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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 So Good! Hong Kong] 11월의 졸업식 - 홍콩의 졸업식에 가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12-14 10:5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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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01호, 12월 14일]   홍콩에 와서 만난 첫 번째 홍콩인 친구 시에나. 올해 여름, 우연한 만남이 특별한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
[제201호, 12월 14일]

  홍콩에 와서 만난 첫 번째 홍콩인 친구 시에나. 올해 여름, 우연한 만남이 특별한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나의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다.

  지난 달, 시에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신의 졸업식에 와서 함께 사진도 찍고, 가족들과 식사도 같이 하잔다.  함께 친구로 지내는 리카도 참석할 예정이니 오랜만에 세 명이서 즐겁게 보내자는데, 내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친구의 졸업식도 축하해 주고, 홍콩의 졸업식은 한국이랑 어떻게 다를지 한번 알아보자구!

  시에나의 대학은 Kowloon Tong에 위치한 Hong Kong Baptist University. 그동안 홍콩의 대학들은 지나가는 길에 밖에서만 보았을 뿐 실제로 들어가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한국에서 대학교라면 넓은 잔디밭과 운동장, 아름다운 캠퍼스가 먼저 떠오르는데 시에나의 대학은 전혀 달랐다.

  공원처럼 조성된 한국의 아름다운 캠퍼스와는 달리 빼곡히 들어선 건물의 분위기가 마치 관공서 같다고나 할까? 강의실의 구조 역시 조금은 딱딱한 분위기이다.

  보통 코스모스 졸업을 제외하고 2월에 진행되는 한국의 졸업식과 달리 홍콩은 11월과 12월 초에 각 대학의 졸업식이 진행된다.

  졸업식은 한 학생당 2장의 티켓이 배포되는데, 티켓이 있어야 만 식장에 입장할 수 있다.  보통 부모님이 참석하고, 식이 끝나고 나면 이후에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등 한국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다른 점이라면, 한국의 경우 졸업식이 있는 날은 지하철역부터 대학 캠퍼스까지 길게 늘어 선 꽃집들로 학교가 소란스럽고 붐비는 반면, 이곳에서는 그런 광경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들 미리 집 근처 꽃집에서 사온 꽃다발 하나만을 들고 있다.  대신, 손에 하나씩 인형들을 들고 있었는데 홍콩은 졸업 기념으로 인형을 구입한다고 한다.  남자친구가 있는 시에나에게 왜 남자친구가 오지 않았냐고 묻자, 오늘 바쁜 일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졸업식에 참석하는 애인을 두고 꽃돌이, 꽃순이라고 부른다고 하자 재밌어한다.

  시에나의 졸업식이 있고 나서 일주일 후 쯤, 함께 지내고 있는 친구의 대학원 졸업식이 있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느라 그동안 힘들었던 친구의 졸업을 축하해 주기 위해 다시 한  번 홍콩의 졸업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친구의 학교는 Hong Kong University. 워낙 학생 수가 많아 Huing Hom의 Hong Kong Coliseum   을 대관해서 식을 진행했다. 역시, Hong Kong University도 한 학생당 2장의 세레모니 티켓이 발부되고, 티켓을 가진 사람만 식에 입장할 수 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 대신 참석하신 친구의 선생님과 대부님이 식에 참석하시기로 하고, 나는 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었는데, 식이 시작할 때쯤 여분의 티켓을 나눠 주고 있어 나도 식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Hong Kong Coliseum은 콘서트 홀로 자주 이용되는데, 규모가 상당히 크 다.  식장에 입장하고 보니, 그 큰 홀이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라운드에 단상이 마련되어 있고, 천정에 마련된 커다란 모니터를 통해 식을 볼 수 있다.

  졸업식은 상당히 조용하고 경건한 가운데 진행되었는데, 먼저 각 전공의 박사 학위자부터 한명, 한명 호명하고 총장이 직접 모자를 씌워 주는 세레모니로 시작되었 다.  의과대학과 함께 하는 졸업식이라 박사 학위자 수가 많아서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그 후 석사 학위자부터는 전공과 학위를 호명하면 전체가 의자에서 일어나 앉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 중 한명은 올해 자신의 전공 분야 중 유일한 석사 학위자라서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모든 관중이 큰 소리로 환호하고 박수를 쳐 주었다.  아마도 그녀는 평생 이 날을 잊지 못하겠지!

  경건했던 박사 수여와 조용했던 석사 수여와는 반대로 학사 수여식 때는 자신들의 전공을 부르면 모두들 큰 소리로 환호를 하며 일어서거나 혹은 구호를 외치며 일어서는 모습이 꽤 풋풋해 보여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었다.

  마지막 학사 수여가 끝난 후, 식순을 모두 마치자 Hong Kong Police Silver Band의 멋진 연주로 조금은 지루한 졸업식이 마무리 되었다.



  2시간에 걸친 식이 끝나고 홀 밖으로 나오니,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학교가 아니다 보니 영 기분이 나질 않는다.  조금 구태의연하지만, 졸업식 사진이라면 강의실이나 학교의 상징물, 혹은 교문 앞 등 학교를 추억할 수 있는 곳이면 좋을 텐데… 친구도 조금 아쉬워 했다.

  졸업식이 끝나면 바로 학사모와 가운을 반납하는 한국과 달리, 홍콩은 대여 기간이 꽤 길다.  Hong Kong University의 경우, 11월의 졸업식에 빌린 학사모와 가운을 1월 초까지 반납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시에나도 가족들과 사진관에서 기념 촬영을 한다며 학사모와 가운을 챙겨 갔었다.  얼마 전, 하버시티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러 갔을 때, 장식을 배경으로 학사모와 가운 차림으로 사진을 찍는 이색적인 광경을 보았다.

  한국은 계속되는 취업난으로 대학 졸업이 기쁘지 않다고들 한다. 홍콩에서 참석한 두 번의 졸업식에서 본 졸업생들의 얼굴은 모두 밝아 보였다. 모두가 해냈다는
뿌듯함과 기쁨이 넘치는 표정을 보며, 오래 전 나의 졸업식을 떠올려 보았다.

  세레모니는 뒷전이고 친구들과 함께 사진 찍기에 바빴던 나와 친구들.  모두들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겠지?







<글 : 박진경(luna1011@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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