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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주의 교환학생 Diary - 아웃백(outback steak) vs 다비노(hot pot)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8-03-19 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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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14호, 3월 20일]   홍콩에 와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점 가운데 하나는 western 음식점이 생각보다 없다는 점이다. ..
[제214호, 3월 20일]

  홍콩에 와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점 가운데 하나는 western 음식점이 생각보다 없다는 점이다.  영국의 식민지이었으니까,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까 당연히 많겠거니 생각했거늘 맥도널드와 같은 패스트푸드점도 아웃백과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도 한국보다 종류도 체인점도 훨씬 적다.  피자의 경우 한국은 파파존스, 도미노, 피자헛, 미스터 피자 등 적어도 네 개의 유명 브랜드를 갖고 있는데 여기는 피자헛의 독점이다.  캘리포니아 피자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아 아는 사람만 아는 정도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홍콩에 온 지 어느덧 7개월이 조금 지났는데 아직 그 답은 못 찾았다.

  이렇듯 종류와 체인점도 적거니와 실제로 대학생들이 가는 횟수도 적다.  아니 드물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거 같다.  왜냐하면 아웃백과 같은 western 음식점을 가본 친구들보다 안 가본 친구들이 더 많고 이름조차 모르는 친구들도 꽤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엔 대학가 혹은 시내 중심가의 아웃백 스테이크나 빕스(vips)에 들어가려면 기다리는 시간이 20분은 기본이고 줄을 어디까지 서야 하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처음엔 우리나라는 아웃백 열풍이고 수요가 많은 명동은 지점만 세 개 인데, 여기는 왜 이러나 생각했지만 지금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낯설지 않 다.  왜냐하면 우선 홍콩의 대학생들이 검소하고, 홍콩은 한국과 달리 고기의 값이 저렴한지라 그들에겐 아웃백의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또 한 가지 놀랐던 점은 친구나 연인보다는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았다는 점이다.  순간 한국에서 아빠, 엄마와 함께 명동의 아웃백을 갔던 날이 생각났다.  분위기 전환 겸 부모님께 젊음을 전해드리고자 함께 갔었는데 당시 우리 테이블 만 가족손님이고 나머지는 모두 젊은 층의 손님들이라 부모님께서 불편해 하셨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그들의 이러한 점이 부러웠으며 한편으론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 다.  분명 내 잘못은 아니지만 그런 곳은 젊은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는 우리들의 생각이 우리 부모님 세대가 이러한 문화를 즐기는 것을 막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홍콩의 대학생들에게 western 음식점은 그다지 친숙하지 않다.  오히려 핫팟(Hot Pot)이나 비비큐(BBQ)가 그들의 특별한 음식이다.

  홍콩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친구들이 관심을 가졌었다.  하루는 한 친구가 맛있는 저녁을 사주겠다하여 내심 기대를 갖고 침사추이로 향하였다.  가는 내내 238x 버스 안에서 '어디를 데려가려나? 아웃백? 아니면 스파게티 하우스?' 라고 생각했었다.  드디어 도착.  그런데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는 그 친구가 데려갔던 곳은 다름 아닌 '다비노'를 먹는 레스토랑이었다.  벌써 많은 사람들로 음식점은 가득 차 있었고 한 15분 정도 기다리니 우리 자리가 났다.

  '얼마나 유명한 집이기에 식사시간이 지났는데도 기다렸다 들어가지?'  그 전까지 다비노가 어떤 음식인지, 음식점 분위기는 어떠한 지 전혀 몰랐던 지라 입구에서 기다리는 내내 나는 스파게티나 스테이크 같은 western 음식일 것이라 생각했다.  홍콩에 온 지 얼마안됐던 때라 당시엔 홍콩 역시 한국의 대학생과 동일할 것이라 생각했고 오늘은 첫 데이트가 아닌가.

  근데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따라란~!' 내 예상이 빗나갔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마음속에 울려 퍼졌다.  '다비노' 혹은 '핫팟'이라 불리는 이는 고기, 버섯, 야채 등등 여러 가지 음식을 육수국물에 데친 뒤 건져 먹는 음식이었다.  음식 스타일은 우리나라 샤브샤브를, 분위기는 시끌벅적한 것이 마치 부대찌개 집을 연상케 하였다.

  '나를 너무 편한 친구로 생각하나? 분명히 아직은 낯선 단계인데…'

  물론 맛은 훌륭하지만 그래도 첫 데이트인데, 부대찌개 집을 연상케 하는 이곳으로 나를 데려온 그 친구를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히 호감을 표시했던 친구인 데, 더치페이가 심한 홍콩에서 상대방에게 밥을 사겠다는 건 드문 경우인데... 내가 착각 한 건가?' 이유야 어찌됐건 나를 챙겨준 고마운 친구이니 서운하다는 표현도 못하고, 내가 착각한 것 일까봐 여기 왜 데려왔냐고 물어보지도 못하고, 이렇듯 혼자서 이 생각 저 생각하며 저녁을 먹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지만, 당시엔 상대방의 목소리조차 듣기 힘든 왁자지껄한 분위기도 음식도 내가 생각했던 데이트와는 많이 달라 섭섭하게 느꼈었다.  아마도 '첫 데이트 = 분위기가 근사한 레스토랑' 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공식이 고정관념이 되어 내 머릿속에 박혔었나보다.  그렇듯 당시엔 다비노가 한국의 로리타나 빕스, 아웃백에 밀렸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은 western 음식점보다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을 즐길 수 있는 '다비노'가 더 좋다.  그래서 요즘도 우리는 친구의 생일이나 특별한 날인 경우에 꼭 다비노를 먹으러 간다.

*  필자는 한국 단국대학교 언론홍보학과 4학년으로 2007년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어 자매학교인 홍콩주해대학교에서 공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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