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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 So Good! Hong Kong] 내 더위 사 가세요! - 홍콩의 원소절(元宵節)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8-02-28 18: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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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11호, 2월 29일]   연휴 기간 동안만 설 명절을 지내는 우리와 달리 춘절부터 보름 동안 설 기분을 내는 홍콩은 음력 정월 대보..
[제211호, 2월 29일]

  연휴 기간 동안만 설 명절을 지내는 우리와 달리 춘절부터 보름 동안 설 기분을 내는 홍콩은 음력 정월 대보름인 원소절(元宵節)을 마지막으로 새해를 축하하는 기나긴 행사를 마친다.

  원소절에 빼 놓을 수 없는 볼거리는 휘황찬란한 등불 전시이다.  올해 등불 전시는 침사초이 페리 터미널 근처의 시계탑에서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주제로 마련되었다.  원소절의 등불을 켜는 기원은 BC 180년 서한  (西漢)의 황제였던 한문제(漢文帝)가 음력 1월 15일에 황제에 등극한 후, 매년 황권 승계일을 기념하기 위해 정월 대보름 밤에 백성들을 찾아 즐거움을 나눈 것이 시작이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이 날을 축하하며 음력 1월 15일이면 집 앞과 거리에 아름다운 등불을 걸어 놓았다.

  베이징 올림픽 마스코트인 푸와(Fuwa '福娃')가 귀여운 모습으로 각종 올림픽 종목을 재현하고 있는 이 등불 축제는 올림픽에 대한 기대와 깜찍하게 제작된 마스코트 디자인 덕에 많은 아이들이 즐거워했다.

  잉어, 팬더, 횃불, 영양, 제비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 된 푸와는 올림픽 앰블럼의 컬러와 중국의 아름다운 대지와 자연을 형상화 했다.  처음 홍콩의 MTR 역에서 만난 푸와는 그다지 정감이 가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보다 보니 어느새 친근한 느낌이 든다.  인형처럼 귀여운 이들 5형제가 등불로 만들어져 야구, 축구, 승마, 배드민턴 등 올림픽 주요 종목을 하는 모습들 속에서 아이 같은 천진함이 보인다.  요즈음, 베이징 올림픽에 관련해 여러 가지 잡음이 많은 편인데, 홍콩에서 치러지는 마장마술을 포함해 모든 행사가 세계의 화합의 장으로 무사히 치러지길 바래본다.


  원소절 당일, 점심 약속으로 나온 길에서 전통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아름다운 무희들을 보았다.  처음엔 그저 무슨 프로모션 행사인가...라고 여겼는데, 알고 보니 원소절을 맞이하여 축하하는 작은 공연이었다.  아름다운 무희들이 어여쁜 의상으로 차려입고 우아하게 춤을 추자 길 거리의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을 즐겁게 관람했다.  세계 어디라도 아름다운 미인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인지상정인가 보다.

  원소절은 중화권에서는 사랑의 명절이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함부로 집 밖을 나설 수 없는 여인들이 원소절엔 달맞이와 등불제 풍습을 기회 삼아 외출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날, 많은 연인들이 재회하는 날이자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 날로 알려져 있다. 중국식 발렌타인데이라고나 할까!


  부스럼을 방지하는 의미에서 정월 대보름에 호두, 잣, 땅콩 등을 먹는  "부럼"이 한국에 있듯이, 중국 문화권인 홍콩에서는 "원소(元宵)"를 먹는다.  송나라 때부터 시작된 원소절의 풍습으로 알려져 있는데, 원소는 우리나라의 팥죽 안에 든 새알심과 비슷하다.  원소는 이때  뿐만이 아니라 홍콩인들이 평상시에 즐기는 디저트 메뉴 중 하나로 로컬 디저트 숍인 허니문 디저트나 럭키 디저트 샵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원소의 속 내용은 주로 흰깨나 검정깨를 설탕과 혼합해 만드는데, 그 맛이 마치 송편과도 비슷해서 디저트 숍에 갈 때 자주 주문하고는 한다.

  집 근처의 웰컴이나 파킨샵에서도 여러가지 냉동 원소를 판매하고 있는데, 맛이 괜찮은 편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원소절을 맞이해 재미 삼아 하나 사 보았다.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해서 끊는 물에 냉동 원소를 집어넣고 익어서 물에 떠오르면 건진 후, 함께 동봉된 시럽에 담가 먹으면 된다.

  개인적으로 생강과 꿀로 만든 시럽을 좋아 하는데 쌀쌀한 날 디저트 샵에서 따뜻한 원소 한 그릇을 뚝딱 먹으면 속도 든든하고 생강과 꿀 덕에 몸이 따뜻해진다.  시럽과 함께 먹을 수도 있고, 깨나 땅콩 가루에 묻혀서 먹는 방법도 있다.  한국인의 입맛에 꼭 맞는 전통 디저트이니 아직 원소를 먹어 보지 못한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집으로 돌아오는 미니버스에서 바라 본 보름달은 내 생에 가장 큰 보름달이었다.  아무래도 바다와 인접한 홍콩이라서일까? 빌딩 숲 속에서 희미하게 바라보던 서울의 달과는 달리, 탁 트힌 바닷가에서 바라보는 홍콩의 달은 대자연의 오묘한 법칙 속에서 신비롭게 보였다.

  같은 명절을 지내면서 다른 풍습을 지내는 홍콩. 각 가지 나물을 곁들인 맛있는 오곡밥과 부럼, 귀밝이술, 일 년 더위 팔기... 등 당연하게만 느껴져서 소중한지 몰랐던 우리의 멋진 풍습들. 원소절 저녁, 홍콩의 보름달 속에서 한국의 정월 대보름이 그립게만 느껴진다.


<위클리 리포터 박진경 (luna1011@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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