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8호, 2월 1일]
홍콩의 최대 명절 춘절(春節)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음력 1월 1일을 설 ..
[제208호, 2월 1일]
홍콩의 최대 명절 춘절(春節)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음력 1월 1일을 설 명절로 지내는 홍콩. 이미 2008년이 시작되었지만, 진정한 의미의 한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해를 시작을 알리는 춘절 맞이로 홍콩이 바빠지고 있다.

11월부터 눈에 띄기 시작한 홍빠오(紅包·빨간 봉투) 판매소가 여기저기 도처에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길거리 잡지 가판대나 노점상에서도 흔하게 팔고 있다. 심지어, 옷가게나 쇼핑센터에서도 일정 금액을 구입하면 선물로 나눠 주고 있다.
홍빠오는 이름 그대로 빨간 봉투가 주로 많고, 금색이나 은색도 볼 수 있는데, 전통적으로 지페의 수를 짝수로 넣어 주는 것이 관례다. 홍빠오는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에게 복이 들어온다고 하여 홍콩 사람들의 홍빠오 인심은 후하다.
아이들을 포함해서 나이가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에게, 기혼자가 미혼에게, 회사의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의미해서 주는 홍빠오는 춘절부터 보름간 준다고 하니, 그 사이 열심히 아는 분에게 인사를 청하고 다니면 지갑이 두둑해지겠다.
홍콩에 오래 거주하고 있는 친구의 말이 춘절이 다가 오기 시작하면 아파트 관리인 아저씨가 매우 친절해진다고 한다. 주민들이 돌리는 홍빠오 때문이라고 하는데, 놀랍게도 모든 가정에서 작은 금액이지만, 그동안의 수고와 감사의 의미로 관리인에게 홍빠오를 주는데, 규모가 큰 아파트의 경우, 세대수가 많아서 춘절의 홍빠오 수입이 꽤 많다고 한다.
미혼인 친구 역시, 처음 홍콩에 와서 기혼자들이 나눠 주는 홍빠오들을 받았다는데, 비슷한 또래의 기혼자들이 주는 홍빠오를 받고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그들의 아이들을 위해 홍빠오를 준비한단다. 홍콩 춘절의 필수품인 홍빠오. 주고 받는 홍빠오 속에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홍콩의 재미난 관습이다.

대형 쇼핑몰과 식당, 아파트 로비까지 온통 붉은색과 황금색의 장식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부'와 '재물'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황금색의 장식들이 화려하고 현란하기만 하다.
서양 문화가 보편적인 홍콩도 춘절만큼은 모두 전통적인 관례에 따라 이렇게 모습을 바꾸는 것을 보면, 홍콩인들의 춘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커다란 붉은 등과 폭죽이 주렁주렁 매달린 장식들을 보면 마치 커다란 중화 음식점에 들어선 기분이 드는 건 내가 한국 사람이라서일까?

붉은색과 황금색의 장식 외에 금귤과 복숭아 꽃장식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집 G/F에도 금귤 화분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재물을 상징하는 노란색 금귤은 금전운을 기원하는 의미로 장식한다고 한다. 핑크색의 아름다운 복숭아꽃은 좋은 인연과의 만남을 기원하는 의미이다.
며칠 전 쇼핑 센터에 들렸다가 춘절맞이 꽃 전시회를 보았다. 금귤나무와 레몬으로 장식된 화분들과 우아하고 아름다운 서양난이 가득한 전시회였는데, 많은 홍콩 사람들이 즐겁게 관람하고, 한쪽에 마련된 판매소에서 화분을 구매하고 있었다. 춘절맞이 준비로 집안을 장식하거나 이웃과 친지에게 보내는 선물로 인기다. 새해 첫날 아름다운 꽃과 식물을 보며마음을 새롭게 한다는 것이 꽤 운치 있게 느껴진다.
전시회 한쪽에는 춘절 선물과 음식들을 파는 커다란 부스가 들어서 있었는데, 쇼핑하는 사람들로 넘쳐 났다.

홍콩 사람들의 설날 준비는 어떨까? 궁금한 마음에 인파 속으로 살짝 들어가 보았다.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은 사탕과 초콜렛을 파는 부스였다. 아이들에게 홍빠오와 함께 선물해 주는 것으로 금괴 모양과 금화(金貨) 모양으로 포장된 초콜렛이 가장 인기였다.
다른 한쪽엔 피스타치오와 호박씨, 해바라기씨등 각종 씨앗 종류를 팔고 있는 부스가 있었는데, 이 곳 역시 사람들로 넘쳐 나고 있었다. 판매원에게 물어 보니 춘절에 먹는 전통 주전부리라고 한다. 보통,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접대용으로 내놓는 것인데, 씨앗은 재산이 많은 것을 상징해서 춘절에 씨앗을 먹으면서 한 해의 재물운이 상승하기를 바란다고 한다. 역시 금전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홍콩인들답다. 판매원 아주머니가 맛보라며 몇 개를 집어 주셨는데, 소금기 때문에 짭짤한 맛이다.
한국과 똑같이 설 명절을 지내지만, 우리와는 다른 풍습인 홍콩의 춘절. 모든 것 하나 하나에 의미를 담은 전통이 재밌으면서도, 홍콩 사람들의 또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다. 새해를 맞이해서 새웠던 계획들 중 지켜지지 않은 것들이 있다면, 설날을 맞이해서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고, 지켜보도록 하자.
위클리 홍콩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내에 두루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꽁헤이 팟쵸이!
恭喜發財
<위클리 리포터 박진경(luna1011@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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