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호, 11월 8일]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중국의 현대미술에 일어난 큰 변화 중의 하나는 젊은 화가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
[197호, 11월 8일]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중국의 현대미술에 일어난 큰 변화 중의 하나는 젊은 화가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 긍정적인 사조지만, 시장과 대중매체의 유혹이 여기에 슬며시 끼어들다보니, 만화 같은 이미지가 유행이 되고, 피상적인 그림들이 마치 무슨 스타일인 것처럼 되어버렸다.
이런 사조에 길들여진 화가들에게 '70년대 이후파', '80년대 이후파'라는 이름이 붙여지고 상당수 화가들은 고민 없이 이 물결을 타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물결을 타는 것이 결국엔 큰 바다로 흘러 묻혀버리는 것이라면 물길을 따라 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은 아닐 것이며 그에 대항하며 반대로 가는 것도 어쩌면 무모할지 모르겠다.
홍콩의 신화갤러리가 나에게 젊은 작가 초대전의 큐레이터 작업을 맡겼을 때, 나는 이런 연유로 '바다의 표면을 들어 올리는 달리'라는 초현실작가 달리의 작품을 떠올렸다. 이렇게 물결 출렁이는 바다와 같은 오늘의 중국 현대미술의 주소 앞에서 나는 뛰어난 젊은 작가들의 수작들을 모아 개인적인 예술적 추구에 초점을 맞추어 전시회를 기획하는 바이다.
린하이롱은 여성적이고 따뜻한 시선만을 가지고 있는 듯 보여도 실은 역사를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공간과 시간을 적절히 배합할 줄 아는 그녀의 작품들은 요즘 넘쳐나는 만화 같은 인물화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일 뿐 아니라 우리 각자가 가진 아련한 과거의 기억으로 잠시나마 돌아가게 한다.
한편 지나간 세월의 재현이라는 같은 주제를 이어가는 리우유지에의 작품은 풍자와 유머를 담고 있다. 그녀의 작품 속에 그려진 선전극(문화혁명동안유일하게 허용되었던 정치색 짙은 공연)들은 안타까운 중국 역사의 한면을 그녀만의 스타일로 그려낸다.
펑지앤종의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반응을 일으키게 한다. 어두운 배경과 절망적으로 보이는 인물들 그리고 일부러 크게 그린 눈은 젊은 세대가 성장하며 겪는 혼란과 상실, 외로움을 절절히 보여준다. 누가 감히 이 세대는 고통을 감내하기를 거절한다고 하는가. 이들은 단지 이전 세대가 야기한 역사적 책임으로부터고통받기를 거절하는 것 뿐이다. 인간이 좌절감에 깊이 빠지는 때는 종종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마저 잃었을 때이다.
리우얜과 탕밍웨이의 추상작업들 또한 훌륭하다. 리우얜은 전통적인 요소들을 현대적 기법으로 거침없이 그려내고 있으며, 탕밍웨이는 수학적 논리에서 영감을 얻는다. 두 화가 모두 회화의 정신에서 초점을 찾으며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그 정신을 통합하려는 노력을 끊이지 않고 있다.
요우진은 추상과 구상의 사이에서 포스트 모더니즘의 시대에 대한 반성과 의문을 풀어낸다. 충돌한 자동차들은 마치 화려한 색채의 파이프를 캔버스에 뿌려놓은 듯하지만, 부유하는 선들은 자기의 아름다운 모양과 충돌하는 것처럼 보인다.
장이와 훌리우의 작품들은 참가작들 중에 전통색이 가장 강하다. 장이가 그려내 는 청록색의 정교한 터치의 산수화는 자연에 대한 그의 강렬한 갈망이다. 한편 훌리우는 검은 실루엣의 커다란 꽃들을 8B 연필로 펼쳐놓는데, 보는 이들에게 마치 흑백의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전시 공간을 보다 활기차게 만들기 위해 나는 조각가 양타오와 청시앙을 초대하였다. 양타오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인체의 모습을 재미있게 보여주면서도,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을 다소 불안스러운 포즈로 담아낸다.
한편 청시앙은 머리, 몸, 자동차의 일부분을 비상하게 조합한다. 이런 초현실적인 작품들은 호리호리하고 기괴하며, 또 부자연스럽고 설명하기 어려운 스타일로 감상자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
다른 참가작들과 달리 리용의 비디오 아트는 도큐멘터리다. 도시에서 전원으로, 그리고 또 다시 전원에서 도시로의 변화를 기록하기위해 그는 가장 일상적인 여행의 모습을 사용한다. 작가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중국의 도시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 그리고 현재 도시와 전원의 차이들을 영상과 소리의 조합으로 생생히 그려낸다.
이 전시회는 젊은 작가들이 개별적인 창조자로서의모습을 드러내고자 노력 속에 기획되었다. 이들은 이 시대에 유행하는 이미지들에 극적으로 대항하거나 반대하지 않을지 모르나, 그 작품들은 유행성 이미지들과는 분명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하다. 다양성이야말로 현대미술을 끌어가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예술혼만이 대중문화와 소비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를 구원시킨다. 문화 사업의 지배적인 권력과 이데올로기에서 우리를 구해내 주관을 지키는 자유로운 창조자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작가들이 있어야 진정한 현대미술이 존재한다.
바다의 표면을 들어올리며, 이제 풍성한 해저세계를 들여다보자.
- 사천 미술학원의 배꽃이 무성한 언덕에서, 왕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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