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호, 12월 21일]
가사 없는 국가로 유명한 스페인이 19일 230여년만에 공식 노랫말을 채택한다. 영국 ..
[202호, 12월 21일]
가사 없는 국가로 유명한 스페인이 19일 230여년만에 공식 노랫말을 채택한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애국가가 흘러나올 때마다 딴짓을 해야 했던 스페인 축구 선수들이 이제 당당하게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게 됐다"고 18일 전했다.
'마르차 레알(왕실 행진곡)'로 불리는 스페인 국가는 1770년 카를로스 3세에 의해 애초부터 가사없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20세기 들어 가사가 없어 밋밋하다는 여론에 따라 가사를 붙이려는 시도가 여러번 있었다.
그러나 스페인의 문화적, 민족적 다양성 때문에 번번이 무산됐다.
이에 스페인 올림픽위원회는 지난 6월 "가사가 있어야 국가대표 선수들의 사기를 올릴 수 있다"며 가사 채택을 정부와 의회에 제안했고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아 공모가 실시됐다.
하지만 공모 과정은 스페인의 복잡한 정치 및 역사 때문에 쉽지 않았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가사 내용과 관련, 1930년대 좌익 공화국파와 우익 프랑코가 피비린내나는 싸움을 벌였던 스페인 내전의 망령이 되살아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좌파적이거나 애국주의적 색채를 띠어서는 안된다는 주문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 바스크나 카탈루냐 지역의 분리주의 운동을 의식해 지나치게 단일 국가성을 강조해서도 안된다는 여론도 형성됐다. 국교가 가톨릭인 점을 감안해 신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으면 좋겠다는 요청도 많았다.
선정위원회는 이런 주문들을 감안해 민감하지 않은 몇몇 작품을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국가는 의회 인준을 거친 뒤 내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때 처음 연주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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