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8호, 2월 1일]
박물관 견학이라고 하면 으레 수학여행이나 레포트, 혹은 단체 관광의 코스 정도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208호, 2월 1일]
박물관 견학이라고 하면 으레 수학여행이나 레포트, 혹은 단체 관광의 코스 정도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박물관이라고 하면, 평범한 전시물 몇 가지와 일반적인 상식 수준의 정보들이 재미없게 나열되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크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관심이 있는 분야의 박물관은 그저 스쳐 지나기엔 아쉬울 정도로 많은 정보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홍콩에 와서 여러 박물관을 다녀 본 결과, 관광 도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훌륭한 시설은 물론이고, 재미있는 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곳도 많아서 교육적인 목적의 방문이 아니더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그동안 다녀 왔던 박물관 중에서 가장 즐겁게 시간을 보냈던 홍콩 역사박물관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좁고 복잡한 길들이 미로 같은 침사초이는 쇼핑과 관광을 위한 지역이기도 하지만, 홍콩 예술관, 홍콩 우주 박물관, 홍콩 과학관 등 많은 박물관이 모인 곳이기도 하다. 홍콩 역사박물관 역시 침사초이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편하고, 홍콩 과학관과 인접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뮤지엄 투어를 생각하고 있다면 좋은 선택이 되리라 생각된다.

박물관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홍콩의 자연사를 기록한 전시실을 만나게 된다. 대륙의 생성에서부터 고대의 동식물의 화석과 구석기인들의 생활을 전시한 곳으로 일반전인 역사 박물관들의 시작과 비슷하다. 자연사 전시실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드디어 홍콩의 역사와 생활 풍습을 한눈에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전시들이 시작된다.
전통 풍습은 물론 명절의 행사들이 마네킹과 실물 모형으로 재현된 전시장은 기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보는 것만으로 이해가 될 만큼 섬세하고 액티브하게 표현되어 있다.
박물관에 방문하기 며칠 전 친구와 청자우 섬의 빵 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도 나도 행사에 참여한 적이 없어서 어떤 식으로 빵의 탑을 세우는지 어떤 빵을 사용하는지 궁금하기만 했었는데, 전시회에 있는 모형을 보자 마자 한 번에 이해가 되었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한편에는 경극의 무대를 그대로 옮겨 놓았는데, 무대의 전면 뿐 아니라 배우들의 대기실까지 꼼꼼히 만들어 놓아 무대 뒤편의 세게를 엿보는 즐거움을 주었다. 아름다운 의상 속에서 홀로 앉아 분장을 하고 있는 배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문득 영화 "패왕별희"의 한 장면이 생각나 조금 슬퍼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홍콩의 근대사로 넘어 오면, 마치 타임슬립을 한 듯 과거의 홍콩의 거리 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영국 지배의 영향으로 서양 느낌이 나는 공공시설과 전통적인 분위기의 약재상, 차찬탱이 공존하는 과거의 홍콩 거리는 옛스러우면서 세련되고, 아련한 느낌마저 같게 했다.

그 시대의 상점과 가정집의 모습이 완벽하게 재현된 이 곳은 마치 커다란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이 들어 어디선가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이 등장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한편에 마련된 옛날 극장엔 홍콩의 영화사를 보여 주는 필름이 상영되고 있는데, 어깨에 과자와 음료수판매대를 거친 장사꾼만 있다면 영화 속에서만 보던 옛날 극장과 다를 바가 없다.
근대사를 지나 현대로 넘어 오게 되면, 홍콩 반환과 관련된 정치적인 사항들이 전시되어 있다.
기나긴 영국 지배를 벗어나 중국으로 반환 되었을 때, 많은 홍콩 사람들이 불안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돌파구를 찾으려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홍콩인들이 홍콩을 떠났고, 다시 돌아 왔다. 작년 여름 반환 10주년을 맞이한 홍콩은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안정을 찾았고, 사람들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One country, Two systems"으로 설명되는 홍콩의 특수성이 오늘날의 홍콩이 유지되고 발전하는 기틀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그저 바라보고, 메모 하고 스쳐 지나가는 여타의 박물관과 달리, 홍콩 역사박물관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시대 순으로 잘 짜여진 동선을 따라 걷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고, 홍콩의 역사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실물과 같은 상점들과 은행, 우체국을 둘려 보는 재미도 있고, 쉽게 만들어진 짧은 영상물들이 부족한 이해를 돋는 역활을 한다. 다른 박물관과 달리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시대와 장소를 사진에 담아 간직하는 것도 먼 훗날, 과거의 나를 추억하는 멋진 역사가 되지 않을까!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역사에 대힌 이해를 오락적인 성격과 잘 결합시켜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게 하는 홍콩 역사박물관. 박물관이 지루하고 고지식한 곳이라고 생각된다면 꼭 찾아가 보기를 권한다. 박물관이 이렇게 재미난 곳일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이 바뀔 것이다.
찾아갈 때는 조금 시간의 여유를 두고 가는 것이 좋겠다. 볼 것도 많지만, 즐거움도 커서 자신이 생각했던 시간보다 더 오래 머무르게 될 것이 분명할테니 말이다.
홍콩 역사박물관
(Hong Kong Museum of History)
- 개관시간 : 10:00~18:00 매주 화요일 휴관
- 입장료 : HK$10, 수요일 무료
- 찾아가는 길 : MTR침사초이역 B2 출구 이용, 카메론 로드를 따라 걷다가 파크호텔이 나오면 좌회전,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공중 회랑을 건너면 좌측에 위치.
<위클리 리포터 박진경 (luna1011@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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