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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주의 교환학생 Diary - '홍콩 사람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8-03-14 16: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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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13호, 3월 14일]   내게 홍콩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언론 매체와 사람들을 통해 접했던 지라 낯설지는 않..
[제213호, 3월 14일]

  내게 홍콩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언론 매체와 사람들을 통해 접했던 지라 낯설지는 않았지만 홍콩에 살면서 내가 직접 느낀 홍콩은 피상적으로 알던 부분과 참 많이 달랐다. 짧은 관광 대 일상생활, 쇼핑 대 학업. 목적과 시간에 있어 분명한 차이가 있기에 그런 것이겠지만, 이곳에 오기 전 전해들은 이야기에 선입견이 생겼는지 문득문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홍콩에 대해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였다.  홍콩 사람들은 부자라는 것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홍콩으로 여행가는 가장 큰 이유는 쇼핑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일반 상품 및 고가의 명품이 한국보다 저렴하고 더 빨리 출시되어, 뚜렷한 관광명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홍콩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익히 들었던 지라 한국에 있을 당시홍콩 사람들은 굉장히 화려할 것이라는, 소비가 심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사람들은 부자이고, 고가의 명품은 비교적 저렴하다는 데 어느 누가 안사고 구경만 하겠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그들은 너무나도 검소했다.  이곳에 와 생활하는 동안 가장크게 놀란 점이 바로 홍콩 사람들의 검소함이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엔 음식과 교통비를 포함한 필수 지출 항목 외엔 소비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개중에 아닌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그러하다.  한국 학생들과 비교하자면 소비 수준이 가히 초등학생과 대학생이다.

  식비, 교통비 및 기타 모든 비용을 포함한 홍콩 대학생들의 한 달 평균 지출은 2000~3000홍콩달러이다. 처음엔 그들의 한 달 평균 지출 비용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었다.  한국으로 치면 20~30만원이 대학생 한 달 용돈이라는 것인데 이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그것도 식비, 교통비 외 모든 소비비용을 포함한 것이... 물론 물가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교통비도 식비도 한국이 홍콩보다 더 비싼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점을 감안하여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쇼핑을 하지 않으면 모를까 그러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대학생 아닌가.  한창 멋 내고 꾸미는 것을 좋아할,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에 눈을 뜨기 시작한 대학생...

  하지만 그들을 살펴보니 이는 가능한 일이었다.  홍콩의 대학생들은 한국의 대학생들과 사고자체가 달랐다. 아무리 경제적 여유가 있어도 정말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면, 혹은 세일을 하지 않는다면 절대 사지 않는 것이 그들의 소비 철학이자  소비 형태이다. 명품을 사기 위해 달리는 이도, 명품을 몇 개씩 보유하고 있는 이도 거의 없다.  명품이 아닌 일반 옷과 신발, 가방도 마찬가지이다.  옷도 며칠씩 같은 옷을 입으며, 한 달만 함께 있으면 친구의 옷장에 어떤 옷이 있는지 다 알게 된다.  충분히 소비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개씩 갖고 있는 것은 사치라며 본인이 필요성을 느끼기 전까지 지출을 거부한다.  이쯤 되면 ‘에이, 일부에 해당되는 말이겠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정말 대다수가 그러하다.  친구 중에 하나는 마음에 드는 가방 하나를 사기 위해 2년을 기다렸다고 한다.  2008년 이후, 현재 한국의 군 복무 기간이 22개월인데 이보다도 더 긴 시간을 기다린 것이다.  지독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친구가 유독 심한 경우이긴 하지만 홍콩 사람들에게 있어 이러한 소비 형태는 당연한 것이라 한다.  

  홍콩에 처음 왔을 때 젊은이들의 문화 트렌드를 알고자 침사추이와 몽콕에 많이 갔었다.  한국의 경우엔 명동이나 압구정 등 시내의 길거리를 지나다니며 사람들의 스타일을 보면 그 시기의 유행이 보인다.  당시 이를 기대하고 갔었는데 헤어스타일을 포함한 모든 패션이 다 제각각이라 도무지 트렌드를 감 잡을 수 가 없었다. ‘분명히 홍콩은 세계 패션중심지의 하나라 했는데 왜 이해할 수없는 패션들만 가득하지? 각자의 개성이 너무 강한 건가?’ 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 시선을 의식해 물건을 소비하기보다는 각자의 소비 패턴에 맞추어 생활하자는 것이 그들의 기본적인 사고여서 그랬던 것 같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그렇게 살아가는 이곳의 친구들을 보니 한국의 대학생들은 왜 그리 소비가 심한 것인지, 사치가 심한지 알 수가 없다.   옷, 가 방, 신발에 이르기까지 부지런히 유행을 쫓고, 유명인을 쫓고, 브랜드를 쫓고...   한 철이 지나면 또다시 같은 소비 행위를 반복하고.. 한국인인 내가 나와 나의 친구를 포함한 한국 대학생들을 비난할 마음은 없다.  또한 소비를 하는 데 있어 늘 선두에서 달렸던 나이기에 비난할 자격도 없다.  고가의 옷을, 가방을 꽤 많이 샀던 자신을 생각하면 부끄러울 따름이다.  사치스러웠던 나의 생활에 반성하며 부족함 없이 키워주신 우리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한국에 있을 때도 좋은 부모님 밑에서 자란 것에 대해, 참 큰 복을 갖고 태어났음을 감사하게 생각했는데 부모님과 떨어져 이곳에 온 이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나와 다른 문화와 사고를 지닌 그들과 삶을 공유하다보면 느끼는 점도 얻어가는 것도 참 많다.   또한 내가 갖고 있던 편견을 깨고 그에 대한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된다.   문화란 한 순간에 바뀌거나 단 한 사람의 힘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기에 내가 느낀 바를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고자 아무리 노력한들 그것이 큰 힘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 문화의 좋은 점과 배울점을 많이 알려 한국의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그래서 미비할지라도 나로 말미암아 홍콩의 좋은 바이러스가 한국 대학가 사이에 많이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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