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6호, 4월 3일]
지난 29일 토요일 오후 6시 30분. 홍콩 프로 농구 최종 결승전이 있었다. ..
[제216호, 4월 3일]
지난 29일 토요일 오후 6시 30분. 홍콩 프로 농구 최종 결승전이 있었다. 5시가 조금 넘은 시각부터 많은 사람들이 몽콕 nelson street에 위치한 경기장으로 모여들었다. 입장권을 미리 판매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홍콩은 관객들이 입장하면서 구매하는 방식이라 가뜩이나 붐비는 몽콕이 오늘은 농구대전을 찾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농구와 축구를 비교했을 때 축구가 훨씬 인기가 많다. 90년대에는 이상민, 우지원, 서장훈, 전희철, 양희승 등의 농구스타들이 주가 되어 대학농구가 한창 활기를 띠었으나 2000년 이후엔 잠잠한 편이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축구로 그 인기가 전가되어 오히려 K-리그가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홍콩은 농구와 축구를 비교했을 때 농구가 더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이는 비단 요 근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꽤 오래전부터 그래왔다고 한다. 축구보다 농구가 더 친숙한 데는 두 가지 루머가 전해진다.
홍콩이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던 시절, 홍콩 사람들의 신장이 건장해지면 통치하기가 어려우므로 영국은 홍콩 내 모든 학교의 운동장을 없앴고, 그러다보니 홍콩 사람들은 협소한 공간에서 가능한 농구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농구 코트장은 학교에서도 일반 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축구경기장은 큰 공원이나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에만 위치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이유는 홍콩의 땅 값이 비싸 휴경지가 많지 않아 좁은 지역 대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운동할 수 있는 농구가 축구보다 선호되었고, 그렇게 자주 접하다보니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는 없지만 이유가 어찌되었건 홍콩 사람들은 농구를 참 좋아한다. 젊은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나이 든 분들이나 여성분들이 삼삼오오 모여 주말에 농구 경기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조기축구 같은 개념이라고나 할까? 사실 젊은 친구들이 농구하는 모습이야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 놀랍진 않지만 나이든 어른이나 여성들이 하는 것은 의외였고 놀라웠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들이니 말이다. 더구나 그 여성들은 20대가 아닌 30대 내지 40대들이다. 처음 그들을 보면 하나 같이 말라서 '저렇게 약한 체구로 어떻게 농구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농구를 정말 사랑하는 분들임을 느낄 수가 있다.
또 남·여 혼성팀도 볼 수 있다. 여성 팀 보다는 혼성팀을 보는 것이 더 쉬운 듯싶다. 전에 태자(Prince Edward)에 위치한 한 운동장에서 혼성팀의 경기를 보며 남자와 여자가 함께 경기하는 건 불공평한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역시나 여자 선수에게는 어드밴티지를 준다고 한다. 골 득점의 경우엔 2배의 스코어를 인정해주는 등의 혜택을 준다고 한다.
물론 경기를 직접 해봐야 느낄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였으면 남자들 경기에 괜히 낀다고 듣기 싫은 소리 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을 텐데 이런 부문에서도 문화의 차이가 나타나는 구나… 홍콩 남자답다.' 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선 큰 용기 내지 않는 한 힘든 일이지만 여긴 홍콩이니, 농구에 관심이 있다면 체력을 기르고 싶은 분들이라면 한 번 쯤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오늘 역시 남자 부문과 여자부문 두 가지 경기가 있었다. 6시 30분에 시작된 첫 번째 경기는 여자부문 이었다. 경기 시작 30분전. 홍색팀과 남색팀, 양 팀의 선수들이 각 팀의 특성에 맞추어 몸을 풀기 시작하였고 정확히 30분 후에 경기가 시작되었다. 선수들의 열정 뿐 아니라 경기장을 가득 매운 관객들의 열기로 경기는 시작부터 뜨거웠다.
경기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나는 친구들과 함께 내기를 하였다. 홍색팀 대 남색팀으로 나누어 누가 우승할 지를 예측해 진 팀이 저녁을 사는 것이다. 나와 sing은 남색팀에 sam과 lillica는 홍색팀에 걸었다. 내기를 걸어서 인지 우리는 더욱 더 힘차게 응원을 하였고 그렇게 2시간은 선수들과 하나가되어 숨 가쁘게 지나갔다. 오늘 경기의 승리 팀은 나와 sing이 선택했던 남색팀. 그들이 이긴 만큼 나도 이겨 기분이 좋았다. 남색팀의 승리로 여자부문은 끝이 났고 잠시 후 남자부문 경기가 시작되었다. 등장부터 요란한 노란팀과 비교적 얌전했던 빨강팀의 승부. 노랑팀에는 외국인 선수도 포함이 되어있었다. 홍콩 경기인데 외국인 참여가 가능
한 것이 이상하다고 하자 홍콩에 살고 있는 사람이면, 실력이 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참여가 가능하다고 한다. 하긴.. 우리나라 프로농구에도 용병 선수들이 있지 않은가. 그와 비슷한 듯하다.
양 팀 모두 평균 신장은 195m로, 그들을 보는 순간 '와~!' 하는 탄성이 나왔다. 홍콩에서 볼 수 있는 장신들을 오늘 여기에 다 모인 듯했다. 홍콩에는 키 큰 사람이 도대체 어디 있나 늘 궁금했는데 정말 여기 다 모여 있었다. 큰 키만큼이나 그들의 경기는 시원시원했다. 열기가 치열했던 만큼 반칙도 오버액션도 많았지만 엎치락뒤치락 하는 점수가, 경기가 관중석을 더욱 긴장케 하였다. 내가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손에서 땀이 났다. 아마도 저녁내기를 해서 그런 가 보다. 나를 포함한 관중 모두를 긴장시켰던 그 경기는 결국 홍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경기가 끝나자 경기장을 가득 메웠던 관중들은 하나씩 떠나갔고 시상식이 이어졌다. 결승전답게 우승팀과 준 우승팀의 트로피는 정말 대형이었다. 오늘 경기를 보며 놀랐던 점 가운데 한 가지는 이 선수들의 직업이 농구선수가 아니라 다른 직종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직업은 선생님, 학생, 회사원 등등 다양했다. 평소엔 각자의 삶에 충실하고 여가시간에 연습을, 경기를 한다고 한다. 농구가 그들의 생계수단이 아닌 취미활동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농구 시스템을 떠올리며 그들 역시 당연히 프로선수이겠거늘 했는데, 그래서 연봉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했는데 취미 혹은 부업이라는 말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오래간만에 농구장을 찾아 소리치며 응원하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에너지도 얻어 참 좋았다. 프로 농구는 끝이나 더 이상 응원할 수 없겠지만 매 주말이면 각 농구 코트장에서 연습경기가 있으니, 눈으로든 몸으로든 함께 즐기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했으면 좋겠다.
<글 : 조현주 (-amicca-@hanmail.net)>
* 필자는 한국 단국대학교 언론홍보학과 4학년으로 2007년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어 자매학교인 홍콩주해대학교에서 공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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