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22호, 5월 23일]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비즈니스 클래스'. 그 넓고 안락한 의자에 벌러덩 누..
[제222호, 5월 23일]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비즈니스 클래스'. 그 넓고 안락한 의자에 벌러덩 누우니 꿈만 같다. 승무원이 다가와 허리를 깊숙이 숙여 눈을 맞춘 후 까맣고 예쁜 큰 눈을 깜박이며 묻는다. "영화를 보시겠어요? 신문이 필요한지요? 여성잡지도 있는데 가져다 드릴까요?"
잠시 후 다시 다가와 저녁으로 비빔밥과 완탕면이 준비돼 있는데 무얼 먹겠느냐고 물어 먹성 좋은 후배녀석은 자정이 넘은 그 시간에도 비빔밥을 주문하고 나는 간단히 먹겠다며 완탕면을 주문한다. 만일 잠이 드시면 깨워드릴까요, 아니면 휴식을 방해하지 말까요, 하고 다시 물어와 잠들면 깨우지 말아주세요, 라고 당부한다. 비행기만 타면 기절하듯 까무룩 잠들어버리는 내 습성 상 나는 계속 자고 싶을 것이다.
갑자기 피곤이 밀려오면서 30초 만에 잠의 나락 속으로 떨어진다. 얼마를 잤을까, 딸그닥거리는 수저 소리와 고소한 참기름 냄새, 구미당기는 완탕면 냄새에 후다닥 잠이 달아난다.
후배녀석은 벌써 비빔밥을 받아들고 고추장을 잔뜩 풀어 넣은 후 슥삭슥삭 비며 한 입 가득 퍼 넣고는 '행복에 겨워 죽을 지경'이라는 표정을 짓는다. 갑자기 활짝 피어버린 자기 인생을 마음껏 즐기고 있는 모습에 덩달아 나도 즐겁다.
고급 중국 요리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완탕면의 맛이 기가 막히다. 쫀득쫀득한 새우살과 면, 시원하고 고소한 국물의 조화가 완벽에 가깝다.
완탕면으로 배가 있는 대로 불렀는데 그 야밤에 과일도 주고, 와인도 주고, 맥주도 주고 하여 쉴 새 없이 먹다보니 벌서 한국이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인천공항의 새벽 공기가 매우 상쾌하다. 공항 지하 사우나에 가서 샤워라도 하고, 못다 잔 잠이라도 자려 했건만 작년 말부터 한다던 공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단다.
하는 수 없이 공항 신도시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택시가 없다. 그곳에 끝도 없이 늘어선 택시는 모두 서울 시내로 가는 것이고, 신도시로 가는 데는 2만원을 달란다. 기가 막히다. 겨우 10여분이면 도착하는 그곳을 2천원도 아니고 2만원씩이나 내란다.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따졌더니, 이 사람들 세상물정 모른다며, 신도시는 택시고 버스고 모두 7시가 넘어야 오니 기다리던지 알아서 하라고 배짱을 튕긴다. 울며 겨자 먹기로 2만원을 주고 택시에 올라타니 갑자기 기분이 우울해진다. 자국민인 우리도 이렇게 앉아서 당하는데,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는 얼마나 당할까 싶은 생각과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인천공항관리소장은 대체 알고나 있나 싶어 울화까지 치민다.
우리는 다시 오후 1시에 인천공항으로 돌아와 마드리드로 향하는 KE-913편에 몸을 싣는다. 2007년 '아시아 최우수 항공사' 부문과 아시아태평양지역 '최우수 비즈니스클래스 운영 항공사'로 선정된 대한항공의 지극 정성스러운 서비스를 13시간이 넘는 유럽노선에 앉아 끊임없이 받다보니, 내 인생에 이게 웬 호산가 싶다.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밤새 먹고 자기를 반복하며 허리살 불리기를 하다보니 어느덧 꿈에도 그리던 스페인 하늘이다.
스페인은 그리고 스페인 사람들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스페인과의 첫 만남을 기대하는 내 가슴이 마구 떨린다. 이민국 유리상자 안에 들어있는 남자들의 모습을 눈에 들어온다. "허걱, 축구선수다" 유니폼을 벗어던지고 금방이라도 축구장으로 달려갈 것만 같은 그들. 훤칠하고 다부진 몸매에 잘생긴 얼굴, 강한 눈빛, 아~ 딱 내 스타일이야, 내 스타일!!
아, 스페인은 벌써부터 내 가슴을 이렇게 마구 마구 흔들어 놓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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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페인 여행은 위클리홍콩의 휴간을 이용하여 대한항공과 위클리홍콩, 하나여행사가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여행이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인하여 저와 후배 한 명만 배낭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관심을 보여주시고, 하나여행사를 통해 투어를 신청해주신 많은 분들께는 이 지면을 빌려 죄송한 마음을 전하며, 다음 기회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멋진 여행을 기획하여 여러분과 만날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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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5-2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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