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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위클리홍콩 스페셜] 홍콩마담 로사의 스페인 접수하기(2)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8-05-29 18: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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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23호, 5월 30일] 이집트야? 스페인이야?   잘생긴 축구선수 같은 이민국 아저씨의 쌈박한 ..
[제223호, 5월 30일]










이집트야? 스페인이야?

  잘생긴 축구선수 같은 이민국 아저씨의 쌈박한 모습에 기분이 좋아져 밖으로 나간 우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기가 스페인이야? 이집트야?' 어두컴컴한 실내에 덜컹거리며 기어나오는 짐들을 보니 문득 카이로 공항이 생각난다.  배낭 속에 넣어뒀던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어대자 승객들의 짐들을 살펴보던 항공사 직원이 다가와 묻는다.  

  "일반 여행객은 아니신 듯하고, 어디서 나오셨는데 공항시설을 그렇게 열심히 찍으시나요?"

  여차저차 하여 여기까지 왔다며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자 경계를 하던 표정이 갑자기 반색이 된다.  공항시설이 생각보다 많이 낙후됐다고 하니, 멋쩍게 웃
으신다.  그 속사정은 어찌 이루 다 설명을 하겠느냐는 표정이다.

  스페인 여행 잘 하시고, 여행을 하다 혹여 무슨 문제나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을 하라며 '대한항공 마드리드 지점 이광열 지점장'이라고 찍힌 명함을 한 장 건넨다.  돌아가는 일정을 주면 자리 안배까지 해주시겠다는 말씀도 잊지 않는다.  마드리드에 갑자기 막강한 후원자라도 생긴 듯 마음이 마냥 든든해진다.

GPS를 찍으란 말이다!!?

  택시를 타기 위해 밖으로 빠져나온다.  밤 9시라는데도 훤하다.  마드리드의 공기는 인천에서 느꼈을 때처럼 쌀쌀하지만 상쾌하다.  이제 호텔로 가야지.  웬만한 호텔은 다 만원이라 부랴부랴 인터넷을 통해 간신히 예약한 호텔이 어떤 호텔일지 사뭇 걱정스럽다.  택시기사한테 호텔 이름과 주소를 건네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GPS를 찍으려다 말고 그냥 달린다.

  간간히 세워진 광고판들이 슥슥 스쳐지나간다.  스페인에도 우리 기업들이 꽤 진출했을 텐데 이쯤 되면 하나 나타나줘야 줘야지, 하며 중얼거리자 마술처럼 갑자기 광고판 하나가 쑥 나타난다.  '삼성' 광고판이다.  아시아가 아닌 유럽에서 우리나라 기업 이름이 쓰인 광고판만 봐도 헤어졌던 친구를 만난 듯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삼성 광고판이 스쳐 지나고, 가끔가끔 기아자동차도 보이고 현대자동차도 보인다.

   잘 찾아가나 싶어 마음을 놓고 있는데 아저씨는 다시 호텔 주소를 달란다.  '모르면 GPS를 찍지, 멀쩡한 GPS를 두고 왜 안 찍느냐'며 목청을 높이지만 소귀에 경 읽기'가 따로 없다.  

  아저씨 하는 꼴이 주소지 근처에 와서도 계속 이리저리 헤매는 듯한데, 오가는 사람이나 건물에 가서 물어봐도 다 모른다는 표정이다.  미터기는 자꾸자꾸 오른다.  그 비싼 유로화가 내 눈 앞에서 왔다갔다한다.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울화가 용광로처럼 불툭불툭 끓어오른다.

  호텔이니 다른 호텔에 가서 물어보면 알텐데 왜 자꾸 공장같이 생긴 델 가서 묻는 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순전히 의도적'이라며 우리끼리 열을 올리고 분개를 하지만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데야 어쩌랴.  그렇게 20여분을 헤매다 결국 한 호텔에 가서 물으니 금세 해결이 된다.  근처에 새로 생긴 호텔이란다.  

  호텔은 마드리드 북쪽 외곽 '알코벤다스'에 있는 비즈니스호텔로 굉장히 세련되고 깨끗한 곳이다.  고급 주택가에, 대학 캠퍼스들이 있고, 호텔 앞 도로 건너편 공원 안에는 큰 체육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날 저녁 우리가 '알코벤다스(Alcobendas)....' 라고 쓴 간판을 보며, 저건 분명 알콜을 스페인어로 쓴거야, 라며 알콜성분을 보충하기 위해 찾아들었던 그곳이 알코벤다스 체육공원 입구 간판인 걸 알고 얼마나 허무하던지...

  3일 동안 우리는 이 호텔에 머물며, 땀에 흠뻑 젖어 마드리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우리와 함께 탄 운동선수들을 바라보며 '스페인 남자들은 다 저렇게 에너지도 펄펄 끓어넘치는 에너자이저들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했다.

태양의 문에서 구한 '투우 입장권'?

