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조현주의 교환학생 Diary - 다른 환경, 낯선 문화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8-02-28 18:21:30
기사수정
  • [제211호, 2월 29일] 하나, 확인이 철저한 홍콩 사회   오리엔테이션 이후,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나를 포함한 모든..
[제211호, 2월 29일]

하나, 확인이 철저한 홍콩 사회

  오리엔테이션 이후,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나를 포함한 모든 학생들은 수강신청을 하였다.

  이곳의 수강신청은 한국과 많이 달랐다. 한국의 경우엔 '수강신청은 곧 전쟁'이다.  클릭 하나에 한 학기 학교생활이 모두 결정되기 때문에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다들 민감하다.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기 위해 새벽부터 학교나 학교근처 PC방에 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만일에 대비해 사전에 시간표를 몇 개씩 만들어 놓곤 한다.  때로는 이렇게 준비를 했어도 전산상의 오류로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학교 내부에서도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같은 학교 내에서도 회선에 따라 접속 속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속도가 가장 빠른 공대나 컴퓨터 학과 쪽은 단연 인기가 최고이다.  모든 신청이 7~8분 안에 결정되기 때문에 시작과 동시에 1분 아니 1초를 다투는 클릭싸움이 시작된다.  하지만 홍콩의 경우엔 달랐다.

  시간과 교수진에 대한 선택은 학생들이 하지만 전산 상에 이를 입력하는 것은 학교 측에서 담당했다.  물론 이들 역시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기 위해서는 이른 아침 서둘러 학교에 와야 한다.  하지만 학생 스스로가 아닌 각 학과별 교수와 직원들이 코드를 입력하기 때문에 적어도 일찍 온 이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는 없었다.  늦게 온 것은 본인의 책임이기에 수강신청에 대해 불만을 갖는 이도 없었다.

  올바른 질서제도가 자리 잡히지 않으면 이 방법 역시 문제가 되겠지만 남에게 피해주기를 꺼려하는 홍콩사회에선 가능한·괜찮은 방법 같았다.

  또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신청할 과목들을 기재해 담당교수나 직원에게 제출할 때 학생증 외에 아이디카드를 함께 보인다는 것이었다.  줄이 길어도 그들의 확인은 변함이 없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귀찮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대리 신청을 방지하기 위해 번거롭지만 이렇게 확인한다고 한다.

  시행취지는 알겠지만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나씩 확인하는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늘 빨리 빨리를 외치는, 하다못해 지하철에서도 바쁘게 걷는 홍콩 사람들인데 왜 이 시간에 대해서만큼은 다들 불평이 없는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이러한 확인은 비단 학교에서 뿐이 아니었다.  홍콩에 온 이후로 경찰들이 도로에서 사람들의 아이디카드를 확인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나 역시 홍콩친구와 함께 있는데 MTR에서 이런 경험을 당한 적이 있다.  외모가 다른 나를 관광객으로 생각했는지 내게는 요구하지 않았지만 친구에게는 아이디카드 제시를 요구했다.  흉악하게 생긴 사람도 아닌데 법을 어긴 것도 아닌데 왜 확인을 하는지 이상했다.

  인상착의가 의심되거나 법을 어긴 사람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한국사회에 익숙한 나로서는 우리를 범죄자로 생각하는 것 같아 화가 났다.  '문화적 차이가 있겠지' 라고 생각은 했지만 기분이 썩 내키지는 않았다.

  인권침해 아니냐고, 왜 평범한 사람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이냐고 뿔이나 묻는 내게 홍콩친구는 당연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국의 경우엔 국가공인시험이나 경찰서 연행과 같은 특별한 경우 이외엔 신분증을 거의 확인하지 않는다고, 주민등록증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많다고 이야기 해줬더니 홍콩에선 신분증이 없으면 일이 복잡해지니 ID 카드는 꼭 지니고 다니고 설사 확인을 요구당해도 따지거나 기분 나빠 말라며 웃었다.

  아마도 홍콩정부는 자국민을 그리고 자국민은 정부를 너무 나도 사랑하나보다.  그들의 안전을 위해 수시로 철저하게 신분증을 확인하고 국민 역시 정부의 활동을 적극 받아들이며 지지하니 말이다.

  나라마다 문화적 차이가 있기에 어떤 방법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문득 생각해본다.  대한민국이 그렇게 철저히 검사한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불법 체류자는 줄어들까?  범죄자는 줄어들까?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아마도 썩 내키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다.  그 날 내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  필자는 한국 단국대학교 언론홍보학과 4학년으로 2007년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어 자매학교인 홍콩주해대학교에서 공부중이다.
0
이태원_250109
홍콩 미술 여행
본가_2024
홍콩영화 향유기
굽네홍콩_GoobneKK
NRG_TAEKWONDO KOREA
유니월드gif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