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호, 11월 8일]
몇 해 전에 밭에 키우는 오이와 가지, 방울토마토를 위해 아예 영구적인 틀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
[197호, 11월 8일]
몇 해 전에 밭에 키우는 오이와 가지, 방울토마토를 위해 아예 영구적인 틀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대나무를 가지고 틀을 만들어 키웠지만 태풍이 불거나 해가 바뀌면 다시 제작해야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근처 공사장에서 주워 온 파이프와 파이프 연결용 밴드를 가지고 틀 제작에 착수했습니다.
땅을 파서 기둥 파이프를 세우고 각각의 가로대로 파이프를 연결한 후 몽키 스패너를 이용하여 밴드로 고정을 시킵니다. 일단 엉성하게 고정을 시켜놓은 후 조금 떨어져서 보면서 수평과 수직을 맞추는 방식으로 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 놓으니 태풍이 불어와도 끄떡없고 해가 바뀌어도 다시 제작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틀이 튼튼하니 작물도 잘 자라는 것 같습니다. 방울토마토 3그루와 오이 3그루만 심어놓으면 매일 따서 먹어도 먹는 속도보다 열리는 속도가 빨라서 정말 열심히 먹어줘야 해결이 됩니다.
시골에 처음 왔을 때 옆집과 근처에 있는 집 구경을 다니면서 의아하게 생각한 것이 많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아쉽게 생각한 것이 대부분의 시골집의 넓은 마당이 콘크리트 포장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넓고 좋은 마당에 잔디를 깔든지, 아니면 나무를 심으면 좋을 텐데..."
"그러게 말예요..."
그런데 시골에 살다보니 차츰차츰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야 흙이 좋고 잔디나 나무가 좋겠지만 시골에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것은 이상이 아닌 현실인지라 하나라도 일손을 줄여야 합니다. 넓은 마당에 잔디를 심거나 조경수를 심어서 예쁘게 가꾸면 좋겠지만 제가 해 보니까 이거 관리하는 일 보통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노인들만 살고 있는 시골에서 농사일만 해도 일손이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일에 신경을 쓰면서 관리할 여건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골집 마당은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집을 아름답
게 만들기 위한 조경수를 보기가 힘듭니다.
그런 여건에서 어느 날 이상한 사람들이 시골 산다고 이사를 와서 마당을 꾸민다고 날이면 날마다 땅을 파고 나무를 이곳저곳으로 옮겨 심는다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제 꼬락서니를 본 시골사람들이 속으로 저희를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을 했겠습니까?
거기다 나무에 무슨 원수라도 졌는지 담벼락을 사철나무로 왕창 심어놓았으니 봄이 되면 하루가 다르게 나무들이 자라기 시작하여 얼마 전 전지를 깨끗이 해 놓아도 비가 며칠 내리고 나면 금방 앞길을 절반 정도 점령해 버리니 이 꼴을 보신 이장님이 옆집에 놀러왔다가 참다 참다 못해 담 너머로 한소리 합니다.
"아따! 그놈의 나무 잘도 자라네!"
"얼마 전 전지를 했는데요..."
"예초기로 싹 잘라 버리지"
"키가 커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해서 예초기는..."
사철나무 전지는 잎이 자라기 시작하면 자주 해 주어야 가지가 크지 않은 상태가 되어 전지가 쉬운데 너무 힘이 들어 하루 이틀 미루다가 어쩔 수없이 전지를 해야 하는 때가 오면 가지가 굵어서 전지가위로 자르기 힘듭니다. 그럴 때는 어쩔 수없이 톱으로 가지를 잘라야합니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하여 하루 종일 해야 겨우 담벼락 사철나무 전지가 끝나는데 전지도 전지이지만 잘라진 나뭇잎과 가지 치우는 일도 난공사 중의 하나입니다. 담벼락 전지를 하고 난 다음날은 운전을 하지 못할 정도로 팔이 아픕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가려고 아래채에 넣어 둔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서는데 아내가 소리쳤습니다.
"여보!"
"왜?"
"여기 보세요, 나무가... 나무가..."
아내가 말하던 나무는 몇 해 전 봄에 제법 비싼 값을 치르고 심어서 애지중지 아
끼며 키우던 단풍나무로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새잎이 나오는 모양이 어찌나 아름답고 이제는 제법 키도 크고 가지가 아래로 퍼지면서 제법 모양새가 나와서 아내와 함께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나무였는데 이럴 수가... 나무에 제초제를 뿌린 듯 하루아침에 벌겋게 죽어 있는 것이 아닙니까? 대뜸 큰소리로 하는 말이,
"이거 누가 제초제 뿌린 것 아냐?"
"여보! 동네에서 설마... 누가 그러겠어요?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요!"
"그래도 그렇지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나무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
이야?"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로 아침 운동은 취소되고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회사로 출근을 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았습니다. 그까짓 나무야 또 심으면 된다고 할지 모르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제 손으로 직접 땅을 파고 심어서 애지중지 아끼면서 키운 나무가 죽었다고 생각하니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해 보아도 확실한 정보가 나오지 않아서 나무병원 전화번호를 알아가지고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를 받은 원장님의 말씀,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제초제를 뿌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저녁에 집에 가셔서 나무 기둥을 자세히 관찰해 보세요. 나무기둥에 바늘구멍 같은 것이 나 있을 겁니다. 뽑아서 태워야합니다."
저녁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랜턴을 비추면서 나무기둥을 보았지만 어두운 밤에 바늘구멍이 보일 리 있겠습니까? 날이 밝자마자 밖으로 나와 나무기둥을 유심히 관찰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역시 전문가는 달랐습니다. 지름 1mm정도의 구멍이 여러 곳에 나 있었고 나무 밑에는 그곳에서 흘러내린 듯 하얀 가루가 조금씩 쌓여 있었습니다.
원장님의 말에 의하면 벌레가 나무에 구멍을 내고 파고들면서 가지에 물을 공급하는 관을 잘라 버려서 나무가 갑자기 말라죽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추운 겨울에는 다른 나무와 달리 추울까봐 짚으로 둥지까지 만들어 허리를 감아주고 봄철에는 다른 나무에 주지도 않는 퇴비까지 주면서 애지중지 키운 나무를 이렇게 허망하게 뽑아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생각 끝에 에프 킬라를 가지고 와서 노즐에 긴 대롱을 달고 작은 구멍마다 약을 뿌렸습니다. 이놈의 벌레들 맛 좀 봐라! 벌레들이 죽으면 혹시 나무가 살아날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죽은 나무는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죽은 단풍나무를 뽑아서 불에 태워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즉시 장으로 가서 단풍나무를 사가지고 와서 그 자리에 심었습니다. 지금 새로 심은 단풍나무는 잘 자라고 있습니다.
<글 : 구행복 9happy0508@hanmail.net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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