  대한항공 비즈니스 클라스에서 호사를 누리다 마드리드의 비즈니스호텔에 들어와 제2단계의 호화를 누리게 되자 후배 녀석이 마냥 좋은지 "헹님, 너무 좋아여~~  꿈만 같아여~"라며 방방뛰다 꺅꺅 소리까지 지른다.  

  "그래 지금 실컷 누려라, 마드리드를 떠나면서 바로 고행길이니라"

  "그래도 좋아여, 고행길이여도 좋고, 줄줄이 고생을 해도 좋아여!!"

  첫날 일정은 '마드리드를 목적지 없이 배회하기'와 '투우 관람'이다.  우선 투우 입장권을 사기위해 가이드 책에 나온 대로 '솔 광장'근처로 갔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마드리드 전철(메트로)을 타고 솔 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가
니 바로 솔 광장이 눈앞에 나타난다.

  순하게 생긴 밤색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넉넉하게 생긴 아저씨, 기다렸던 친구를 만났는지 얼싸안고 좋아하는 사람들, 오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게 인생의 낙인 듯 이상한 사람들의 긴 시선, 광장 가득 이러 저리 몰려다니며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비둘기들, 이 자유스럽고 여유가 넘치는 분위기 아, 여기가 스페인이구, 솔 광장이구, 유럽이구나!!

  '태양의 문'이라는 의미를 가진 푸에르타 델 솔(Puerta del Sol) 광장.  푸에르타 델 솔에는 16세기에 화려했던 스페인의 영광을 상징하는 문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 없고, 마드리드의 문장인 곰 조각상과 시계탑이 있어 홍콩 코스웨이베이의 시계탑이 그렇듯 마드리드 시민들의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가 된단다.

  우리는 가이드 책에 나온 대로 투우장 입장권을 사기 위해 솔광장 근처를 배회한다.  시청사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아저씨에게 물어도 잘 모른단다.  이 착한 아저씨는 지나가는 여자를 잡아세우고 우리 대신 물어준다.  뒷골목으로 두어 골목쯤 들어가면 된다는 설명이다.  그녀 말처럼 골목으로 들어서자 온 골목이 다 투우 입장권을 파는 대리점들이다.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드디여 투우 입장권을 손에 넣게 되는가.  

  매표소 할어버지의 깊게 그리고 이리저리 산만하게 패인 주름에서 순탄치 않았던 인생여정이 느껴진다.  이 자리가 좋다며 건네주는 할아버지도 그렇고 표도 영 못미더워 자리를 재차 확인하자 그나마 영~한 남자가 나와서 지금은 투우 축제기간이라 좋은 자리는 2~3개월 전에 매진이 됐고, 이나마도 좋은 자리니 운이 좋을 줄 알라며 못을 박는다.

자라야 망고야 반갑다!!?

  고백하건데 나는 지도를 볼 줄 모른다.  간단한 약도를 들어다 보는 것도 귀찮아 한다.  여행에 나서면 더더욱 그렇다.  나는 묻는 걸 좋아한다.  몇 번이고 가야 할 길이라면 어두운 눈을 밝혀서라도 지도를 익혀두지만 한 번 가고 말길이라면 묻는 게 속 편하고, 물어물어 찾아다니는 것이 지도를 보고 헤매고 헤매다 찾는 것보다 빠르다는 걸 안다.  그런데 후배는 길 찾는데 도사라며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길을 나서서 한참을 걷다보면 이게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우리가 결국 정 반대로 걸어왔음을 알게 된다.  홍콩 공항에서 대한항공 VIP 라운지를 찾아 헤매더니 그 징크스가 몇 개의 대륙을 건넌 이곳 스페인까지 미쳤는지 우린 계속 헤맨다.  

  그렇게 헤매다 지치면 쇼핑몰에 들어가 쇼핑을 한다.  스페인은 우리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ZARA니 MANGO, H&M 매장이 모든 길에 널려있다.  홍콩보다 가격이 결코 싸진 않지만 내 사이즈가 없어 그림에 떡 보듯 구경만 하던 옷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  이렇게 맘에 드는 티셔츠 두어 개만 사면 금세 기분이 좋아지고 없었던 기운까지 솟는다.  쇼핑은 역시 좋은 것이야~~

대지의 여신이 있는 그곳, 시벨레스 광장?

  그리고 우리는 걸어서 걸어서 시벨레스 광장에 도착했다.

  광장 중앙에서는 두 마리의 사자가 끌고 있는 대지의 여신 시벨레스 분수가 시원하게 물줄기를 내뿜고 있다.

  18세기 후반 호세에르모씨와 벤투라 로드리게스가 제작한 것이라는데 마드리드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사람들이 너나없이 달려들어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흩뿌리던 빗줄기가 잠시 멈춘다.  이때를 놓지지 않고 사진 한 장 찰칵!

  시간이 점점 흐른다.  이젠 투우를 보러 서서히 길을 나서야 할 시간이다.

* 대한항공은 인천~마드리드 구간 직항편을 주3회(월, 목, 토) 운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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