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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의 좌충우돌 시골생활기- 23편(나 혼자 차고 짓기)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8-23 13: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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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87호, 8월24일] 나 혼자 차고 짓기   여름 날씨는 매우 덥고 습도가 높아 여러모로 힘들지만 산과 들에서 마구 자라는 각종 나..
[제187호, 8월24일]

나 혼자 차고 짓기
  여름 날씨는 매우 덥고 습도가 높아 여러모로 힘들지만 산과 들에서 마구 자라는 각종 나무와 풀에서 솟구치는 에너지를 듬뿍 받을 뿐 아니라, 낮 시간의 무더위에 지쳐 온 몸의 에너지가 고갈되어도 초저녁부터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실려 오는 알지 못하는 어떤 기운 때문에 지쳤던 몸은 즉시 생기를 되찾습니다.  특히 저녁을 먹은 후 샤워를 하고 마룻바닥에 누워 음악을 듣고 있으면 구름 속으로 한없이 몸이 점점 빨려들어 가는 듯합니다.  여름철만 되면 뉴스에서 열대야로 사람들이 잠 못 들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 전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가을이 되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열매들이고 그 열매들을 거두는 일이 엄청 힘들지만 이처럼 열매를 맺게 해 주신 자연의 위대함에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마침내 혹독한 추위를 동반한 겨울이 찾아옵니다.

  처음 1~2년은 무엇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후다닥 지나가 버리더니 경험이 조금씩 쌓여가면서 비로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슬슬 감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수많은 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아래채 옆에 차고를 짓는 일이었습니다.

  시골이다 보니 초가을만 되어도 새벽에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이슬 때문에 가장 큰 애로사항은 차의 유리에 이슬이 잔뜩 내려서 바쁜 아침 출근시간에 닦지 않으면 운전하기가 불가능하였습니다.

  그까짓 이슬 걸레로 잠깐 닦으면 안 되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몰라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침마다 출근시간에 시간이 모자라 허둥대기 바쁜데 걸레로 자동차 유리의 이슬을 닦는 일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슬에 묻은 유리는 생각처럼 간단하게 닦이지가 않았습니다.  특히 봄철에는 안개가 너무 심하게 생겨서 안개 때문에 앞이 안 보이는데다가 차의 유리까지 이슬에 잔뜩 젖어 있어서 운전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차고를 짓기로 하고 설계에 착수하였습니다.  2대의 차가 쉽게 주차할 정도로 크기를 정하고 기둥과 트러스는 나무로 제작하며 지붕은 지난 번 지붕 수리할 때 남은 스레트를 이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작업은 2인1조로 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노인들만 살고 있는 이 시골에서 누가 나의 일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하니 암담했습니다.

  당시 저의 마을에 살고 있는 분들 중 그나마 건강한 분들 중 대부분은 이런 시골구석까지 진출한 근처 회사에 일을 하러 다녔는데 월급은 얼마 되지 않아도 매월 현금을 받을 수 있어서 현금 구경이래야 가을에 겨우 구경하는 시골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나이가 드신 노인들만 집에 남아 계시는데 노인들도 오전 10시가 되면 모두 어디론가 가십니다.

  어디로 가시는가 하면 근처 큰 도시에 있는 한의원에서 노인들을 승합차로 모시고 가서 아픈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공짜로 치료해 주고 점심식사까지 제공하면서 나머지 시간에는 물리치료실에서 하루 종일 치료를 받으시다가 저녁 무렵에 집으로 모시고 옵니다.  물론 한의원은 보험공단에 치료비를 청구하겠지요.  사정이 이러하니 낮으로는 동네가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유령의 마을처럼 되고 맙니다.

  그렇게 주중에는 직장을 다니고 주말에는 농사를 짓는 가정이 대부분이어서 무엇을 도와달라고 부탁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하려는 일이 먹고 사는 일하고는 상관이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연구 끝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는 작업 방법으로 차고를 짓기로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세밀한 설계와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나무를 구입하고, 기초할 때 필요한 세멘트와 모래, 긴 못, 스레트 못, 페인트 등 여러 자재를 구입하여 작업에 돌입하였습니다.

  먼저 설계도대로 정확하게 나무를 잘랐습니다.  그 다음 기둥을 세울 곳을 정해서 구덩이를 파고난 후 준비된 나무를 이용하여 한쪽 벽체를 먼저 조립하였습니다.  그렇게 2개의 벽체를 각각 조립한 후 아내를 불러 한쪽 벽을 기초구멍에 맞추어 세운 후 아내더러 잡고 있으라 하고 보조막대를 벽체와 아래채 기둥에 재빨리 임시로 고정시켰습니다.

  그 다음 반대 벽체를 세우고 아내더러 잡고 있으라 한 뒤 재빠르게 서까래 기둥으로 두 벽체를 간단히 연결하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어느 정도 틀이 잡히면 저 혼자서 사다리를 이용하여 슬슬 조립해 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한쪽 벽체만 독립적으로 보면 헐렁하게 생긴 것이 아무런 힘이 없어 보이지만 이 모든 것들이 조립되어 엮이고 나면 굉장히 튼튼하게 변합니다.  이렇게 골조 공사가 마무리되면 이제 스레트를 올려 스레트 못으로 지붕을 완성하고 페인트칠까지 완전히 마무리하는데 한 달 정도 걸렸습니다.

  차고를 만들어 차를 차고 안에 주차를 시켜 놓으니 좋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아침으로 차 유리에 잔뜩 내려앉은 이슬을 닦지 않아서 좋고, 차가 이슬을 맞지 않으니 항상 건조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어서 좋고, 햇볕을 직접 받지 않아서 좋고, 웬만한 비가와도 차가 비를 맞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거기다 가을철에는 이 차고가 여러 가지 열매를 말리고 보관하는데 요긴하게 사용되었습니다.


두 번째 작업, 벽난로 제작
  이렇게 차고 공사를 마치고 나니 이제 벽난로 공사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벽난로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였습니다.  벽난로를 완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 많았지만 가격도 비쌀뿐더러 우리 집 여건과 맞지 않았습니다.  저희 집은 처음부터 벽난로를 설치할 계획으로 집을 지은 것이 아니라서 마땅히 설치할 장소가 없었고, 완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벽난로 대부분은 굴뚝을 설치하는 방법이 지붕을 뚫고 직선으로 설치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방법이 연기가 집안에서 머물지 않고 빨리 연통으로 빠져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자면 우리 집 천정을 뚫고 지붕의 스레트를 관통하여 굴뚝을 세워야하는데 스레트를 둥글게 절단할 방법도 없을뿐더러 비가 오면 방수가 될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직접 벽난로를 만드신 분들의 자료사진을 보니 벽 한쪽의 일정부분을 밖으로 돌출되게 만들어 그곳에 벽난로를 설치하고 굴뚝을 만드는 방법을 보여주시는데 저의 집은 그럴만한 공간이 전혀 확보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검토 끝에 벽난로를 직접 제작하는 길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이유는 제 직업이 기계설계인데다 벽난로를 저렴하게 제작하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벽난로 제작에 돌입했는데 재료는 스텐레스로 결정했습니다.  왜냐하면 주물이나 기타 철판으로 제작하면 머지않아 녹이 슬어 관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집은 모두 신발을 벗고 생활하기 때문에 집안에 있는 벽난로도 그에 따라 오랫동안 사용하여도 녹이 슬지 않는 스텐레스로 제작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글 : 구행복 9happy0508@hanmail.net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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