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대한항공&위클리홍콩 스페셜] 홍콩마담 로사의 스페인 접수하기(5)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8-06-20 12:39:42
기사수정
  • [제226호, 6월 20일] 알함브라 민박집 아저씨   유로자전거 나라와 함께 즉석에서..
[제226호, 6월 20일]













알함브라 민박집 아저씨


  유로자전거 나라와 함께 즉석에서 만난 20여명의 여행객들과 함께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을 방문하고, 중세도시의 고요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똘레도, 그리고 미뤄뒀던 마드리드 시내 이곳저곳을 하루종일 돌아다니다 보니 해가 시퍼런 하늘을 남긴 채 어둠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우리는 지금 그라나다로 가는 밤 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야반도주 하듯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밤 버스를 타긴 했지만, 밤새도록 달리는 버스 안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벽녘 우리는 '그라나다'에 도착할 것이다.  

  마드리드에서의 화려한 밤을 보내고 밤 12시 버스를 탈 작정이었지만, 막상 저녁이 되니 마음이 불안해져 10시30분 버스에 올라탔다.  그라나다에는 새벽 4시30분에 도착이 됐다.  6시께 민박집으로 간다고 얘기는 해놨지만 그 이른 새벽에 딱히 갈데도 없어 염치를 무릅쓰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알함브라 민박집을 찾아들었다.

  짙은 콧수염을 기른 민박집 아저씨가 꽤나 퉁명스럽게 우릴 맞아들인다.  새벽닭도 울지 않은 초 신새벽에 남의 집에 찾아들어 잠을 깨우니 짜증이 있는 대로 났나보다.  

  빈방에 들어가 옷도 못 벗고 잠깐 눈을 붙인다고 붙였는데 서너 시간이 후딱 지났나보다.  해가 중천에 떴다며 일어나 밥 먹으라고 민박집 아저씨가 우릴 깨운다.  
  아침에 보니 민박집이 꽤나 넓고 깨끗하고 예쁘다.  한 달간 배낭여행을 한다는 여학생 한 명이 아침상을 차리는 아저씨를 도와 반찬그릇을 주섬주섬 주어들고 거실로 나르고 있어 우리도 눈치를 보며 밥을 풀까요, 국을 떠갈까요 라고 물었더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며, 왜 꼭두새벽에 물소리를 있는대로 내며 샤워를 했느냐고 꾸지람을 한다.

  아니 아저씨, 그게 무슨 소리냐며, 우린 세수도 못하고 옷도 못 벗고 웅크려 자다 일어났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알고 보니 다른 방 아가씨들이 새벽에 일어나 샤워를 했다던데, 괜한 우리들만 꾸지람을 들었다.  아니, 내가 여기 유럽까지 와서 알지도 못하는 아저씨한테 꾸지람을 들어야 하나 싶어 심술이 난다.  그러다 수 십년 만에 본 듯한 새 해얀 쌀밥에 따끈한 국 한 그릇, 나름대로 정성껏 무쳐놓은 오이와 갈치구이가 어찌나 맛있던지 노여움이 눈 녹듯 사라져 버린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  겨우 이 밥 한 그릇에 마음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 버린다.

  민박집에 하루동안 머물며 아저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겉으로는 퉁퉁거리지만 그 내면은 참 따뜻하고 정도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손님들 밥상을 위해 요리책을 뒤져가며 정성스레 요리를 하고, 손님들이 벗어놓은 빨래도 새하얗게 빨아 빳빳하게 말려놓는다.  여행을 하면 한국사람이 하는 민박집은 거의 이용하지 않지만 왠지 이번 선택은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민박집 아저씨는 우리가 길을 나서면 행여 길을 잃을까, 버스 노선과 인근지역 지리등을 상세하고 설명하고 또 설명한다.


아, 알함브라



  석류라는 이름을 가진 도시 그라나다. 그라나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알함브라는 에스파냐의 마지막 이슬람왕조인 나스르왕조가 완성한 궁전으로 무어족이 스페인에 남긴 가장 유명한 문화유산이다.

  알람브라 궁전에는 하루 입장객만 무려 8,600명이란다.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내일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부지기수라는 후문이다.

  알함브라궁전으로 향하는 아침, 택시는 차 한대 빠져나기 힘든 골목길을 이리저
리 돌아 궁전 앞에 데려다 놓느다.  가슴이 마구 설렌다.  궁전 매표소에는 이른 새벽부터 줄이 끝도 없이 길게 늘어서 있다.  다행히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창구에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이 않아 그곳에서 일찌감치 표를 구해 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붉은성'이란 뜻의 알람브라 궁전은 궁전과 정원, 요새로 구성되어 있고 통하는 길들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다.

  다른 유럽의 성들이 성채 차체의 웅장함과 화려함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알람브라 궁전은 자연과의 조화와 신비로운 분위기가 돋보인다.  






  알람브라 궁전 또 다른 특징은 물이다. 궁전 곳곳이 분수, 연못, 수로 등으로 꾸며져 있다.  덥고 건조한 북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무어인들에게 풍부한 물처럼 아
름다운 것은 또 없었을 것이다.

  또한 코란의 문구를 도안화 하여 만든 타일장식은 화려하고도 정교하며 치밀해 이슬람 미술의 정점으로 불리운다.

  알람브라 궁전에서 내 마음을 가장 사로잡았던 곳, 파르탈 궁전..

  길고 긴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벽면에 묻어 있고 옛 왕조의 영화가 물에 어른거린다.

  섬세한 아치 사이로 바라다보이는 그라나다의 아름다운 전경이 여행자의 마음을 흔든다.

  물에 아른거리는 궁전과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문득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연주하는 프란시스코 타레가(Francisco Tarrega)의 기타소리가 바람이 실려 온 듯 귀를 간질인다.

  행복감이 물밀 듯 밀려온다.  아, 내가 여기 이곳, 꿈속에서 그리던 알함브라 궁전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오후, 붉은 담장에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른하게 앉아 있는 대로 게으름을 피우며 기지개를 핀다.  그 옛날, 나스르왕조 사람들이 신에게 영광을 돌리며 돌 하나, 흙 하나도 예사로 다듬지 않았을 아름다운 왕궁 정원에 부는 바람 한 점, 파란 하늘, 풀 한 포기...  그리고 정체 모를 저 고양이 한 마리조차도 예사롭지 않다.  

  눈이 시릴만큼 아름다운 알함브라궁전에 빠져 여기저기 헤매는 동안 자꾸 사진을 찍어달라고 귀찮게 굴던 후배 녀석을 잃어버렸다.  또 어디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이까.  아니지....  길은 내가 잃었는지도 모른다.  또 다시 길을 찾아 나서야 겠다.  그러나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여행이란 원래 길을 잃는 것이니까...



<계속... 글·사진 : 로사 rosa@weeklyhk.com>

* 대한항공은 인천~마드리드 구간 직항편을 주3회(월, 목, 토) 운항하고 있다.  
0
이태원_250109
홍콩 미술 여행
본가_2024
홍콩영화 향유기
굽네홍콩_GoobneKK
NRG_TAEKWONDO KOREA
유니월드gif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