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0호, 12월 7일]
홍콩에서 맞이한 첫 번째 주말. 지난겨울에 만나 알게 된 친구의 ..
[제200호, 12월 7일]
홍콩에서 맞이한 첫 번째 주말. 지난겨울에 만나 알게 된 친구의 사무실 동료 바실의 초대로 바비큐 파티에 가게 되었다. 이 날의 파티는 바실의 가족이 사무실 동료 전원을 초대한 제법 큰 파티로 바실이 살고 있는 Tuen Mun의 비치에서 열렸다. 겨울의 만남을 잊지 않고 초대해 준 바실에게 고마운 마음과 홍콩에서 보내는 첫 번째 주말에 대한 설레임으로 친구들과 함꼐 Tuen Mun으로 향했다.
긴 시간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에는 이미 바실이 마중을 나와 있었고, 반년만의 만남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반갑게 나를 맞이해 주었다. 비치를 따라서 한참을 걸어가니 커다란 바베큐 공원이 보였다.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바베큐 공원. 불을 피울 수 있는 화로가 여기저기에 보이고, 그 주변은 긴 테이블과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 수영을 할 수 있는 바닷가 근처라서 샤워장도 갖춰 있고, 공공 화장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수돗가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공간이다.
홍콩은 규모는 다르지만, 이런 공공시설들이 편리하게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점이 참 좋다. 그래서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야외로 나와 자연을 벗 삼아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늦은 오후 임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함께 혹은 친구들과 함께 모여 바비큐를 준비하는 홍콩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며, 멋진 저녁 시간이 되리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바실의 가족들이 미리 준비해 둔 장소로 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파티 준비에 분주하다. 친구들이 한국 음식을 좋아 한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은 터라 침사초이에 들러 몇 가지 음식들을 사 갔는데, 음식을 풀자마자 모두들 "와! 한국 음식이다."라며 우르르 달려왔다. 정말로 한국 음식을 좋아할까? 라는 나의 염려가 놀라움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국적이 모두 다른 그들이 입을 모아 어찌나 한국 음식을 칭찬하는지,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오랜만에 다시 만난 사람들과 반가운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숯이 빨갛게 익어 가고 있었다. 본격적인 바비큐 타임이다. 홍콩의 바비큐 스타일은 내가 알고 있던 방법과는 많이 달랐다. 석쇠를 놓고
그 위에 고기를 올려 익혀 먹는 방법이 아니라 긴 꼬챙이에 고기를 끼워 모두들 불 앞에 앉아 고기를 굽는다. 마시멜로를 구워 먹을 때와 같은 방법이다. 석쇠를 이용하면 더 빨리 굽고 편할텐데…라고 말하니, 이것이 홍콩 스타일이란다.
몇 번의 바비큐 파티를 통해 내가 느낀 점은 홍콩 스타일은 고기 익는 속도도 느리고, 모두들 불 앞에 모여야 하니,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다른 재미가 있다. 일단, 모두 한 곳에 모이다 보니 사람들과 금세 친해지게 되고, 고기가 늦게 익다 보니, 그 사이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꼬치를 이리 저리 돌려 굽는 것이 생각 보다 재미있어서, 나중에는 먹는 것보다 굽는 게 더 즐겁게 느껴진다.

오늘의 바비큐 고기는 닭고기와 소고기. 바실의 가족이 무슬림이라 모두 할랄 고기들이다. 파키스탄식 소스에 미리 재워 놓아 바비큐가 부드럽고 향긋하다. 숯불 속에 넣어 둔 감자와 고구마, 옥수수까지 먹고 나니, 어느새 주위가 어두워졌다.
여전히 바비큐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부른 배를 소화 시킬 겸 친구 몇과 바닷가로 나가 보았다. 해는 졌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맛있는 바비큐를 잔뜩 먹고,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걸으니 기분이 새롭다. 주말 저녁을 한가롭게 지내는 사람들의 모습에 내 마음도 여유로워진다.
잠깐의 산책을 마치고 바비큐 장소로 돌아오니, 모두들 마시멜로를 굽고 있다. 적당히 달콤한 냄새가 행복한 느낌이다. 얼마 전에도 같은 멤버들과 함께 바비큐 파티 타임을 가졌다. 조금씩 쌀쌀해가는 요즘 즐기는 바비큐는 따뜻한 불과 함께라 더 좋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저녁을 즐기며 보내는 행복한 시간. 홍콩의 바비큐 파티는 언제라도 좋다.
<글 : 박진경(luna1011@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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