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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주의 교환학생 Diary - 일반화의 오류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8-04-24 18: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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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19호, 4월 25일]   대장금의 이영애, 송혜교, 비의 풀하우스, 공유, 윤은혜의 커피프린스..   서로..
[제219호, 4월 25일]

  대장금의 이영애, 송혜교, 비의 풀하우스, 공유, 윤은혜의 커피프린스..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호기심을 갖고 있던 홍콩친구들과 나를 연결해준 매개체 가운데 하나는 '방송·엔터테이먼트 산업'이었다.  사실 나는 홍콩의 연예인에 대하여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다.  유덕화나 여명 등 대표적인 스타들은 알고 있지만 그들의 드라마나 영화를 열렬히 시청하고 음악을 즐겨 들을 만큼의 애정은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홍콩의 친구들은 달랐다.  물론 전혀 모르는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대장금'이나 '내 이름은 김삼순' 등 한국에서도 크게 흥행했던 우리의 드라마를 알고 있고 시청했으며 대사나 행동을 따라하는 친구들도 꽤 많았다.  또한 조금은 어설프지만 한국음악을 흥얼거리는 친구들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한국 연예인에 대한 관심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좋아하는 연예인과 관련된 모든 작품을 감상한 친구들도 있고, 사진이나 화보집을 산 친구도, 사인회에 다녀온 친구도 있다.  뿐만 아니라 "원빈이 무릎부상으로 복무기간을 다 못 채우고 제대했다는데 정말이야? 부상은 얼마나 심각하데?" 내가 모르는 부분까지 상세히 알고 내게 확인 차 묻는 이도 있고, 누구랑 누구랑 사귀었다는데 진짜냐는 등 한국의 누리꾼들이 속닥거렸을 법한 루머들을 알고 있는 이들도  있다.

  이렇듯 한국의 방송과 연예인에 대한 관심이 높고, 이를 통해 한국의 문화를 한국에 대한 정보를 접하다보니 다소 과장된 정보를 기정된 사실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새로운 친구를 만날 때면 매번 빠지지 않고 받는 질문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너도 성형수술 했어?"이다.  인기 연예인들의 과거 사진과 현재 사진을 비교하는 사진들이 인터넷에 떠돌아서인지 아니면 몇몇 연예인이 성형사실을 고백해서인지 많은 친구들이 '대한민국은 성형공화국'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한국의 성형수술 기술이 최고라며?"라는 말을 들을 때면 '역시 의학 쪽에서도 우리나라가 단연 뛰어나군.'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가도 "한국사람 대부분이 성형수술 한다면서?"라고 연이어 물어올 때면 맞는 말이긴 하지만 영 씁쓸하다.    

  사실 홍콩과 비교하자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형수술을 많이 한다.  20대에는 눈, 코 내지 귀족 성형을 하는 친구들이 상당하고 30대 이후로는 보톡스를 맞거나 주름 개선 쪽으로 성형을 하는 사람이 많다.  방학 내지 긴 연휴가 있을 때면 성형외과는 북새통을 이룬다. 이곳의 친구들을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확실히 미남·미녀구나.  유전자가 좋아!'를 느낄 수 있는데 아마도 우리나라에 미남, 미녀가 너무 많다보니 더 예뻐지고 싶은, 더 멋있어 지고 싶은 인간의 욕심이 성형을 부추기나 보다.

  하여튼 그래서 "너도 고친 곳 있어?"는 그들의 단골 질문이다. "없어.  고쳐서 이정도면 안 돼지~" 라고 대답하면 "너는 왜 안했어? 그럼 어디 (성형수술) 할 계획 있어? 고치고 싶은 곳은 어디야?" 그들의 성형과 관련된 질문은 끊이질 않는다.  더불어 이번 방학에 어느 부분을 하겠다고 아는 병원을 소개시켜 달라는 친구들도 꽤 많다.

  성형수술을 통해 더 나은 모습으로 탈바꿈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 역시도 본 판이 좋았기에 가능한 것이고, 성형수술을 하지 않아도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이 키 크고 훤칠하고, 늘씬늘씬하니 예쁜데 우리나라 사람을 보며 "대한민국은 선남, 선녀가 많은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쟤네는 수술했으니까."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이 영 속상하다.    

  두 번째 질문은 "한국남자들 정말로 여자를 때려?"이다.  남자든 여자든 매번 빠지지 않고 묻는 것을 보면, 드라마에서 종종 비춰지는 여자에게 손찌검하는 한국 남자의 모습이 매너 좋고 다정다감한 홍콩 남자들과 대비되어 여기 친구들에게 적잖게 충격이었나보다.

  "그건 정말 일부의 이야기야.  대부분이 매너 좋고 여자 보호해줘.  한국 남자 키 크고 몸 좋은 거 알지? 그거 다 여자 보호해 주려고 그런 거야."라고 말을 해도 미디어의 힘이 큰 지 믿는 둥 마는 둥이다.  자기 친구의 친구가 한국 남자와 사귀었는데 그 남자도 여자에게 손찌검을 했다더라 등 먼 친구이야기까지 끄집어다가 '한국남자는 거칠다'는 것을 사실화하려는 친구들도 꽤 있다.
  요즘은 미디어 산업이 발달하여 영화든 드라마든 우리나라에서만 방영되는 것이 아니라 홍콩, 대만,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볼 수 있다.  또 연예인들 역시 국내 뿐 아니라 세계로 눈을 돌려 활동한다.  그렇기에 장면 하나 하나에 대사 하나 하나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듯싶다.  우리 한국인들은 우리문화를 아는지라 우리가 알아서 걸러 보지만 한국을 모르는 사람들 내지 이제 막 한국을 알아 가는 사람들은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모습이 한국 전체의 모습으로 비추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 : 조현주 (-amicca-@hanmail.net)>

* 필자는 한국 단국대학교 언론홍보학과 4학년으로 2007년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어 자매학교인 홍콩주해대학교에서 공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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