 많으면 5년 정도 균열이 생기지 않고 자연적으로 건조된 나무들이 많은데 이렇게 균열이 생기지 않고 건조된 나무를 사용하여 어떤 제품을 만들어도 결코 균열이 가지 않는 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이런 나무 중에서 가장 좋은 나무를 구입하여 최고의 북셀프 스피커를 자작하는 것이 저의 계획입니다.
설계된 도면을 참고하여 넓고 좋은 나무를 5만원에 구입을 했습니다. 집으로 가지고 와서 우선 기계 대패를 가지고 모든 나무의 표면을 깨끗이 밀었는데 기계대패의 소음이 심하지만 시골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 아시죠? 하지만 3시간 이상 기계 대패질 하고 나면 손아귀와 허리가 몸에서 분리됩니다.
그 다음에는 절단 치수대로 표면에 표시를 하고 톱으로 깨끗이 자릅니다. 톱으로 자른 면은 먼저 손대패로 모서리를 제거하고 페이퍼로 깨끗이 다듬어 마무리합니다. 이 나무들을 결합하는 데는 못 보다는 나사못을 사용하는데 이때 필요한 공구는 요즘 많이 사용하고 있는 핸드드릴입니다.
먼저 결합될 두 나무에서 1층에 위치하는 나무에 표시를 하여 핸드드릴에 드릴을 물려서 일일이 구멍을 미리 뚫어 주는데 이유는 나중에 나사못으로 조립할 때 나사못을 쉽게 고정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침대를 밖에서 조립하면 크기와 무게 때문에 방으로 옮기기가 어려워서 밖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작업을 미리 해서 부품을 방으로 옮겨 조립하면 쉽기 때문입니다.
방바닥에 신문지나 넓은 천막을 깔고 가공된 부품을 방으로 옮겨서 나사못과 핸드드릴을 이용하여 나무 부품들을 조립합니다. 조립이 완성되면 준비해 둔 무광택 니스를 침대에 바르고 2~3시간정도 건조 시킵니다. 건조된 침대를 제자리에 놓고 청소를 한 후 돌침대 회사에 전화를 합니다. 왜냐하면 돌침대를 옮기기 위해서는 돌을 분리할 수 있는 커다란 진공빨판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리를 준비해놓고 돌침대를 운반해야 하거든요.
그해 겨울 저는 2조의 돌 보료용 침대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제가 만든 침대를 보고 이웃에서 젖소를 키우시는 분에게서 똑같이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여 돌침대 설치를 마쳐 난방 문제를 50% 해결한 후 그 다음 계획으로 벽난로 만드는 일에 착수를 하였습니다.
시골로 이사 오면서 생긴 변화 중 가장 큰 것을 말하라고 한다면 아내의 건강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점입니다. 이사 왔을 때 누가 보더라도 첫 인상이 건강하지 못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몸이 비쩍 마르고 얼굴에 윤기가 없었는데 그 당시 아내의 몸무게는 48kg. 동네 아주머니들이 아내를 처음 보고 하는 말이 "새댁... 몸이 그래 약해 갖고... 여기서 농사 우째 짓겠노?"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고 감기 후유증으로 생긴 비염 때문에 감기에 걸리면 골이 쏟아질 정도의 고통을 느끼면서 오랫동안 고생을 했었는데 시골로 이사를 오고 난 뒤부터는 그런 현상이 차츰 호전되어 갔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감기에 걸리는 일이 거의 없었고 어쩌다 감기에 걸리더라도 하룻밤만 자고 나면 대부분 괜찮았습니다. 이토록 비염은 오랫동안 아내를 괴롭혀왔는데 우연히 어느 분에게서 들은 메뚜기요법과 소금물을 이용한 가글 요법에 필이 꽂혀 끈질기게 사용하면서 "이 놈의 병 네가 이기는지 내가 이기는지 한 번 해 보자" 라고 끊임없이 전의를 불태우더니 마침내 고질병에서 완전 해방이 되었습니다.
산딸기 한입 가득 넣고 우물우물
봄부터 시작하여 여름을 거쳐 늦가을까지 시골의 생활 여건은 정말 좋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마당에 나가면 땅의 기운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데 추운 겨울동안 뿌리를 내린 각종 나물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 지천에 널려 있어서 소쿠리만 들고 나가면 식탁의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었고, 특히 우리 부부만 알고 있는 산딸기 구덩이가 있어서 봄이 되면 우리 부부는 산딸기 정말 많이 먹고 있습니다.
산딸기 따느라 수없이 나무 침에 찔리지만 자연의 힘을 그대로 담고 있는 산딸기 열매를 얻기 위해 그까짓 아픔쯤이야 얼마든지 견딜 수 있지요. 경험한 바에 의하면 산딸기는 한 주먹을 입에 넣고 볼이 터지도록 우물우물 거려야 참 맛을 알 수 있습니다.
<글 : 구행복 9happy0508@hanmail.net / 계속......>
ⓒ위클리홍콩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