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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주의 교환학생 Diary - 한국의 '바보' VS 홍콩의 '치신'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8-04-10 17: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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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17호, 4월 11일] "오빠,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바보.. 이것도 몰라?" "아~악" "바보.. 왜 그렇게 잘 넘어져! 조심 좀 하지." ..
[제217호, 4월 11일]

"오빠,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바보.. 이것도 몰라?"
"아~악" "바보.. 왜 그렇게 잘 넘어져! 조심 좀 하지."
'아…….  바보 같아.  내가 왜 그랬을까? '

  이는 한국의 일상 속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들이다.  너무 쉬운 질문을 했다거나 부주의한 행동을 한 경우, 내가 나 자신에게 속상한 경우 우리는 흔히 '바보'라는 말을 사용한다.  강풀의 만화 '바보'나 이를 영화화 한 차태현·하지원 주연의 '바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이는 나쁜 의미보다는 조금은 부족하다는 뜻을 내포한, 귀여운 혹은 정감 있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물론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정이 담긴 어조로 '바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나쁜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렇다면 홍콩은 어떠할까?
  
"라이빠이 응워 호이 혹하우."(나 일요일에 학교 갔어) "치신~" (미쳤구나)
"네이 짜우 입 쪼우 위엔 아?"(숙제 했어?)
"짜우 입 메이 쪼우 위엔" (숙제 안했어)
"치신~" (미쳤구나)

  우리나라가 '바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하듯 그들은    '치신'이란 말을 사용한다.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혹은 홍콩 사람들과 같이 있다 보면 하루에도 수도 없이 많이 들을 수 있다.  이는 비단 친구 사이에서 뿐 아니라 부모와 자녀사이도 마찬가지이다.

"치신" 내지는 "crazy"..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처음엔 적지 않게 당황했었다.  사실 한국에서는 미쳤다는 말은 너무 과격한 표현인지라 잘 사용하지 않지 않는가.    

  한 예로 친구와 msn에서 대화를 하던 중에 컴퓨터가 튕겨 접속이 끊겼었다.  그러다 다시 접속되 친구에게 대화 중 이었는데 미안하다고 했더니 다짜고짜 "You and your computer.. all of them are crazy~" (너도 네 컴퓨터도 모두 미쳤어) 라고 말하는 것이다.

   '참 나, 기가 막혀서! 컴퓨터가 좀 튕길 수도 있지 내가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까지 했는데 미쳤다 그래?! 얘가 진짜 미친 사람을 못 봤나?'

  나를 놀리는 건지 아니면 시비를 거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나를 싫어하는 건지.. 여러 가지 생각도 들고, 기분이 상해 그 친구에게 다시 물었다.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미쳤는데? 왜 내가 미쳤다고 생각해?"
  "……"

  나의 당황스런 질문에 그 친구는 더 당황하여 묵묵부답 이었다.  사실 얼마나 황당한 경우인가.  진짜 미쳐서 미쳤다고 한 게 아니라 네 컴퓨터 왜 그러냐 하는 의미에서 그냥 한 말이었는데 그걸 가지고 따지고 들었으니 말이다.  결국 그 친구는 그들 문화에 대해 설명하며"아무 뜻 없이 한 말이었는데 화가 났다면 미안하다"며 사과했고 나는 그 때 일 덕분에 지금도 종종 놀림을 받는다.

  반면 우리의 '바보'는 그들에게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로 통용된다.  그래서 무심코 내뱉은 "빠치"(바보)라는 말 때문에 친구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경우가 있었다.
  처음에 '치신' 이란 말 때문에 내 기분이 상했던 것과 동일한 것이라 생각된다.  나름대론 정감 있는 어조로 "빠치"(바보) 라고 했는데, 언어가 다르다 보니 발음이 거세져 아무리 부드럽게 한 들 듣는 사람은 그게 아닌가보다.

  이렇듯 나라마다 애착을 두는 표현이 다르다보니 그들과 내가 동화되는 과정에서 오해도 생기고 재미도 생기고 그러는 것 같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서로서로 바른 말 고운 말을 사용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이 외에도 한 가지 더 특이한 그들의 언어문화는 굉장히 직설적이라는 것이다.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을 때 상대방의 장점과 단점을 지적하며 평가 하는 것을 보고 상당히 직설적인 성격이라는 것은 알 고 있었지만 생활 속에서도 이는 곳곳에 나타난다.  물론 성격적인 부분도 말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지라 돌려 말하려고 노력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한국과 비교하자면 대다수가 직설적이다.

  예컨대 내가 무언가를 잘못하면 "그거는 아닌 거 같아. …게 해야지." 라고 지적하며 수정하기를 요구하고, 평소보다 살이 찌면 "너 살쪘어~. 요즘 모 먹었어? 따빈로 자주 먹었어?" 라며 조금은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도 쉽게 쉽게 이야기하곤 한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그들의 이런 직설적인 언어방식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뒷담화를 하는 사람보단 앞에서 푸는 사람을 좋아하는지라 그들의 지적이 참 고맙고 좋다.  


<글 : 조현주 (-amicca-@hanmail.net)>

*  필자는 한국 단국대학교 언론홍보학과 4학년으로 2007년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어 자매학교인 홍콩주해대학교에서 공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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