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25호, 6월 13일]
홍콩에서 생활한지도 어느 덧 1년이 다 되어간다. 조그마한 땅덩이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
[제225호, 6월 13일]
홍콩에서 생활한지도 어느 덧 1년이 다 되어간다. 조그마한 땅덩이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던 지난 해 8월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돌아보니 참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언제 어디서나 친절한 사람들, 나를 이방인으로 생각지 않고 편하게 대해준 친구들, 주거비 외엔 그리 비싸지 않은 물가, 살기 편하게 갖추어진 편의시설. 모두 홍콩하면 떠오른 이미지다. 이 모든 요소들은 나로 하여금 홍콩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아마도 이외에 현 한국의 불안정한 정세도 내가 이러한 생각을 갖는데 한 몫을 거들었을 것이다.
홍콩에서 보낸 365일이 다 좋았다면 거짓말일 것이고 적어도 358일은 행복했던 것 같다. 작게는 한국에 있을 당시 꿈꿨던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에 내가 참여하고 때로는 수업을 리드한다는 사실이, 크게는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다는 것이 나를 참 행복하게 하였다. 욕심이 많은 지라 한국에 있을 당시 몸에 비해 마음이 참 많이 빡빡했는데 이곳에 있으며 여유를 갖는 방법도 배워 가는 것 같다.
그래서 사회로의 첫걸음을 홍콩에서 시작하기로 결정하였고 홍콩 내 기업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커뮤니케이션.마케팅 공부를 더 할 계획이 있기에 내가 관심 있는 그 분야를 실생활에서 부딪치며 경험하고, 학비도 내 힘으로 벌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류를 냈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하며 그에 맞춰 인터뷰를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설렘 반 긴장 반의 마음으로 개인인터뷰일 것이라 생각하고 갔는데 이게 웬일인가! 팀을 나누어 시간대별로 진행하는 생각보다 큰 규모의 인터뷰였다. 우리 팀엔 나 외에 홍콩, 인도, 중국친구가 있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들과 경쟁을 한다는 사실이 너무 흥분되고 좋았다. 조금은 유치하고 우습지만 사회 교과서에 나오던 '세계화 경쟁'이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 가운데 내가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하고 감사했다. '홍콩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구나' 하는 생각에 흥이 절로 났다. 나의 능력을 한국인의 역량을 다 보여주고 가야겠다 싶었다.
시간이 흘러 Hutchison Telecommunication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팀에서 연락이 왔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운이 좋게도 행운의 기회는 내게 왔다. 몇 번을 되뇌어도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던 그 마음, 그리고 그 순간.. 잊혀지지 않는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구나! 이거 정말 내 거 맞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사하고 행복하면서도 그 마음 한편에는 이 행운을 빼앗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불안했다. 그런데 정말 문제가 발생했다. 지긋지긋한 비자 문제이다. 비자 문제로 전에도 한번 골머리를 앓은 적이 있기에 홍콩이 비자에 대해 얼마나 빡빡하게 하는 지는 잘 알고 있었다. '설마…' 한 마음으로 애써 무시하여 했으나 불안감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내가 일을 시작하면 월급을 받게 되기에 현재 갖고 있는 학생비자로는 사실 일을 할 수가 없다. 학생비자도 '일을 할 수 있는 비자'와 '일을 할 수 없는 비자' 두 가지로 나뉘는데 안타깝게도 나의 경우엔 후자이다. 이는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기에 놀랍지 않았다. 그리고 이를 알기에 회사 측과 조율해 6월 중순이 아닌 학기가 다 끝난 7월 초부터 일을 하기로 정하였건만 그 기간 중에도 학생비자가 유효한 것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학기가 끝나지 않은 지금 학점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 워킹비자를 신청하든지 아니면 학기를 마치고 학교 측에서 이민국으로 편지와 몇 가지 서류를 보내준다면 아무 문제없이 일을 시작할 수 있다. 물론 제일 좋은 것은 학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 비자를 받은 뒤 일을 시작하는 것이나 회사가 무슨 자선사업단체도 아니고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나를 기다려 줄 수는 없기에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졸업을 해야 하기에 학점을 포기할 수도 없다. 즉, 내겐 두 번째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나는 사실 학교가 당연히 해 줄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홍콩에서 일하고 싶다는 것을, 살고 싶다는 것을 몇 차례 이야기 했고 그들은 항상 내게 넌 할 수 있다며 언제든 도와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도움이 필요할 때 그들은 도와줄 수 없다고 강경하게 이야기 한다. 시도조차 해보고 싶지도 않다고 한다. 만약 시도했다 이민국에서 거절할 경우 학교 측이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너를 지원해 주어야 할 타당한 이유를 대보란다.
항상 그렇게 웃는 낯으로 따뜻하게 대해줬던 사람들인데.. 정녕 이들이 과거의 그들과 동일한 사람이란 말인가? 그렇게 사정을 했건만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매몰차게 거절하는 그들이 참 야속했다. 미안하게 됐다는 말 한마디 해주지 않은 그들이 참 미웠다. 머리로는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란 생각으로 그들을 이미 이해했건만 마음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생판 모른 사람 대하듯 나를 대하는 그들이 낯설고 무섭고 미울 뿐이었다.
1년간 생활하며 홍콩 사람을 다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는 옛 성인의 말씀이 다 맞는 듯싶다. 그들이 좋으면서도 참 밉다.
기회를 갖고자 노력했고 그 기회를 얻었으나,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쉬우면서도 어려운 문제로 인해 결국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하였다. 홍콩에서 일하겠다는 것을 포기한 것은 아니나 현재로선 이게 최선일 듯싶다. 능력을 키우고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구비해 홍콩에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며 이보 전진을 위해 오늘은 일보 후퇴하려 한다. 나는 믿는다. 기회란 노력하는 사람에게 꼭 오는 것이고 그 기회를 반드시 잡으리라고!
* 그동안 '조현주의 교환학생 다이어리'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조현주의 교환학생 다이어리는 이번 회를 끝으로 마감합니다. 사석에서 그리고 메일을 통해 글에 대해 좋은 평가해 주셨던 분들, 많은 도움을 주셨던 한인 분들 모두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모든 분들께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글 : 조현주 (-amicca-@hanmail.net)>
* 필자는 한국 단국대학교 언론홍보학과 4학년으로 2007년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어 자매학교인 홍콩주해대학교에서 공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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