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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주의 교환학생 Diary - 그들은 어디에 열광하는가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8-05-29 17: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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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23호, 5월 30일]   센트럴, 침사추이, 몽콕.. 하다못해 우리 동네 췬완에 가도 우리나라 제품을, 대한민국의 흔적을 쉽게 찾아..
[제223호, 5월 30일]

  센트럴, 침사추이, 몽콕.. 하다못해 우리 동네 췬완에 가도 우리나라 제품을, 대한민국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삼성로고가 박힌 핸드폰에서부터 잡지 곳곳에 실린 한국연예인의 사진 혹은 인터뷰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하
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홍콩에서 우리나라 흔적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에 인터뷰를 했던 삼성전자 김병욱 전무님 말씀을 빌리자면 2000년도만 하더라도 홍콩 사회 내에서 삼성제품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에 대한 인지도도 두말할 나위 없다.  우리의 인지도가 홍콩 내 절반도 못 미치는 반면 일본의 인기는 2002년 전으로 해서 가히 정점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비추어 볼 때 나는 참 운이 좋다.  2003년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대장금'이 한류를 타고 홍콩 전역에 널리 퍼져,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가 꽤 높은 시기에 홍콩에 왔으니 말이다.  덕분에 한국인인 나는 학교에서 수많은 친구들의 인기세례를 받았다.  

  '천국의 계단', '대장금', '겨울연가', '내 이름은 김삼순' 등 한국드라마를 줄줄 꾀고 있는 친구, 한국에 놀러갔다 붉은악마의 열띤 응원에 반해 수많은 레드티를 사온 친구, 한국말은 몰라도 한국노래는 곧잘 부르는 동방신기·수퍼쥬니어 등 한국 꽃미남 아이돌 가수에 열광하는 친구.. 한국을 알게 된 한국을 좋아하게 된 이유도 ? 종류도 참 다양하다.

  그래서 지난 약 1년의 시간 동안, 내가 한국인이란 점이 참 행복하고 좋았다.  내가 중국이나 혹은 다른 동남아시아 계통의 사람이었다면 이런 감정을, 관심을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마음도, 홍콩 친구들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관심도 이 나라 앞에서는 싹 다 사라지게 된다.  바로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 '일본'이다.

  홍콩 사람들의 일본에 대한 사랑은 정말 남 다른듯 싶다.  패션, 음식, 음악 그리고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 열광한다.  심지어 일본인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스시 집 앞에 길게 이어진 줄, 청소년들의 로리타 패션, 아디다스 상품 가운데서도 가장 최상품에 속하는 일본의 Y-3를 선호하는 2030세대.. 세대 별로 정말 다양하다.

  하루는 친구들과 여행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일본 가자~ 일본 어때?"

  일본을 유독 좋아하는 한 친구가 넌지시 의견을 던진다.

  "한국은 어때? 한국 좋잖아~"

  일본이 나와 한국을 넌지시 이야기했거늘 반응이 썩 시원찮다.

  "그래, 한국도 좋은데 그래도 다른 곳 가자~"

  "한국은 싸니까 쉽게 갈 수 있고, 일본은 너무 비싸니까 안 돼.  다른 나라 찾아봐~"

  일본에 열광하는 것이 단지 가격 때문일까.  비싸서? 갖지 못하는 것 일수록 더 갖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라서? 이 역시 한 가지 이유가 될 수는 있겠지만 주된 이유는 아닐 듯 싶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일본에 열광하는 것일까?  한국 음식점 앞에서는 그렇게 길게 줄 서있지 않으면서 왜 일본 음식점 앞에는 어디까지 줄이 있고 긴 시간을 기다리면서까지 스시를 사시미를 먹는 것일까.  진짜 이상한데,, 어른이고 애이고 축제 때면 다들 로리타 패션에 열광하는 것은 왜일까?

  왜 그렇게 일본을 좋아하냐는 열광하느냐는 나의 질문에 선뜻 만족스런 답변을 해 주는 친구는 없다.  그냥 예뻐서, 멋있어서, 좋아서.. 막연한 대답이다.   그게
뭐냐고 대꾸해보지만 사실 의미 없는 아우성에 불과하다.  아무 이유 없이 한국을 좋아해주고 한국에 관심을 가져 줄 때는 마냥 좋아하다가 다른 나라에 대해서만 유독 이유를 밝혀내려고 하는 나 역시도 조금은 웃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일본 앞에서 만큼은 뒷전이 된다는 것이 여간 속상한 게 아니다.  

  반면 우리 과에 일본에서 온 교환학생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선 아주 감사하다.  생각건대 만일 일본 친구가 있었다면 약 1년의 교환학생 시간이 10년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또한 수업시간 종종 열등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의 상황에 대해선 아주 만족스럽고 고맙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10년 후인 2018년에는 아무 이유 없이 한국이 좋다는 친구가 일본이 좋다는 친구보다 많았음 한다.  둘 다 좋은 것도 좋지만 그래도 한국을 좀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조현주 (-amicca-@hanmail.net)>


* 필자는 한국 단국대학교 언론홍보학과 4학년으로 2007년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어 자매학교인 홍콩주해대학교에서 공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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