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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와 함께 떠나는 백두산 고구려 역사탐방 - 아홉 번째 이야기. 두만강 푸른물에 노젓는 뱃사공은 어디로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9-13 18: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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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89호, 9월14일] 유황온천에 몸을 담그고...   유황온천에 삶아진계란으로 허기를 감추고 내려오는 길도 숨이 멎을만큼 아름다웠다..
[제189호, 9월14일]

유황온천에 몸을 담그고...
  유황온천에 삶아진계란으로 허기를 감추고 내려오는 길도 숨이 멎을만큼 아름다웠다.  운무에 감싸인 백두산 정상은 아직도 깊은 신비속에 잠겨있었다.

  이름모를 들풀과 하늘거리는 꽃들이 가득한 오솔길은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켜고있는 백두산 자작나무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산이 가파라 폭포에 오르지 못하고 산 허리께에 앉아 있던 할머니들은 우리를 얼마나 목 빠지게 기다렸는지 우리 모습이 보이자마자 손짓을 하며 빨리 오라고 성화를 대셨다.

  우리 일행은 먼저 유황온천에 들어가 온천욕을 즐기기로 하고 호텔 내에 있는 온천으로 달려갔다.  

  수증기가 가득한 온천, 바가지로 물 끼얹는 소리, 철철 넘치는 뜨거운 물, 비누냄새... 아 얼마 만에 들어와 보는 목욕탕인지...  그 사연 많은 밤기차를 탄 후 여태껏 세수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지 않은가.  내 평생 이렇게 꼬질스런 여행은 처음이다.

  유황냄새가 나는 목욕탕에 들어가 몸을 푹 담그니 이게 천국이다 싶었다.  설설 끓듯 뜨거운 온천수가 뼛속 깊숙이 들어가 피로를 한 순간에 씻어주고, 할머니들은 벌써 서로 등을 쓱쓱 밀어주며 때를 벗기고 계셨다.

  내가 나가려 하자 마리아 할머니가 내 등을 밀어주겠다며 나를 붙들어 앉혔다.

  할머니가 얼마나 시원하게 때를 밀어주시던지 근질근질했던 등이 한 꺼풀 벗어져 금새 날개라도 돋을 듯 했다.  

  인근 한식당에서 지금까지 먹었던 음식 중 가장 맛있는 점심을 먹은 후 다음에는 슬픈 중국의 장백산이   아닌 기쁜 우리의 백두산을 보러 오겠다고 다짐하며 이별을 고했다.


두만강 - 도문강
  백두산 등정을 마친 후 우리는 두만강으로 향했다.  두만강 중류라고 하는 중국과 북한의 변경지역인 중조변경지역에 이르는 길에 보니 두만강 너머 북한을 이어주는 철로가 어렴풋이 보였다.  중국 땅에 걸쳐진 다리에는 붉는 페인트가, 북한 땅의 다리에는 푸른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붉은 철로를 따라 푸른 철로까지 걸어가는 관광객들도 보였다.  

  잠시 후 버스가 멈추어 섰다.  두만강 이란다.  그런데 웬일인지 두만강이 도문강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있었다.  백두산을 장백산이라 부르듯 중국은 두만강(豆滿江)을 도문강(圖們江) 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들이 도문강이라 부르는 이 강이 정말 우리의 두만강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젖는 뱃 사~~공~~"의 푸른 물은 어딜 가고 이렇게 누런 황토물이 시냇물처럼 졸졸 흐르는가.  

  이건 그들의 도문강이고 우리의 푸른 두만강은 다른 곳에 있을 거리고 억지라도 부리고 싶었다.  게다가 두만강은 황토 빛만이 아닌 흑 빛까지 띠고 있었다.  
가이드에게 드넓고 푸르렀던 두만강이 왜 이렇게 어처구니없게 변해버렸느냐고 묻자, 북한이 탈북자 색출을 위해 산의 나무를 잘라내면서 토사가 내려와 쌓였고, 게다가 공장지대의 공업용수까지 그대로 방출돼 이렇게 오염됐다고 했다.

  아, 두만강 푸른 물은 이제 노랫말 속에서만 존재하는가.  상념 속에 잠겨 멀리 북녘산야를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바람결에 '눈물 젖은 두만강' 노래가 구슬프게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노래를 부르는 마리아할머니의 큰 눈에 눈물이 가득 담겨있었다.  말없이 두만강만 바라보며 울음을 삼키던 할머니는 급기야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리셨다.  

  자신은 저 두만강을 넘어 이남으로 피난을 왔지만 다른 가족들은 아직도 저 이녘땅에 살고 있을 거라며 엉엉 우시는 할머니.  그 할머니를 달래다 자신마저 울음을 터트리시던 또 다른 할머니.  이산가족의 뼈저린 슬픔을 평생 끌어안고 사셨을 저 할머니들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얼마나 지났을까, 할머니들의 흐느낌이 차차 잦아드는 것을 보며 우리 일행은 나머지 일정을 밟기위해 다시 길을 나섰다.  

  멀리 차창 밖으로 멀어져가는 두만강이 더 없이 외소해 보여 가슴이 저려왔다.  

  환경오염과 인간의 무모한 행위들로 아픔에 몸부림치는 자연의 한 모퉁이, 국경을 넘어 만주벌로 엄한을 무릅쓰고 이주해오던 선조들의 많은 애달픔을 안고 두만강은 그렇게 소리 없이 흐리고 있었다.


<글 : 로사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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