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8호, 4월 18일]
"응어데이 쎅반로~ 응어데이 쎅반로~" (우리 밥 먹으러 가..
[제218호, 4월 18일]
"응어데이 쎅반로~ 응어데이 쎅반로~" (우리 밥 먹으러 가자~)
"빈 또 쎅반?" (어디로?)
"얌차~"
많은 홍콩친구들은 얌차가 돈에 비해 배불리 먹을 수 없어 그다지 반기는 음식은 아니지만 나는 조금씩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 꽤나 좋아한다. 그래서 얌차를 먹으러 갈 때나 음식을 조금씩 덜어먹는 스타일의 레스토랑을 갈 때면 빠지지 않고 듣는 소리가 있다.
"너 왜 그릇을 바닥에 두고 먹어? 편하게 들고 먹으라니까."
빙 둘러앉은 친구과 나를 비교해 보면 마치 '틀린 그림 찾기'이다. 다들 한 손에는 밥그릇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젓가락을 들고 있지만 나는 식탁 위에 밥그릇을 그대로 둔 채 젓가락만을 들고 있다.
한국의 식사예절은 그릇을 바닥에 둔 채, 젓가락과 수저만을 이용해 음식을 먹는 것이다. 밥을 먹을 때도 국을 마실 때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지난 2~30년간 이렇게 생활하면서 단 한 번 도 불편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고, 어릴 때부터 배운 당연한 식사예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릇을 들고 먹는 것이 익숙해진 요즘은 '이게 정말 더 편한가?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라는 생각이 든다. 홍콩에 처음 와 그들을 보았을 때는 '얘들은 왜 그릇을 들고 먹을까?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불편해 보이는데…. 얘네 예절은 우리랑 많이 다른가봐?'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덧 그들과 비슷하게 행동하고 있는 나를 보면 웃음이 난다.
하지만 이런 식사습관 때문에, 지난 설 연휴 동안 한국에 잠깐 나갔을 때 엄마께 한소리를 들었었다. 밥을 먹는데 무심코 그릇을 들고 먹었던 것이다.
"현주야 뭐 하는 거야? 복 나가게 왜 밥그릇을 들고 먹어. 엄마가 그렇게 안 가르쳤잖아."
이렇듯 '틀린 그림 찾기'는 한국에서도 계속되었다. 다들 식탁에 밥그릇을 둔 채 수저와 젓가락만을 이용하는데 나 홀로 밥그릇을 든 채 젓가락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엄마, 홍콩에서는 이렇게 먹어. 이렇게 들고 먹는 게 더 편한 거 같지 않아?"
"아니, 더 불편해 보이는데. 그럼 홍콩은 밥그릇이 조그만 하거나 가볍겠지. 근데 현주야, 여긴 한국이잖아. 그리고 이건 우리나라의 식사예절이야. 홍콩에서는 그렇게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안 돼. 그렇게 하지 마."
그들과 우리의 다른 점은 비단 이것만이 아니었다. 한 가지 더 두드러진 점은 그들은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밥을 먹을 때도 반찬을 먹을 때도 모두 젓가락을 사용한다. 그나마 식당에는 숟가락과 젓가락이 함께 놓여 있지만 가정집은 경우엔 꼭 그렇지도 않다. 친구 집에 놀러갔다 밥을 먹는데 식탁에 젓가락만 있어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다. 밥을 다 먹은 후 디저트로 밤
과 고구마를 이용해 만든 스프를 먹는데 그때서야 비로소 수저를 사용한다.
그때는 홍콩에 온 지 얼마 안 되었던 때라 난 밥 먹을 때 숟가락이 있어야 한다고 숟가락을 달라고 해서 먹었었는데, 그들의 숟가락과 젓가락은 모두 플라스틱이라 숟가락을 이용해 밥을 먹는 것이 오히려 더 불편했다. 그들이 밥 먹을 때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물건을 정말 잘 만드는 구나'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처음엔 얄상한 우리의 젓가락과 달리 두툼하고 투박한 플라스틱 젓가락이 그렇게 불편하더니 이제는 익숙해져서 괜찮다. 무엇이든지 다 잘 집고 잘 먹는다. 하
지만 그래도 한국 식당에 가면 우리 숟가락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예부터 밥을 잘 먹으면 어르신들이 "복스럽게 잘 먹네." 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렇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비단 사람의 능력만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사람의 능력도 있겠지만 더불어 숟가락도 한 몫 한 것 같다. 만약 우리가 홍콩처럼 플라스틱이나 도자기 숟가락을 사용한다면 아무리 열심히, 잘 먹는다 한들 절대 복스럽게 보일 수가 없으니 말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숟가락을 매일 사용하면서도 잘 만들어 주신 분들께 고맙다거나, 인체에 적합하게 편리하게 만드는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가...라는 등의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홍콩에 온 후 문득 그런 생각을 갖게 된다. 역시 어느 분야에서건 한국인의 능력과 기술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글 : 조현주 (-amicca-@hanmail.net)>
* 필자는 한국 단국대학교 언론홍보학과 4학년으로 2007년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어 자매학교인 홍콩주해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위클리홍콩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