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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주의 교환학생 Diary - 홍콩의 '옥에 티'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8-05-02 16: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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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20호, 5월 2일]   홍콩은 참 화려하다.  빽빽이 들어선 높은 빌딩, 현란한 네온사인, 그리고 열 두 시간을 ..
[제220호, 5월 2일]

  홍콩은 참 화려하다.  빽빽이 들어선 높은 빌딩, 현란한 네온사인, 그리고 열 두 시간을 기준으로 달라지는 도시 풍경.  8개월 남짓 지난 지금은 익숙해져 감흥이 없을 법도한데 아직까지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릴 만큼 좋다.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그 안에 살고 있음에 설렘을 느끼기도 하고. 그렇다.  

  내가 이렇게 홍콩을 좋아하고 홍콩생활에 만족스러워 하고 있지만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홍콩의 위생상탠데, 오죽하면 처음 홍콩에 와서 적응할 땐 무서워서 잠까지 설쳤을까...

  밤이 되면 어디서 스물 스물 기어 나온 것인지 어느 새 내 발에 툭툭 걸리는 바퀴벌레에 놀라 소리를 오락 지르며 달아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게다가 한국바퀴벌레보다 몇 배나 더 크다보니 한눈에 들어오는데다 왠지 색도 더 검은 듯도 하여 더욱 혐오스럽다.  아직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바는 없지만 바퀴벌레가 날개까지 달려 이리저리 휘리릭 날아다닐 수도 있다는 친구의 말에 기겁을 했는데 그나마도 내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 것이 천만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바퀴벌레와의 만남이 늘 있는 것은 아니니 '그래, 쟤네들도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겠지, 가끔 외출도 하고 싶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상황을 합리화 시키며 넘어갈 수 있다.  지금은 마음을 바꿔 그러려니 하지만 처음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음식에 대한 위생상태'다. 고급 레스토랑에 갈 경우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학교 근처나 지하철 주변의 조그마한 식당에 가면 꼭 빠지지 않고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오는 것이다.  무슨 머리가 그렇게 잘 빠지는 지 메뉴를 바꿔도 가게를 바꿔도 마찬가지이다.

  "와~. 카레 나왔다.  배고파! 배고파! 얼른 먹자."

  "오늘 수업시간에 에드워드가 말할 때 왜 웃었어? 걔가……."

  "어? 이거 모야? ……."

  이렇게 한 번씩 이물질이 나오면 식사도 대화도 더 이상 불가능했다.  볼에는 하나둘씩 심술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얼굴은 사색이 되니 말이다.  그래서 처음엔 사장한테 불평을 제기하려 했었다.  한두 번은 실수이겠거니 하지만 이렇게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고 이런 서비스는 한국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한국의 경우엔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을 경우 아무리 작은 음식점이라 할지라도 다른 음식으로 바꿔준다.  혹은 미안하다며 돈을 받지 않는 사장님들도 꽤 많다.  물론 이런 상황이 자연스러워지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언성깨나 높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람대부분은 내가 돈을 냈으니 그에 합당한 서비스를 받는 것이 당연하며 '손님은 왕' 이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요 근래 인터넷이나 입소문 내지 고객의 소리도 이런 서비스 개선에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작은 음식점이 이 정도니 큰 음식점은 말하지 않아도 다들 짐작을 할 것이다.  전에 잠실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다 눈썹이 나온 경우가 있는데 그 때 그 가게의 서비스는 상상을 초월했다.  꽤 큰 규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직원 전체가 와서 사과를 하고 다른 음식으로 교환을 해주는 것이다.  물론 이름 있는 레스토랑이라 더 그런 것이었겠지만 오히려 우리 일행이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이런 완벽한 한국의 서비스만 받다가 이게 무슨 상상할 수 없는 경우란 말인가.  그래서 대한민국 서비스에 대한 열강을 해주며 그러므로 나는 컴플레인을 걸어야겠다고 했더니 홍콩친구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손 사레를 친다.  오히려 나만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들의 생각은 이러하다.  네가 아무리 돈을 내도, 음식을 사먹는 소비자라 할지라도 그건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비자 권리는 소비자 스스로가 찾는 것이라고 말을 해줘도 소귀에 경 읽기 이다.

  "너도 음식에서 이런 이물질 나오면 기분 나쁘잖아!"

  "기분 안 나빠.  일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이거 기계가 아니고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

  할 말이 없었다.  더 이상 불만을 제기할 수가 없었다.  사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는 고객인 것도 맞고, 설사 내가 돈을 냈다 할지라도 그 친구 말대로 음식을 만든 분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도 맞으니 말이다.  결론은 내리지 못한 채 대한민국에서 요식업 하시는 분들 참 힘들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어쨌든 그 친구의 말 이후 난 더 이상 홍콩 식당의 위생 상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하며 홍콩에, 홍콩 사람들에 맞춰가고 맞추어지며 살고 있다.


<글 : 조현주 (-amicca-@hanmail.net)>

* 필자는 한국 단국대학교 언론홍보학과 4학년으로 2007년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어 자매학교인 홍콩주해대학교에서 공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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