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9호, 2월 15일]
1월부터 춘절 준비로 바빴던 홍콩이 드디어 춘절을 맞이하게 되었다. 홍콩에서 처음 맞이..
[제209호, 2월 15일]
1월부터 춘절 준비로 바빴던 홍콩이 드디어 춘절을 맞이하게 되었다. 홍콩에서 처음 맞이하는 춘절도 궁금하고, 무엇보다 4일간의 연휴가 반갑기만 한 춘절. 경제관념이 유별난 홍콩 사람들도 춘절만큼은 하던 일을 잠시 잊고 신나게 즐긴다는데, 그들에게 춘절이 주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먼저, 춘절 행사로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꽃 시장을 보기 위해 코즈웨이베이의 빅토리아 파크를 찾았다. 과연, 입구부터 사람들의 인산인해로 발 딛을 틈이 없었다. 꽃의 종류들은 몽콕에 비해 적었지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인파는 어마어마해서 가만히 서 있어도 사람들에 떠밀려 앞으로 걸을 수밖에 없을 정도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니 온통 춘절 장식 화분인 귤나무와 복숭아 꽃, 서양난이 가득하다. 춘절은 꽃 시장 최대의 특수 기간이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꽃 시장에 사람이 많은 것은 처음 보았다. 꽃을 파는 사람들은 싱글벙글 웃음이 떠나지 않고, 꽃을 사려는 사람들은 좀 더 예쁘고 싱싱한 꽃을 사기 위해 분주히 둘러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신이 났다. 나도 그들 사이에 끼어 작은 꽃다발을 하나 구입하고, 정신 없이 복잡한 그 곳을 얼른 빠져 나왔다.
춘절 전날에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 풍습 때문에 귀가를 서두른 탓인지, 저녁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거리가 한산해 졌다. 방금 전만 해도 꽃 시장과 쇼핑센터가 막바지 춘절 쇼핑으로 인해 북적거렸는데, 불과 몇 시간 만에 텅 빈 거리를 보고 있으니 좀 전의 소란스러움이 거짓말 같다.
가족과 함께 하는 설날 아침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한국 친구들과 한 자리에 모여 춘절 점심을 함께 하기로 하고 침사초이에 나갔다. 늘 시끄럽고 복잡한 침사초이의 거리가 텅 비어 조용하다. 춘절엔 많은 상점들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쇼핑몰도 문은 열려 있지만, 내부의 상점들은 대부분 쉬고 있었다.

다행히 찾아 간 레스토랑은 영업 중이라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니 종업원이 우리에게 작은 봉투를 하나씩 나눠 주었다. 말로만 듣던 라이씨! 홍빠오였다. 아마도 초콜렛이겠지…하면 열어 보았더니 $10짜리 동전이 들어 있다. 홍콩 사람들은 안면만 있는 사람들에게도 홍빠오를 나눠 준다더니, 레스토랑에서조차 손님들에게 홍빠오를 나눠 주고 있어서 함께 한 일행이 모두 놀랐다. 홍콩에서 처음 받은 홍빠오가 레스토랑이라니…재밌기도 하고, 조금 우습기도 했지만, 이런 작은 마음 씀씀이에 모두들 기분이 좋아졌다.

한국 친구들과 헤어진 후, 저녁에 열리는 춘절 퍼레이드를 보러 홍콩 문화 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태국인 친구 쏘우와 함께 보기로 약속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한참 후에나 겨우 만날 수 있었다.
퍼레이드는 원래 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게 시작했는데, 추위와 기다림에 지쳐갈 무렵, 케세이퍼시픽의 화려한 퍼레이드카 진행이 시작되었다.
화려한 퍼레이드카에 이어 아름다운 여자 승무원의 행렬이 뒤 따르자 모든 사람들이 환호했다. 뒤를 이어 화려한 깃털 장식을 한 라틴 댄서들과 2008 베이징 올림픽에 관련된 퍼레이드카 행렬이 이어졌다. 홍콩은 베이징 올림픽 경기 중 마장마술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그에 관련한 퍼레이드카들이 많았다.

퍼레이드 중에 중국의 전통 경극을 주제로 한 행렬이 있었는데, 정교한 인형이라고 생각했던 경극 주인공들이 자세히 보니, 아이들을 분장 시킨 것이었다. 완벽한 분장과 화려한 무대 의상이 훌륭해 보였지만, 두꺼운 화장에 꼼짝도 하지 않고 공중에 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조금 섬짓한 느낌도 들었다.
용 춤과 사자 춤을 마지막으로 1시간가량의 긴 퍼레이드가 끝났다. 홍콩에 온 지 얼마 안된 쏘우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고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아마 불꽃놀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라고 하자, 깜짝 놀라더니 불꽃놀이는 포기하고 싶단다. 매해 매번 행사를 진행하는데, 빠지지 않고 찾는 홍콩 사람들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쏘우와 나는 절대로 홍콩 사람들처럼 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농담을 건넸다.
홍콩에서는 이런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정부에서 미리 사람들의 진행 루트를 짜고, 안전에 대비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물론, 길을 통제하고 한 방향으로만 소통하게 해서 조금 시간은 걸리고, 돌아가야 하지만 이런 질서 덕에 큰 사고 없이 안전하게 행사를 마칠 수 있다. 홍콩 시민들도 경찰들에게 잘 협조하는 편이라 언제나 큰 무리 없이 행사가 마무리 되는 점은 우리도 배워야할 점 같다.

전날의 퍼레이드의 인파가 조금 걱정 되었지만, 그래도 1년 중 가장 큰 불꽃놀이 행사 중 하나인 춘절 불꽃놀이를 놓치기가 아쉬워, 다음 날 다시 침사초이로 향했다.
10주년 불꽃 놀이 행사 때 고생한 것이 생각나서 조금 한적한(?) 시계탑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저녁 8시부터 30분간 진행된 불꽃놀이는 쥐띠해를 맞이해 쥐 모양의 불꽃, 하트와 꽃, 새 모양 등의 다양한 불꽃이 준비 되었다. 모두들 카메라와 캠코더를 들고 아름다운 불꽃을 찍느라 바쁘다.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들은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게 하려고 아이들을 무등에 태워 불꽃을 보게 하는데, 화려한 불꽃과 불꽃이 터지면서 나는 커다란 소리에 신이 나서 손을 흔든다.
마지막 불꽃이 화려하게 홍콩의 밤을 수놓고 나자, 사람들 모두 박수를 치며 오늘의 불꽃놀이를 마무리 지었다. 아마도 내년에 있을 춘절의 불꽃놀이를 또 기다리겠지!
지나간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의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춘절. 홍콩의 춘절은 우리와 비슷하다. 가족과 친지가 모여 인사를 나누고, 덕담을 주고받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서로의 정을 깊게 나눈다. 홍콩인들의 삶은 늘 바쁘고, 소비적이고, 경제적인 부분에서 민감하다. 그런 그들이 이토록 춘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즐겁게 기다리는 이유는 우리와 똑같은 것 같다. 각박한 일상 속에서 춘절만이라도 마음을 열고, 가족과 친지간의 정을 두텁게 하고, 서로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홍콩 춘절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위클리 리포터 박진경 (luna1011@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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