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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위클리홍콩 스페셜]홍콩마담 로사의 스페인 접수하기(9)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8-07-17 18: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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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30호, 7월 18일] 몬세라트 수도원과 천상의 소리 에스콜라니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제230호, 7월 18일]












몬세라트 수도원과 천상의 소리 에스콜라니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저가항공을 이용, 바로셀로나로 오는 1시간 내내 후배녀석은 리스본 8월의 광장에서 못다 잔 잠을 보충하려는지 죽은 듯이 자다 비행기가 바로셀로나 공항에 도착하자 후다닥 깨어나서 주섬주섬 짐을 챙겨 나를 따라 나선다.

  마드리드라는 이름에서는 여성성이 느껴지고 바로셀로나에서는 남성성이 느껴져서인지 마드리드보다 바로셀로나는 좀 더 거친 듯 느껴진다.  그러나 국제도시답게 이곳은 다국적 인종들이 뒤섞여 꿈틀대는 에너지가 그대로 느껴지지만 여기가 딱히  '스페인이다'라는 생각은 마드리드보다 덜 드는 게 사실이다.

  영어도 그럭저럭 통하여 불편함은 덜 느끼게 됐지만 스페인 인종들이 갖는 특유의 얼굴과 눈빛, 몸 전체에서 느껴지는 강인함도 덜한 듯하여 내 마음은 자꾸 마드리드로 향한다.

  인터넷으로 예약한 저렴한 숙소에서 하룻밤 푹 쉬고, 이른 아침 바로셀로나에서의 첫 여행지인 몬세라트(Montserrat) 수도원으로 향한다.

  까딸루냐 광장에서 자전거나라 가이드와 몇몇 여행객들과 만나 기차를 타고 약 1시간여 가니 몬세라트에 도착한다.  


  "톱으로 자른 산"이라는 뜻의 몬세라트는 검은 마리아상(The Madonna of Montserrat)과 스페인의 유명한 예술가 12명의 조각상  (물론 그중의 한명은 가우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소년합창단 그리고 가슴이 확 트이는 절경의 천혜의 요새이자 신령한 성지로 스페인 하면 자연 연상으로 떠오르는 명지 중 한 곳이다.

  몬세라트로 가는 길은 험하다.  가파른 언덕길을 간신히 오르는 버스가 위태로워 보인다.  창밖을 보면, 은은하게 보여준 산의 윤곽들이 바람을 안은 구름 속으로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다.  신선이 나올 법하다. 길도 없고 나무도 없이 오직 산꼭대기 기도원만이 보일 뿐이다.

  성당 안으로 들어선다.  은은히 흘러드는 미사곡의 선율이 우리를 맞는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교적 영감을 주는 합창단 에스콜라니아 드 몬세라트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절벽을 오른 수많은 여행객과 순례객들이 숨소리를 죽이고 귀를 기울이며 감동으로 눈물을 글썽인다.  먼 발치서나마 그 전설적인 소년 합창단을 보고, 천상의 화음을 두 귀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나를 따라다니는 눈

  성당을 향해 걸어가다 평범한 듯 보이는 한 조각상과 만난다.  그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고 지나가면 눈동자가 나를 따라온다.  이게 바로 '신비의 눈동자'라고 불리는 聖조지(St. George) 조각상이다.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성당)의 수난의 정문에 있는 조각상과 유사한데, 같은 사람인 수비랏치(Subirachs)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검은 성모마리아 상
내 소원 딱 하나만 들어주세요

  서기 50년에 성누가(St. Luke)에 의해 만들어진 후 스페인으로 가져온 몬세라트의 성모마리아와 아이의 조각상(Statue of the Madonna and Child)은 나중에 무어족(Moors)을 피해 이곳 굴속에 숨겨졌는데, 이곳이 바로 Santa Cova(성스러운 동굴)이며 서기 880년 다시 발굴되었다고 한다.

  성모마리아상은 많은 기적을 일으켰다고 소문이 나면서 큰 명성을 얻게 된다.  멕시코, 칠레, 페루에 있는 많은 교회가 이 몬세라트의 성모마리아를 위해 봉헌되었고, 많은 성인과 교황이 수세기 동안 이곳을 성지처럼 다녀갔다.  

  성 이그나티우스 로욜라(St. Ignatius Loyola)는 전쟁에서 상처를 입은 후 이곳 몬세라트에 들어와서 순례여행을 하였는데, 여기서 Spiritual Exercises라는 유명한 작품을 썼다고 한다.

  중세시대 동안 많은 순례자가 방문하면서 몬세라트 수도원은 아주 크게 되었는데, 1592년에 이르러 몬세라트 대예배당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18세기 후반에 나폴레옹 전쟁으로 거의 대부분이 파괴되었다가 많은 성금에 의해 다시 복구되었다.

  1881년 몬세라트의 검은 성모마리아상은 교회법에 따라 왕관이 씌여졌고 교황 레오 XIII에 의해 까딸루냐 지방의 수호성인으로 선포되었다.

  검은 성모마리아상을 보기 위해서는 성당 옆면을 통해 오른쪽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구름처럼 몰려든 여행자와 순례자들로 족히 반나절은 기다려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센스쟁이 가이드의 도움으로 30여분 만에 성모님을 만날 수 있었는데 가이드의 말로는 딱 한 가지만 들어달라고 소원을 빌면 1년 안에 꼭 이루어진단다.  이곳에서 검은 성모마리아의 손을 잡고 기도를 드린 많은 사람들 중, 그 기도가 이루어졌다며 감격에 차서 국제전화를 해 오는 사람도 심심찮게 있다는 거다.

  거 참, 전설 따라 삼천리도 아니고, 갑자기 내 눈앞에 '펑'하고 나타난 산신령한테 비는 것도 아니고,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를 어떻게  낯간지럽고 얄팍하게 '저를 위해 이거 딱 하나만 들어주세요'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비웃다가, 막상 길고 긴 계단을 올라 꼭대기에 서서 성모님의 손을 붙잡고 나니 내 마음이 변해버린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여기까지 왔는데요, 내 생애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오겠어요, 오직 이 순간뿐이다 싶어서 그러는데요, 있잖아요 성모님, 이거 딱 한 가지만 들어주세요' 라고 구구절절이 읇조리고??아쉬움 속에 물러나온다.




  수도사들이 오고갔던 급경사진 돌산을 30여 분 올라 산 정상에 서서 수백봉오리로 이루어진 기상천외한 절경을 바라보니 가슴이 '뻥' 소리를 내며 뚫려버린다.

  작은 성당을 지나 수도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풀 한 포기, 바람 한 점, 이름 모를 들꽃 한 송이, 솔솔 나는 흙 내음에서도 신령함이 느껴지니 저 한적한 수도원에 들어가 무릎 끓고 넙죽 엎디어 간절히 기도를 드리면 침묵 속에 깊이 잠기셨던 주님의 소리가 절로 내 가슴을 울릴 것 같다.



<계속.... 글·사진 : 로사 rosa@weeklyhk.com>

* 대한항공은 인천~마드리드 구간 직항편을 주3회(월, 목, 토) 운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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